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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의 몸이자, 자신에 대해 가지는 부정의 서사를 바탕으로 자기를 분해하고 육체성을 해체하려는 태도였다. 이것은 남성 중심적 동일성의 세계에 맞서고 통념적 여성상을 깨뜨리려는 여성 주의적 실험이 되기도 했다. 시집에 드러난 자기 몸에 대한 또 하나의 관점은 쾌락과 해방의 원천이 되는 여성의 몸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은 여성의 성적욕망을 긍정하는 면모이며, 특히 외부의 침입과 매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여성 자위의 쾌락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몸의 경험을 아직 드러내지 않은 다른 여성들의 발화가 넘쳐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었다. 여성화자의 자기 몸에 대한 이중적 시선과 불균질한 태도는 시인의 중요한 힘이다. 피해자 정체성에 함몰되거나 여성성에의 맹목적인 찬미로 회귀하는 것 둘 다를 경계하며 자기 자신의 몸의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를 불편하고 난감하게 하는 이미지들. 광기어린 중얼거림과 육두문자. 죽음의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 극단적인 자기혐오. 당황스러울 만큼 극단적인 감각은, 나로 하여금 젊은 시인의 머릿속에 가득 찬 끔찍한 이미지들 속을 미친 듯 헤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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