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노 분석

본문내용

다로부터 매듭지어진다. 바닷가로의 도착은 에이다에게 새로운 삶을 야기 시킨다. 그 곳에서 남편을 처음 만나고, 베인스와 첫 데이트(?)는 그녀에게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해변가에서 나무 조각이 떨어져 나간 궤짝 틈으로 에이다가 손을 집어넣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에이다가 세상을 향해 작은 구멍으로 가쁜 숨이나마 쉬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조금도 적극적인 의미로 따지고 보자면 스스로 억압을 풀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또한 에이다의 옷, 검은 색은 우울과 절망, 어둠을 상징한다. 그런 의미에서 활력이나 밝은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반항이라고 볼 수 있다. 피아노가 바다에 버려지는 장면에서, 에이다는 낡은 자아의 껍질을 벗고 새로운 인간으로 탄생한다. 이점은 관처럼 여겨지는 피아노를 바다 속 무덤에 버리고, 밧줄을 끊고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는 그녀의 모습을 통하여 상징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피아노가 바다 속으로 떠밀려 버려지는 순간에 자살을 원하듯 그녀는 밧줄에 발을 넣어 피아노와 함께 물속으로 빨려들어 갔다가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다음처럼 생각한다. “죽음! 우연! 놀라움! 내 의지는 삶을 선택했는가? 그러나 그것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놀라게 만들었다.” 그녀가 밧줄을 끊고 물위로 올라오는 장면은, 마치 양수 속의 태아
가 탯줄을 끊고 탄생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에이다의 내면의 목소리로 맺는다. 밤에는 바다 밑 무덤 속의 내 피아노를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 내 자신이 그 위에 떠있는 것을 본다. 그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너무도 고요하고 조용해서 나를 잠 속으로 이끈다. 그것은 기묘한 자장가이다. 그리고 나의 자장가이다. 소리가 존재한 적이 없는 그런 고요가 있다. 소리가 존재할 수가 없는 그런 고요가 있다. 차가운 무덤 속.
인용문에서 보여 지듯, 에이다는 가상적인 죽음으로부터 부활한다. 남성우월 의식과 가부장 문화라는 올가미에 목이 졸려 지내던 불행한 과거는 여전히 남아 있으나, 이제는 홀가분한 주체로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녀가 자신의 분신이었던 피아노라는 물건(fetish)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베인스라는 인간의 사랑을 얻었기 때문이다. 또 올가미를 벗어버린 그녀는 남성의 언어가 아닌 자신만의 언어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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