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로원 기관 방문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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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할머님께서 오셨다. 할머님은 놀라시기 보다는 그냥 자연스레 제 옆에 앉으셨다. 그 할머님께서 오시자마자 두 할머님께서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녀요~” 그러시는데 그 할머님은 곧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일어서셨다. 할머님은 방에 가만히 있기보다 늘 어디를 돌아 다니는게 좋다고 하신다. 마치 무언가를 찾아다니시는 듯 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건 아마 사람 사는 냄새를 찾아다니시는 건 아닐까? 돌아가실 때 보니 할머님께서는 많은 분들이 모여 앉은 TV앞에 앉아계셨다. 간다고 하니 손을 꼭 붙잡아 주시며 조심히 잘 가라고 따뜻한 눈빛으로 얘기하시는데 이유 없이 가슴이 뭉클해졌던 것 같다.
순복 할머님께서는 계속 장난치시고 농담하셨는데 이야기 중간 중간에 계속 “ 부모님한테 잘 해야 돼~꼭!! 알았지??” 하고 강조하셨다. 헤어지실 때까지 5번 넘게는 말했던 것 같다.
할머님 한 분 한분 다 말 못할 사연들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처음 만나 뵈는 나로써 그걸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그 사연을 얘기하자면 어찌 하루 만에 다 끝낼 수 있을까.
할머님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누군가에게 말하자면 정말 하찮고 일상적인 이야기 일 수 있으나 그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할머님의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고 말할 수 없는 따뜻함이 오고갔던 것 같다. 성로원에 가기 전 할머님들께 물어볼 형식적인 대화들을 적어갔지만 그러한 것들은 결국 다 부질 없는 짓이었다.
처음 만나는 분들이었지만 마치 전에 어디선가 만난 듯한, 마치 늘 언제나 나를 기다리시는 내가 오면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우리 할머니’를 만나고 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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