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의 전설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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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전설 논문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세움으로써 근대적 분화의 논리를 지양하려 했다. 세계에 존재하는 신적인 원리 혹은 선험적인 중심은 파괴되거나 해체될 수 있다. 그러나 사라지는 중심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남긴다. 그러므로 내용 없는 중심이라는 형식, 중심의 빈자리는 여전히 중심의 내용을 요구하고, 그 자리는 다시 새로운 중심에 의해 채워진다. 필연과 당위를 동일시한 후기 헤겔의 사유가 그러했고, 개인의 디자인을 국가의 디자인에 통합시킨 하이데거, 근대의 초극과 동시에 대동아공영권을 외친 일제가 그러했다.
장용학의 경우도 문제 제기라는 측면에서는 근대성에 대한 이러한 일반적인 논의와 같은 궤에 놓여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비판의식의 귀결점이다. 이데올로기 비판에서 근대성 비판으로 이어지는 장용학의 논리는 결국 탈 논리의 신비적인 세계에로 비약해버리는 것이다.
역사의식의 불철저함, 관념성과 추상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작가 개인의 한계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 그의 세대 전체가 공유할 수밖에 없는 전제적인 것이라는 점 또한 강조해야 한다. 6.25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고, 스스로의 피를 흘린 전쟁마저도 남의 것일 때, 이데올로기 비판의 의미 또한 그 이전의 상황에서와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데올로기가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고, 남의 것이라면 50년대 장용학에게 그것은 자신의 살과 핏속에 자라난 것이 아니라 그저 허울뿐이고 허위의식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며, 따라서 이데올로기 비판은 쉽게 탈 이데올로기의 차원으로, 곧 근대성에 대한 비판과 문명 비판의 차원으로 추상화되는 것이다.
<원형의 전설>에 나오는 근대성 비판의 강도는 곧 이데올로기에 대한 혐오증의 강도와, 그리고 그 사생아인 6.25의 결과에 대한 피해의식의 강도에 비례하고 있는 셈이다. 바로 그곳이 신비화된 알레고리의 형식이 놓여 있는 자리임을 부연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6 맺음말
장용학에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가지 이형태로 등장하는 근대성이란 더 이상 추구되어야 할 가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부조리와 악의 원천에 불과하다. 곧 장용학에게 있어 일반적인 의미의 근대성은 극복되어야 할 요소이지만 소설이라는 구체적인 형식으로 드러나는 문학적 근대성은 오히려 추구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 장용학의 소설은 식민지 이래로 근대소설이라는 양식에 의해 추구되었던, 그러나 결코 형식 자체의 자생적 기반은 확보할 수 없었던 추상적 근대성의 마지막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형의 전설>의 서사적 형식은 신비화된 알레고리로 귀착된다는 점, 이것은 이데올로기 비판이 문명비판으로 추상화되는 현상과 나란히 놓여 있다는 사실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알레고리라는 형식과 이데올로기 비판이라는 두 요소에 의해 구현되는 계몽의 형식 역시 궁극적으로 내용 없는 추상적 형식으로 전락한다는 점 또한 지적될 수 있다.
내용 없는 계몽이란 진정한 의미의 계몽일 수 없다. 그러므로 <원형의 전설>이 취하고 있는 계몽이라는 형식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힘을 지닐 수 없는 한갓된 포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피를 흘린 전쟁이면서 결국 우리 자신의 전쟁은 아니었다는 역설이 50년대적인 폐허의 가장 근저에 놓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계몽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계몽의 내용을 지닐 수 없었던 알레고리 형식의 역설은 이러나 50년대적 상황의 필연적인 산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원형의 전설>로 정점을 이룬 50년대 장용학 소설세계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50년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서영채 <알레고리의 내적 형식과 그 의미-장용학의 '원형의 전설'론>|작성자 툭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