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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본문내용
후의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신을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애쓴다. 당장에 신의 선을 사용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더 큰 죄를 짓고 용서 받고 싶어 하는 이상한 이기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신은 말한다. 오직 나만이 너희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할 수 있다고. 비참에 대한 구원을 너희 안에서 찾는 것은 헛된 일이라고. 인간은 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자기가 존재하고 또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도 내가 왜 신과 나를 놓고 사유하고 있는지 답은 알 수 없다. 혼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신을 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신과 내가 갖는 관계는 생각만큼 거대하지 않고 의외로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존재. 왜 전부 나의 잘못일까. 신은 나를 사랑한다. 사랑은 위험하다. 있지도 않은 것에 사유하지는 않는다. 사유, 그것은 신과 나의 존재를 끊임없이 들여다보듯 당연히 해야만 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 두려움만이 우리가 마음속에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상의 쾌락을 사랑한다고 해도 의심스러운 증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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