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리뷰, 감상문]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_ 조용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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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시집 리뷰, 감상문]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_ 조용미 저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것을 뜻하기도 한다. 가얏고였던 오동나무를 느낄 정도로 시간도 거스르고, 심장이 오그라들고 가슴이 뻐개어질 듯한 슬픔을 느낄 정도로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이유는, 오동나무와 시의 화자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것이 가능한 관계에 있는 각각의 생명체로서 전우주적 소통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손상기는 서른아홉에 죽었다
손상기는 자라지 않는 나무였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가지를 안으로 뻗는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오래 고독하다
눈부신 푸른 잎을 가득 달고 있는
겨울나무들은 자라지 않았다
죽지 않았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얼마나 커다란 것이냐
우뚝한 것이냐
명산의 바위처럼 위용 있게 돌출된 가슴뼈
외봉낙타처럼 생긴 등
5척에도 못 미치는 키
그가 그린 자화상의 제목은
위대한 자
그가 걸었던 좁은 골목길과
흰 페인트가 칠해진 높은 담을 끼고 오르는
가파른 길들이 내겐 낯설지 않았다
오래된 그 길들을 꺼내어 말리면
북아현동의 골목길들은
그와 나를 한 길에 세워놓는다
실패를 따라가는 실처럼
나는 그 길을 따라 나선다
- 「자라지 않는 나무」 전문
「자라지 않는 나무」에서 시의 화자는 곱추 화가 ‘손상기’를 언급하고 있다. 손상기는 서른아홉에 죽었으며 키가 작았던 그는 자라지 않는 나무였다. 그는 5척에도 못 미치는 키와 외봉낙타처럼 생긴 등을 가진 손상기를 자라지 않는 나무라고 표현하며 손상기와 자라지 않는 나무를 동격으로 두고 있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가지를 안으로 뻗고 오래 고독했지만, 눈부신 푸른 잎들을 가득 달고 있으며 커다랗고 우뚝하다. 또 명산의 바위처럼 위용 있게 돌출된 가슴뼈를 가졌다고 한다. 이는 5척에도 못 미치는 키와 외봉낙타처럼 생긴 등을 가진 손상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시의 화자는 손상기를 위대한 자로 여기고 있다. 또 화자는 그가 걸었던 북아현동의 골목길들이 낯설지 않으며 그와 화자를 한 길에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와의 거리를 가깝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실패를 따라가는 실이지만 그를 따라 길을 나선다고 하며 시를 마무리 짓고 있다.
시인은 손상기 화가는 왜소한 체구를 가졌지만 그의 그림은 위대함을 가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자라지 않는 나무는 누구에게나 비루해보일지 모르나 시인은 그 나무의 위대함을 간파하였고 이를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또한 결국 손상기가 걸어간 길, 즉 왜소한 체구가 그어놓았던 세상의 경계를 지워버린 그의 위대한 삶은 시인이 가야할 길이 되는 것이다.
영산에서 장마 가는 길에 보았던 여자가 늪을 보고 돌아
올 때까지 땡볕을 받으며 그 자리에 서 있다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두고 온 사람처럼 멀리 장마 쪽을 바라보다 문
득 고개를 숙이고 발끝을 내려다본다
오래 기다림을 잃은 것인지 짐승처럼 흰 눈자위를 가
지고 있다
아무도 없는 한낮의 1008번 지방도, 여자는 검은 점처
럼 이정표가 되어 서 있다 햇볕이 타들어가는 길 위에서
시간은 검은 옷을 차려 입고 오래 여자의 영혼을 괴롭
혀왔다
두꺼운 검은 윗도리와 긴 치마를 의식을 거행하는 사
제처럼 입고 여자는 길을 묻는 내게 까맣게 탄 얼굴로
천천히 늪 쪽을 가리켰다
무덤에서 나온 철릭 같은 검은 옷을 걸치고 무엇에 홀
려 길 위를 떠도는 여자를 나는 알고 있었던가
검은 옷을 발끝까지 차려입고 방언과도 같은 말들을
중얼거리며 전철역이나 후미진 골목길 혹은 사거리의
한복판에서 힐끗힐끗 곁눈질을 하며 앓고 있는 병을 옮
길 사람을 찾고 있는, 발걸음이 매우 빠른 어떤 여자를
나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신들린 여자의 눈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신들린 여자의
다리를 붙들고 그 아래에서 울어본 적도 있다 신들린
여자의 순결한 자궁 속에 들어가 한세상 웅크리고 있어
본 적도 있다
장마 가는 길, 머리가 타들어가 재처럼 푸석푸석해지
는 줄도 모르고 아직까지 서 있는 저 검은 옷의 여자를
어머니라 불러본 다음 장작더미위에 올려놓고 싶다
- 「신들린 여자」 전문
신들린 여자에서 신들린 여자는 기다림의 표상이다. 그녀는 햇빛이 타들어가는 길 위에서 검은 점처럼 이정표가 되어 서있다. 또 오랜 기다림으로 흰 눈자위를 가지게 되었다. 무더운 날씨에 무덤에서 나온 사제처럼 검은 옷을 입은 채 끊임없이 서 있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 수 없지만 신들린 여자는 그렇게 서 있는 것이다. 신들린 여자의 차림새와 그녀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신들린 여자의 기다림은 어딘가 모르게 안타깝고 쓸쓸한 느낌이 든다. 또 우리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만 이 시의 화자는 신들린 여자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본 적이 있고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울어본 적이 있으며 그녀의 자궁 안에 웅크리고 있던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신들린 여자를 어머니라고 불러 본 다음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시인의 어머니가 신들린 여자였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 시의 화자는 신들린 여자를 어머니라고 불러 볼 정도로 그녀와의 거리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녀의 눈을 본 적 있고 그녀의 자궁 안에 웅크리고 있었던 적이 있다고 느낄 만큼 신들린 여자와 시의 화자는 가깝다. 또 장작더미에 올려놓고 싶다는 부분에서는 애증마저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이 세상과 그 속의 사람들과 교감하고 그들을 인지하는 방식을 알게 된다. 그 대상이 신들린 여자라고 해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조용미 시인은 1962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0년 『한길문학』에 시 「청어는 가시가 많아」를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2005년에는 제16회 김달진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1996년 실천문학사에서 발간된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2000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된 시집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가 있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은 2004년에 발간된 그녀의 세 번째 시집이다. 모두 4부로 나누어진 이 시집은 '가시연', '불멸', '자라지 않는 나무', '거울 속의 산', '작은 새의 죽음', 몽산포 일기', '부화석' 등 6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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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3.08.22
  • 저작시기2012.12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948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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