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독후감] 한국사 - 이종범 사림열전 1권(소쇄원의 바람소리)을 읽고

본문내용

정치인들과는 얼마나 다른가.
이들 사림은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새로운 정치적 실험을 했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며 임금의 하늘은 백성이다\'는 신념과 \'해와 달이 사사롭게 비추지 않듯이 임금부터 \'사\'와 \'리\'를 포기해야 인정을 베풀 수 있다\'는 공론의 힘이 그 꿈을 뒷받침했다.
\'한전론\'과 \'현량과\'등에서도 사림이 추구했던 개혁의 내용성을 엿볼 수 있다.
한전론은 개인의 토지소유를 일정하게 제한해 백성의 가산을 균등하게 하고자 했던 토지개혁론, 많은 토지를 소유한 훈구파 공신과 지방 토호, 든든한 자본을 바탕으로 물산을 독과점했던 대상인들이 싫어했음은 당연했다.
모든 개혁에는 기득권의 저항이 따른다는것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량과는 외척과 ㄱ오신이 사사로운 인연에 따라 운영했던 천거제를 바꾸어 덕망과 인물을 갖춘 인재를 사림의 공론에 따라 선발하자는 취지였다.
이 역시 관리충원체계를 뒤흔들 파괴력을 지닌 개혁조치였다.
국정운영에 있어 왕과 신하간 수평적이고 동등한 소통도 강조됐다.
\'군신공치,동의정사,\'를 주장한 조광조 같은 이는 신하가 엎드려 고개 숙이지 않고 임금과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거침없이 권력의 불의를 비판한 정신은 오늘에도 유효하다.
저자는 개혁이 지닌 의미를 이렇게 쉽게 설명한다.
\'좋은것을 한번 맛보면 나쁜것을 수용 못하는 법\' 이라고.
그 한 예로 정약용이 황해도 곡산 부사를 거친 다음에 그 곳에서 수탈과 탐학에 항거하는 민란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꼽는다.
그는 옛인물을 조명하는 일이 자쳇 과거 시점에만 머물지 않도록 오늘에 맞닿는 의미를 캐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올바른 역사는 승패의 관점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최부의 역사론 역시 풍부하게 읽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신라중심주의와 패권주의를 벗어나 삼국이 대등하게 대적하였다는 관점을 내세웠던 최부의 \'삼국균적론\'은 남과 북 통일 이후의 역사 서술에도 유용하다.
\"삼국균적론을 적용하면, 우리 당대는 새로운 정통을 세우기 위한 통일운동시대로 정의하면서 남과 북이 모두 통일 창출 과정에서 당당한 주체였다는 점을 균형감 있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통일 이후 한 편의 우월과 차별을 넘어 진정한 협력과 상생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역사 속 그 인물들을 만나는 의미는, 그들에게서 인간과 시대를 보는 긴 호흡을 배우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데도 비장한 위로와 각성이 된다고 말한다.
또 저자는 “역사의 진정한 가치는 승자만이 구가하는것이 아니고 패자를 통하여 구현되는 것이며, 진실의 힘이야말로 훗날의 아름다운 생명의 원천이 된다는 점을 새삼 들추고 싶다. 따라서 이 책은 아름다운 패자를 위한 예찬이며 희망을 찾아가는 순례의 여정에 바치는 노래다.”라고 밝히고 있다.
올바른 역사는 패자를 잊지 않는다는 교훈을 확인하게 한다.
올곧고 청렴하며 굽히지 않는 기개로 한없이 아름다웠던 여덟 사림들의 이야기를 보고 조선시대 16세기 시대적 상황에만 맞물려 잊혀진 이야기로 치부하지말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근본적인 정신이 어떤것인지 그 원천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짐할 수 있는 과제였고 잘 알지 못했던 역사와 인물들을 알게된데다 뜻밖의 교훈들에 매번 감탄하고 깨달았다.
아까 언급했듯 정치외교학부에서 공부하면서 그 뿌리가 어떤것인지, 단지 학문적으로 충족하는 것이 아닌 여덟 사림들중 한사람 한사람이 되어보며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
조선시대 16세기의 아름다운 선비들과 함께한 행복한 몇일이 앞으로 내 철학과 사상에 얼마나 크게 오랫동안 자리잡을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이 감동을 잊지는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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