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경찰이긴 하지만, 그들은 그다지 고독하지 않다. 이 사회에서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임은 틀림없지만 그들은 범죄를 수사하는 동안 극단적으로 관조적이고 허무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는 않으며, 혹여나 그럴지라도 카메라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비춰지지 않는다. 시간의 뒤섞임이나 역행 혹은 낭만적인 나래이션도 존재하지 않는다. 두 인물은 모두 열정적으로 수사에 임하고(퇴직을 일주일 앞둔 서머셋 형사도 결국은 메트로놈을 집어던지는 것을 상징으로 밀즈와 파트너가 되어 적극적으로 범죄에 동참하게 된다), \'범인이 누구인가\'도 이 영화의 주된 요소이자, 관객들을 궁금하게 하는 점이다. 물론 범죄 스릴러처럼 시종일관 긴장을 가지고 범인이 대체 누구인지만을 쫓고 찾아내는 것이 다인 영화는 아니지만, 기존 느와르의 인물에 비해서는 조금은 가볍고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 중 하나를 이 영화의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닌 두 명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세상을 살아가고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판이하게 다른 젊은 피의 다혈질적인 밀즈 형사와 연륜 있는 서머셋 형사가 주인공이다. 가치관의 갈등을 한 인물 안에 집약시킴으로서 더욱 혼란스럽게 하거나 비관적이고 허무함이 깃든 하나의 주인공을 만들지 않음으로서 줄곧 관객을 염세주의로 몰아넣기 보다는, 각각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형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조금은 친숙하게 이 사회에 대한 환멸과 문제점을 자각시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사회를 비판하는 것이 시각적인 요소나, 사건을 통해서도 그렇지만 서머셋 형사와 범인의 \'대사\'를 통해서라는 점이 바로 이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또한 영화는 그들이 처음 서로를 의식하면서 껄끄러워 하다가 트레이시가 서머셋 형사를 집에 초대함으로서 둘은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사건을 조사할 정도로 가까워지게 되고, 마지막 시체를 찾으러 가는 시퀀스에서는 나란히 서서 면도를 하며 농담을 주고 받게 되는 과정까지를 사건의 진전과정 사이 사이에 보여주는데 이러한 \'buddy mode\'를 가미함으로서 영화의 개성을 살려주고 있다. <이중배상>과 같은 느와르 영화를 보면서는 이 시대의 염세주의에 푹 빠져 그가 퍼시픽 보험회사의 자동문에 스러지는 모습을 실소를 머금고 보았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는 범인과 서머셋 형사가 현대사회를 무관심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적 메시지를 조금 마음을 열고 수용하면서 보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세븐>을 보면서 느와르의 관습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느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네오-느와르의 경향 또한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여타 느와르 감독들의 세계관과는 다른 데이비드 린치 감독만의 세계관과 그를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미쟝센과 몽타주 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영화는 음악,회화,철학 등이 모두 담겼다는 의미에서 종합예술이기도 하지만 그 역사적인 배경과 장르적인 관습, 그리고 감독만의 독특한 관점에 의해 변주된 구성요소들을 다같이 볼 수 있기에 더욱 영화의 종합예술적인 특성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다.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