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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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마라톤과 신발의 어울림. 처음에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을 그 퇴색한 신발이라고 말했다. 신발은 소년의 발을 담고 뛰어간다. 잃어버린 신발을 찾기 위한 다른 신발의 숨차고 힘겨운 노동이기도 하다. 옆구리가 터질 듯한 그 신발은 그러나 쌩쌩하고 매끈한 신발들을 이기고, 그만 원하지도 않게 목적을 초과 달성해 버렸다. 소년은 결국 세상이 칭찬하지만 자신에게는 소용없는 1등을 해버렸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인다.
그러나, 영화 말미에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백미이다. 하나는 아빠의 자전거에 실린 작은 박스 두 개이다. 그 박스의 틈새로 보이는 건 분명 두 켤레의 운동화이다. 그러나 영화는 더 이상 이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살짝 비춘 뒤 지나간다.아이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운동화를 아빠는 정원일로 번 돈으로 아마도 사온다. 영화의 태엽을 돌아가게 하던 긴장은 이토록 완전하고 흐뭇하게 해결됨을 보게 된다. 영화는 남긴다. 여기엔 세상을 향해 빙긋 웃는 천사의 미소 같은 소리없는 이야기가 들린다. 얘들아, 고생했지?! 너희를 위한 선물이다. 또 한 가지. 집 앞의 물탱크 앞에서 소년은 마라톤으로 부르튼 발을 드러낸다. 너덜너덜한 헝겊같은 운동화를 천천히 벗겨내자 신발의 헤진 부위 때문에 생겼을 상처들이 보인다. 물 속으로 발을 넣어 상처를 달래고 있을 때 붕어들이 다가와 살을 간질이는 모습은 길게 잔영으로 남는다. 소년의 마음을 알아주고 수고를 달래주고 싶은 관객의 마음이 저 붕어들의 지느러미에 매달린다. 시선은 따뜻하다. 가난은 저주가 아니라, 가난은 진정한 천국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확연히 들려지는 듯하다.
Ⅲ. 마치며..
진정한 힐링은 바로 감동이다.
요사이 트렌드를 살펴보면, 힐링이 대세이다. 힐링캠프, 힐링 스토리,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천만 관객을 훌쩍 넘은 이유도, 그 영화에 힐링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삭막한 세상가운데 이리도 힐링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힐링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 것을 의미하지 않나 싶다. 나는 말하고 싶다. 한편의 감동 있는 영화도 힐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 마라톤 대회에 나가.어린이 마라톤 대회 상품이 있어. 3등 상품이 운동화야." 달리기에 1등해서 미안한 알리의 표정을 통해 요사이 1등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힐링을 줄 수 있다. 영화의 잔잔함, 잔잔함 뒤에 오는 격한 감동이 힐링을 선물로 주고 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많지 않다. 배우 또한 명연기로 빛나는 탑 스타들도 아니다. 극적인 카메라 앵글이나, 헐리우드 액션도 찾아보기 힘들다. 최소한의 사운드와 연기, 허름하기 짝이 없는 평이한 촬영기법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이고,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알리가 동생 자라를 위하는 마음, 자기가 알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배우들의 순박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하여, 100%표현된다. 이 영화의 잔잔함은 눈물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감동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렸던 감성을 찾게 해준 진정한 힐링 무비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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