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학자의 변명

소개글

어느 수학자의 변명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어느 수학자의 변명
chapter 1 ~ chapter 29

부록 : 수학사를 빛낸 세계의 수학자들
1. 그리스, 로마, 이집트의 수학자
2. 인도, 아라비아의 수학자
3. 17세기 이전 유럽의 수학자
4. 17세기의 수학자
5. 18세기의 수학자
6. 19세기의 수학자
7. 20세기의 수학자

본문내용

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수론이나 상대성이론이 전쟁과 관련된 목적에 이용된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수년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실 응용수학의 세부 분야 가운데는 탄도학이나 항공역학처럼 전쟁을 위해 의도적으로 개발되었고 고도의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학문이 있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을 하찮다고 부르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진정한 수학의 대열에 낄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이 같은 학문들은 역겨울 만큼 추악하고 참을 수 없이 지루하다. 진정한 수학은 무해하고 순수한 학문이다. 이와는 달리 하찮은 수학은 전쟁에 다양하게 응용된다. 예를 들어, 총포 전문가나 항공기 설계사는 수학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일을 할 수가 없다. 이처럼 수학을 응용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분명하다. 수학은 현대의 과학적이고 총체적인 전쟁을 (물리학이나 화학만큼 확실하게는 아니더라도) 용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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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삶에 있어 가치가 있을 만한 일은 확실히 모두 끝났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한다고 해도 내 삶의 가치가 눈에 띄게 증진되거나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는 무척 어렵지만, 나는 내 삶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나는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을 받았다. 또한 줄곧 마음 편하고 품위 있는 지위를 거쳐오면서도, 대학의 고리타분한 관례와 관련해서는 그다지 크게 속 썩은 적이 없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싫어하는데, 지금껏 그럴 일은 거의 없었다. 내가 해온 가르치는 일이란 거의 대부분 연구를 지휘하는 일이었다. 그런가 하면 나는 강연하기를 좋아해서 대단히 재능 있는 청중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강연을 한 바 있다. 또한 내게는 삶의 영원한 큰 기쁨이었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도 순조로웠고, 두 명의 비범한 수학자와 대규모의 공동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나는 이성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커다란 의미를 수학에 부여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수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낙심했던 때도 몇 번 있지만, 결코 심각한 것은 아니었고 그로 인해 특별히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내 삶이 법무사나 주식 중개인, 출판업자 등의 삶보다는 덜 무익하다고 주장한다면 말이 될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단 한 가지 대답밖에 할 수 없을 듯하다. 내 삶은 그들의 삶보다 덜 무익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 이유란 내가 유용한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의 연구 결과는 세상의 쾌적함을 위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좋게든 나쁘게든,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 동안 나는 나와 똑같은 부류의 수학자들을 수련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내가 도움을 준 이상, 그들이 만들어낸 연구 결과 역시 어쨌거나 내 경우와 똑같이 무용한 것이었다. 실용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나의 수학적 삶의 가치는 완전히 빵점짜리이다. 내가 완전한 무용지물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창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창조해냈다는 점이다. 또한 나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창조해 냈다. 문제는 그 가치에 관한 것이다. 나는 스스로 지식에 무언가를 더해 왔으며, 남들이 그렇게 하도록 돕기도 했다. 이 무언가가 갖는 가치는 위대한 수학자의 창조물이 갖는 가치와 비교했을 때 그 종류가 아닌 정도에서만 차이가 난다. 이는 유명세와 상관없이 사후에 일종의 기념비를 남긴 예술가들의 창작물과 비교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