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사회구조와 개인의 주체성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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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현대의 사회구조와 개인의 주체성

본문내용

에서 더 많은 자율성과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서 그는 또한 세계와 자아, 타자와 나 사이에 놓여 있는 분리를 환상적으로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올바른 자아정체성이나 자아 이상을 정립하고 추구해 나가면서, 세계나 타자와의 재결합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현대 사회의 구조와 현대인의 주체성, 그리고 그것들간의 관계에 대한 래쉬의 분석은 인간의 주체성과 개인의 행위에 미치는 사회 구조의 제약과 힘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 주고 있다. 물론 그의 분석은 현대 사회 구조가 현대 문화와 현대인의 주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개인들이 그러한 구조의 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주체적 반작용들에 대해서도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그의 분석은 사회 구조의 힘이 모든 계급이나 계층 또는 집단에게 동등하게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에 따라 달리 작용할 수 있으며, 또한 그들 각각의 주체적 대응도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들을 연구할 필요성을 그다지 느낄 수 없게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래쉬의 분석이 현대 사회 구조와 문화 속에서 우리가 처해 있는 일반적인 객관적 상황을 훌륭히 설명해 줌으로써 바람직한 정체성을 정립하고 기획하며 그것을 실천해 나가려고 할 때 우리가 고려하고 해결해야할 문제점들을 잘 지적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5. 맺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현대 사회 구조와 현대인의 주체성에 나타나는 특징들이 무엇이며, 그것들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하나의 방편으로, 이 문제에 대한 앤소니 기든스와 크리스토퍼 래쉬의 견해를 검토해왔다. 기든스는 '구조화 이론'을 통해 사회구조와 인간 주체의 상호관계를 어느 한 쪽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구조와 현대인의 주체성의 모습을 밝히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분석한 바와 같이, 기든스는 구조를 인간이 행위 할 때 의존하는 '규칙과 자원'으로 좁게 규정함으로써, 그러한 규칙과 자원의 작동과 분배 방식을 규정하는 더 근원적인 의미의 사회구조와 권력과 지배, 차별과 불평등과 연관된 사회구조와 같은 개념들을 파악할 수 없었다. 나아가서 기든스는 사회구조가 개인들에게 가하는 구조적 제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개인의 능동성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현대 사회구조와 현대인의 주체성에 관한 그의 논의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는 전통의 속박에서 벗어난 현대 사회가 성찰성을 고도로 증대시키고 선택의 기회를 엄청나게 증대시켰으며, 그것이 현대인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성찰적으로 자아정체성을 기획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을 매우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소비 자본주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현대 사회 구조들이 현대인의 삶과 주체성에 미치는 제약이나 영향력을 간과하였다. 그렇게 해서 결국 기든스는 현대인들이 처한 삶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진정으로 올바른 주체성의 정립과 그 실현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밝혀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전망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였다.
우리는 현대 사회 구조의 특성과 그것이 현대인의 주체성에 미치는 제약과 영향력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래쉬의 작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래쉬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구조와 사회화 양식의 변화, 소비 자본주의와 관료제의 발달 등과 같은 사회 구조적 요인들이 현대인의 삶과 주체성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였다. 래쉬는 그러한 현대 사회 구조 속에서 현대인들이 진정한 주체성과 창조성을 상실하고 점점 더 소비 지향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표면적인 이미지 중심의 자아상에 집착하고, 표피적이고 덧없는 상호관계와 난잡한 성 관계를 맺으면서 무의미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불안과 무력감으로 사회 역사적 현실로부터 눈을 돌려 환상적인 자기도취적 생활 속으로 도피해 들어간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현대인들의 주체성과 삶의 모습을 뚜렷이 드러냈다. 앞에서 이미 지적한 것처럼 그의 분석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분석은 현대인이 그야말로 올바른 자기 주체성을 기획하고 실현해 나가려 할 때, 현대 사회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사회구조적 제약과 문제점들이 무엇인가를 지적해 줌으로써, 성찰적인 주체의 기획에 기여하고 있다.
사실 근대 자본주의의 성립이래, 인간들은 무한정한 이윤의 획득과 무한 경쟁에서의 승리의 쟁취, 자연과 타인에 대한 완전한 지배를 추구해 왔으며, 이것은 진정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고 보람있는 어떤 일들을 성취하고 서로 돕고 사랑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 나가려는 주체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더구나 오늘날에는 엄청나게 발달한 소비 자본주의가 모든 인생의 문제를 소비용품의 선택과 소비의 문제로 바꾸도록 유도함으로써 더욱 더 진정한 인간적인 주체성의 정립과 실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현대 사회는 한편으로는 기든스가 지적하는 것처럼 인간을 시-공간이나 전통, 그리고 신분이나 여러 강압적인 권위로부터 해방시켜 줌으로써 주체를 위한 자유로운 활동 공간을 넓혀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현대 사회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전 사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영향력들을 인간의 주체성과 삶에 행사하고 있다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것을 지적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파악하는 것이요, 인간을 사회구조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성찰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과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이해하고, 거기에 얽혀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안을 강구하고, 올바른 실천의 방향과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성찰성이다. 성찰적이고 능동적이며 자유로운 개인의 주체성을 찬양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둘러싼 '생활정치'에만 몰두할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모순점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아울러서 주체적인 삶도 추구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키워드

사회구조 ,   개인의 주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