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길, 영화의 길

소개글

소설의 길, 영화의 길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소설의 길, 영화의 길

1. 소설과 영화의 거리

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프라하의 봄> 견주어보기
① 다른 플롯과 같은 스토리
② 사라진 인물과 추가된 인물
③ 담론: 사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④ 소설이 지닌 서술의 힘과 영화가 보여준 장면 구성력

3. 『낯선 여름』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견주어보기
① 다른 스토리와 더 다른 플롯
② 변형된 성격과 삼각관계
③ 담론: 이 세상에 진부한 것은 없다.
④ 두 장르의 일반적 특성을 뒤바꾼 성취

4. 대체할 수 없는 소설의 독자적 영역과 영상 콤플렉스

본문내용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문자를 획득하지 못했을 때 생각이 깊은 사람은 될 수는 있으나 사상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자를 획득하지 못하면 섬세하고 정교한 사상들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이다.
여기서 분명해지는 것, 즉 여러 예술의 위계질서 안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지위는 그것이 문자예술이라는 점에 있다. 인간이 사유 행위를 중단하거나 인간의 사유 행위가 문자에 의존하지 않게 되지 않는 한 문학은 영원히 예술의 핵심장르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소설을 영화로 전환한 두 개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밝혀진 것은 영화가 대체 할 수 없는 소설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1990년대의 '문학의 위기론'이 전제하고 있는, 영상이 문자를 대체하고 영화가 소설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설이 타당한 논리적 근거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영상 콤플렉스가 빚은 오류임을 반증한다.
소설을 위협하는 소설, 영화를 위협하는 영화
전자매체가 문자매체를 대체하고 영화가 소설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문학의 위기론'은 1990년대 우리 문단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루어진 주제중의 하나였다. 1990년대 한국에서 제기되었던 '문학의 위기론'이 지닌 특징적인 현상의 하나는 문학과 소설의 존립을 위협하는 대체매체로서 전자 영상매체 전체를 상정하고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까지도 그 속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게임도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마찬가지로 소설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이 아무리 우여곡절에 찬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소설이 담고 있는 인간의 삶과 그 본질에 대한 담론,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 성찰적인 플롯을 자기의 것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전자매체의 하나인 게임이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다른 오락일 뿐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소설을 대체할 수 있는가. 게임과 달리 영화는 소설이 지니고 있는 플롯과 성격창조, 담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사예술로서 동질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의존하는 표현의 도구, 언어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은 추상적 기호인 문자언어에 의존하는데 반해서 영화는 '도상적 기호(iconic sign)'인 영상언어에 의존한다.
두 매체가 의존하고 있는 언어의 차이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매체의 특성을 창조적인 측면과 수용적인 측면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영화가 지닌 창조적인 측면의 특성은 예술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시간을 직접적으로 사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영화가 발견했다는 데 있다. 수용의 측면에서도 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영화는 수용자인 관객들이 직접 시각적으로 목도할 수 있는 완성된 형상으로 제시된다. 반면에 소설은 독자 앞에 제시되는 것은 몇 개의 음소가 모여 음절이 되고, 몇 개의 글자들이 모여 어휘가 되는, 기호와 같은 글자들의 나열이 있을 뿐이다.
서사예술로서의 동질성을 지닌 두 장르의 또 다른 근본적인 차이로는 서술자의 상이함이 있다. 소설은 서사를 전달하는 서술자가 화자인 반면에 영화는 서술자의 기능을 기계인 카메라가 대신한다.
앞에서 살펴본 두 가지의 사례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유지되는 것과 유지되기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한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소설에서 영화로 전환하면서 유지가 가능한 것은 스토리인데 반해 플롯의 변형은 피할 수 없었다. 플롯 변모의 두드러진 양상은 소설이 서술행위의 시간과 서술 내용의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반해서 영화는 그것을 시간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인물의 성격과 관계도 변형이 발생하며, 소설에서보다 영화에서 대체로 단순화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모는 담론의 양상에 있다. 소설을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플롯과 성격, 담론의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두 장르의 양식적 특성과, 개별 작가와 감독이 지닌 세계관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영화가 소설을 대체할 수 없는 핵심적인 요인은 소설이 사용하고 있는 문자언어의 기능과 역할에 있다. 영화의 고유한 언어는 영상, 다시 말해서 이미지다. 이미지는 궁극적으로 정교한 사유의 영역을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영상언어의 열등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에 의존하는 영화의 언어는 말과 글이 다른 모든 인류에게 소통이 가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는 영화의 언어가 있고 영화의 길이 있으며, 소설에는 소설의 언어가 있고 소설의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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