혁명과 여성 - 프랑스 혁명기의 여성사적인 의의와 영향

목차

Ⅰ. 들어가며

Ⅱ. 프랑스 혁명과 여성
대혁명 초기의 여성 세계
적극적 정치 주체로서의 여성
여성의 정치력 쇠퇴와 저항
혁명 그 뒤, 그리고 성과

Ⅲ. 혁명기의 여성 사상가
(1) 올랭프 드 구즈(Olympe de Gouges)
(2)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1797)
(3) 테르와뉴 드 메리쿠르(Théroigne de Méricourt, 1762-1817)

Ⅳ. 혁명기의 여성 정치가
(1) 클레르 라콩브(Claire Lacombe, 1765-?)
(2) 폴린 레옹(Pauline Léon, 1768-?)
(3) 에타 팜(Etta Palm d'Aelders, 1743-?)

Ⅴ. 맺으며

본문내용

공-사 분할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제한적인 지위 개선에 불과했기 때문에 드 구즈와 울스톤크래프트의 여성 시민권 주장에는 미달하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여성의 능동적인 정치적 권리에 대한 주장과 더불어 민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변혁하려는 운동도 전개되었다. 이 운동은 도시 빈민 여성들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이들은 상인과 투기꾼의 이익을 제한하기 위해 소비재의 공정가격과 가격 통제를 요구하였다. 도시 빈민 여성들이 비록 주부이자 어머니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요구했지만, 이들의 행동은 사적 이익의 자유로운 추구를 보장하는 소유권을 비판하는 함의를 가졌다. 즉 빈민 여성들의 주장 속에는 사회의 경제적 조직화는 인민의 욕구에 기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념이 맹아적으로나마 들어있었으며, 이 이념은 인민주권의 제한적 제도화에 대한 저항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공포정치 시절 혁명 지도부에 의해 결정적으로 기각되었다. 새롭게 권력을 잡은 자코뱅은 1793년 여성 클럽들을 폐쇄하고 여성들의 정치활동 일체를 금지했다. 이러한 조치를 뒷받침한 것은 자연적인 성적 분업이 사회의 조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라고 본 루소(Jean-Jacques Roussau)의 관념이었다.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른 본성을 지녔고 이러한 본성에서 기원하는 여성의 역할은 지적인 작업이나 공적 권리의 행사가 아니라 아이의 양육이었다. 그리고 자연이 여성에게 운명 지은 이러한 기능들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공화국에서 여성들의 사명은 아이들에게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할 공적인 덕목을 교육하는 것이었고, 공화국의 운명은 여성들이 이러한 의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자코뱅은 이러한 관념들에 근거하여 남성으로 대표되는 가족들의 집합으로서 위계적인 민족 모델을 세우고, 여성의 가내 의무를 공식적으로 숭배하면서 해체되고 있던 성적 분업을 다시 확립하고자 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정치 밖으로 쫓겨나 가족 안으로 유폐되었고, 시민성은 남편과 아버지의 특권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혁명과정에서 분출된 여성해방에 대한 이러한 반격은 사회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가족과 결혼 내에서 여성 종속을 강화하는 것이 선결적이라는 메스트르와 보날과 같은 보수주의적 사상가들의 주장에 의해 뒷받침되었을 뿐 아니라, 19세기 초에 양산된 ‘과학적’ 출판물들에 의해 정당화되었다(Grogan, 1992). 새로운 과학서들은 시민성으로부터 여성의 배제 그리고 가족에서 여성의 종속을 정당화하기 위한 새롭고 더욱 강력한 논거를 제공했다. 이 시기 프랑스에서 출판된 의학서들은 여성과 남성의 해부학적 차이, 특히 재생산체계 상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여성을 남성과는 다른 인간 종으로 만듦으로써 시민성으로부터 여성의 배제를 정당화했다.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여성의 역사는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양성 관계에 대해 전례가 없던 방식으로 질문이 제기된 것도 바로 이 시기였고, 이 시기에는 이전과 달리 가정 내에서의 여성의 위치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치 기구 내에서 여성이 어떤 지위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문제들도 포괄되었다. 역사상 최초로 여성도 공민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프레이즈가 지적했듯이, 당시의 민주주의 사상은 여성들을 시민권에서 배제했고, 공화주의 사상은 여성들을 대표성에서 배제했으며, 봉건적 또는 군주주의 사상은 정치권력을 남성적인 것으로 재현하는 상징을 계속했다(Fraisse 1995).
비록 이 시기에는 (위에서 지적한) 여성의 능동적인 정치적 권리를 주장한 운동과 경제적 권리를 주장한 운동이 결합되지 못한 채 각기 독자적으로 전개되긴 했지만, 모두 권력과 특권이 없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인간이 사회를 개선시킬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관점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데서 의의를 갖는다. 또한 이런 움직임들은 여성이 본성상 열등하다는 관념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며 외적 환경이 인성을 결정짓는다는 확고한 믿음 아래, 사회가 여성에게 남성과 동일한 교육과 법적·정치적 권리 및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면 남녀 불평등이 사라지고 개인들은 각자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제1세대 페미니즘(자유주의 페미니즘)’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이익을 옹호하는 관념들과 행동들이 1789년 혁명 이전에도 있었지만, 여성해방을 옹호하는 사상이자 그것을 실혈하고자 하는 운동으로서 페미니즘은 1789년 혁명 과정에서 급진적 민주주의의 실천의 이면으로 등장했다(Fraisse & Perrot, 1993). 정확히 말하면, 페미니즘은 프랑스 혁명이 개방한 ‘인권의 정치’가 갖는 내적인 모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권의 정치는 여성을 원리적으로 참여시켰지만 실질적으로 배제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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