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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바라보는 신반장의 시선. 그런것이야말로 ‘살인의 추억’이 담아내는 1980년대의 모습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촬영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어둡고 차가우면서도 묘하게 고급스러운 색감을 내는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촬영뿐만 아니라 조명에도 상당한 공이 돌아가야겠지만, 이 영화가 완벽에 가까운 짜임새를 갖게 된 것은 그 안에서 영화의 장면에 따라 완벽한 구도를 보여주는 콘티와, 그것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촬영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논리와 감으로 나눠진 태윤과 두만이 신반장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사라지며 서로의 주장을 하는 장면이 잘 짜여진 콘티의 위력을 보여준다면, 배경을 중심으로 늘 등장인물들을 중심에 놓고, 그러면서 지극히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화면을 만들어내는 촬영은 현규를 취조하는 형사들의 모습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처음에는 용구와 두만, 광호가 함께 있고 태윤은 멀리 떨어져 있던 상황에서 현규가 잡히고 나서는 현규의 반대쪽에서 모두 뭉쳐서 현규를 노려보고 있는 장면이 주는 의미를 전달하는 차갑고 무거운 화면이 주는 위력은 그동안 조금씩 유머로 분위기를 풀었던 영화를 한순간에 끌어올린다. 또한 영화의 주연을 맡은 송강호와 김상경의 연기는 영화에서 감독이 통제하기 힘든 요인이면서, 동시에 그런 연기자의 연기야말로 영화를 살아 숨쉬게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자칫하면 철저한 스토리에 숨이 막힐수도 있었던 영화에 여유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송강호와 김상경의 인간적인 면에 의해서이다. 식당밥 먹는데 왜 자전거 영수증 주냐는 말 한마디로도 사람을 웃길 수 있는 것은 송강호라는 배우가 아니라면 힘든 것이었고, 김상경은 논리적인 형사에서 분노의 감정에 의해 치닫는 형사의 연기속에 도회적이고 아웃사이더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함께 담아내면서 그런 변화를 도식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중후반에서 보여주는 ‘시골 형사’ 두만의 모습에 비해 초반 아이들에게 ‘엿’을 먹이는 두만의 표정이 지나치게 Cool하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이들의 연기는 영화의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20여년이 다되어가는 사건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보다도 ‘살인의 추억’이 인상적일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영화 자체 내에서는 완벽하게 짜여진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결국 태윤의 ‘분노’로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다 잡은줄만 알았던 범인을 1980년대의 독특한 상황 때문에 놓치고, 또 잡는다해도 오히려 증거부족이라는 ‘논리’적인 측면에 의해 가로막히게 되는 사이 태윤은 화성군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논리로만은 설명될 수 없었던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영화 안에서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것은 지나칠 정도로 촘촘하게 짜여있어 갑갑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이 영화를 한번에 터뜨려주면서 그동안 범인의 존재에만 초점을 맞추던 관객들을 태윤의 입장에 동화시키며 그 증오와 분노의 감정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끌어나가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인 것이다. 단지 범인이 누구일까를 넘어 한국의 상황 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범인을 잡고 싶게 만드는 힘. 그것이야말로 논리와 감성이 공존하는 ‘한국적’인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플란다스의 개’에서 현대 한국사회의 가장 상징적인 배경중 하나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속에서 코미디와 스릴러를 섞고, 그 안에서 한국사회의 이상한 아이러니를 보여준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 안에서 그것을 한국에서 있었던 실제 사회속에 그것을 보다 매끈하게 녹여내면서 또 한 지점으로 나아가는 것에 성공했다. ‘플란다스의 개’보다 독특한 면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매우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고 이야기하려던 ‘플란다스의 개’에 비해 ‘살인의 추억’은 보다 ‘재미’있고 ‘잘’ 찍었으며, 동시에 보다 전체적이며 깊이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의 그 시절은 이제 그 살인자에게, 그리고 정권의 가해자들에게는 점점 잊혀가는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이제부터이다. ‘살인의 추억’은 그것의 가장 분명한 시작을, 지금의 ‘한국’이 가지고 있는 방법들로 풀어냈다. ‘살인의 추억’은 가장 위대한 한국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완벽한 ‘한국영화’로 남을 수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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