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서평 간절하게 참 철없이
본 자료는 2페이지 의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여 주세요.
닫기
  • 1
  • 2
  • 3
  • 4
  • 5
  • 6
  • 7
해당 자료는 2페이지 까지만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2페이지 이후부터 다운로드 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차

1. 자본주의의 윤리로 본 추억의 풍경

2. 고된 삶의 얼굴

3. 길 떠나는 시

본문내용

올라가던
느린 발소리와 끙, 하던 안간힘까지 돌아가시고 나자
그만
길도 돌아가시고 말았다.
풀들이 우북하게 수의를 해 입힌 길,
지금은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길 위로
조의를 표하듯 산그늘이 엎드려 절하는 저녁이다.
「조문」중 일부 안도현, 『조문』, 창비
안도현의 《간절하게 참 철없이》를 읽노라면 시인의 일상과 시인이 사는 마을, 주변의 인물들이 평화롭고 조화로우며 더 없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진다. 시인이 보고 듣고 느끼는 일상에 문득문득 찾아오는 사색의 순간들이 시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안도현 시인의 일상 공간은 자연과 인간이 동등한 생명으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이다. 동내 좋은일 굿은일 다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편가르지 않는 세상을 사시고 법 없이도 공평하신 할아버지, 늘 보이시던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는 그 허전한 구석을 어떻게 메워야 할 것인지, 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까지 아버지는 산에 땔감을 하러 지게를 지고 가셨다. 겨울 내내 쓸 땔감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초겨울부터 하루도 거르는 법이 없었다. 일요일이면 어머니와 식구들도 아버지를 따라가서 나무를 해오곤 했다. 지게를 지고 산을 어슬렁어슬렁 올라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언제나 쓸쓸해 보여서 나는 매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곤 했다. 아버지가 만들어 가시는 길은 토끼 길처럼 좁은 산중턱을 뱀처럼 꿈틀꿈틀 돌았다. 잔솔가지 나무를 지게가득 지고 내려오시는 아버지 얼굴에는 언제나 쓸쓸함보다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길은 항상 쓸쓸했다. 그 길은 여름이면 없어졌다 겨울이면 나타나는 길이라고 하셨다. 그가 오가던 길과 그가 만나던 사람들도 이제 그가 사라짐으로서 모두 허망하게 접혀버리고 오직 남은 자에게 아릿한 추억만 각인된다. 시를 읽다보면 길에 대한 시들은 많지도 적지도 않다. 가령 꽃에 대한 시들보다야 적겠지만, 그렇다고 길에 대한 시가 적은 것만은 아니다. 길은 곧 시선이다. 시인의 몸과 마음이 가닿는 곳, 그것이 시의 길인 셈이다. 시인은 모든 길을 스스로 만들며 간다. 시인은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걷는 사람인 동시에 지도를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지구는 그로 인해 행복한 미로다. 때로는 오래 헤맴과 머무름을 강요하는 시가 있는 반면 금방 출구를 드러내는 미로가 뒤섞여 있다. 지금 읽은 시들 역시 그렇다. 어떤 길은 너무 짧고 어떤 길은 너무 아름답다. 그렇다면 자연과 공존하는 평화로운 이 공간에서 시인의 삶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 공간 속에서 이상적인 삶은 이시에 등장하는 ‘조성오할아버지’와 같은 삶일 것이다. 소박하고 인정 있게 ‘어두운 동네 노인들 편지 읽어주고 먼저 떠난 이들 묏자리도 더러 봐주고 추석 가까워지면 동네 초입의 풀 환하게 베고 물꼬싸움 나면 양쪽 불러다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심판봐주던’ 할아버지의 삶은 그대로 ‘동네의 길’이 된다. 이러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길도 돌아가시고 말’았으며, ‘풀들이 우북하게 수의를 해 입’히고 ‘조의를 표하듯 산그늘이 엎드려 절’하게 되는 것이다.
  • 가격2,000
  • 페이지수7페이지
  • 등록일2009.11.03
  • 저작시기2008.9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559310
본 자료는 최근 2주간 다운받은 회원이 없습니다.
청소해
다운로드 장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