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에 대한 감상문

본문내용

을 정치적으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햄릿은 가부장적 원칙이 클로디어스와 같은 악인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된다. 그 결과 햄릿은 혈통의 정통성을 증명하기 위해 생부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자연적’혈통법칙과 친부의 살해자 숙부를 아버지로 인정해야 하는 사회문화적 가족법칙에 이중적으로 구속되게 된다.
클로디어스는 가부장적 햄릿의 압박과는 다르게 복수의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르네상스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선왕 햄릿이 전쟁과 살생으로써 노르웨이와의 분쟁을 판결 지었는데 반하여, 클로디어스는 전쟁이 아닌 협상으로 외세의 침략을 방지한다. 그래서 클로디어스는 혈통법칙보다 개인의 욕망이 우선 될 수도 있다는 르네상스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현세에서 세력을 형성하는 일에는 집요하리만큼 집착을 보이면서도, 현세에서 획득한 힘을 혈통을 통해 세습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는 혈통의 원칙조차 자기가 소유한 것들을 현세에서 유지시킬 목적으로 이용한다. 이러한 클로디어스의 햄릿과 르네상스적 어느 면에서 같은 입장은 햄릿의 복수의 정당성을 약화 시킨다.
햄릿의 이야기는 죽음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난다. 극의 도입부에서 부친의 죽은 햄릿에게 기념해야 할 이상적 원형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 그에게 행동의 동기를 제공해 준다. 레어티즈 같은 단순한 혈통정의의 도구로 전략되기를 거부하는 햄릿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포괄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즉 햄릿은 결국은 죽었지만, 그의 관객입장에서 볼 때 고귀한 삶과 죽음은 또 하나의 새로운 부활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대립적 가치들이 동등한 대접을 받으며 조화되는 사회란 현실에서는 그 실현이 몹시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이다. 실제 삶에서 우리는 언제나 많은 가능성들 중에 아주소수의 선택의 기회만 갖게 된다. 우리는 많은 경우 우리의 경험과 판단으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을 따름이다. 대다수의 인류가 가부장적 혈통법칙을 선택한 것은 그것이 그들에게는 여태까지 지구상에서 생존해온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하나의 선택으로 무시된 다른 가능성들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과 고민에 대해서 가능한 한 폭넓은 이해와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셰익스피어는 극 햄릿을 통해 호소하고 있다. 햄릿의 가치는 그것이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어떤 한 가지 해결책만이 옳은 것이라고 결론내리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모든 가능성을 다 포함하는 것이 인생이며 모두 옳은 일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입을 통해 연극의 목적은 본질 그대로 “자연을 비취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햄릿이 혈통법칙의 경계를 넘어섰듯이, 작품 햄릿도 복수극 형식의 경계를 넘어서 보편적 삶의 조건에 대해 사색하는 예술이 되었다. 주인공 햄릿은 내면의 정신적 편력을 통해서 자신 속에 우주 전체를 담는 영원한 인간이 되고, 햄릿은 그런 불멸의 예술 작품이 된다.

키워드

햄릿,   세익스피어,   4대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