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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얼 서스펙트’는 그 제목과는 사뭇 다르게 내게 평범하지 않게 다가왔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본 다음부터 범죄영화, 그 중에서도 스릴러와 느와르는 내가 정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추구하게 되었고, 내 나름대로 영화의 장르에 대한 계층을 만들게 했다. 그 후에 장르영화의 최고 계층은 범죄영화, 그 중에서도 스릴러와 느와르가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내 머리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스릴러와 느와르는 좋아하는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 스릴러는 스릴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사실 나는 신체적인 스릴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싫어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맛보는 스릴, 체력의 한계에서 맛보는 스릴은 내게 그다지 쾌감을 주지 않는다. 불편함과 고통만이 가득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맛보는 스릴은 내게 최고의 쾌감을 선사한다. 자신에게 가득한 쾌감을 가져다 주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쾌감이라면. 느와르도 물론 스릴을 가져다 주긴 하지만 그런 지적 스릴 보다는 썩어가는 사회에 대한, 우리가 어찌 해볼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신랄한 고발, 그리고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느끼는 무기력함. 신랄한 고발과 그 뒤에 오는 무기력함이 내게 미묘한 감정을 전달해준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그런 생각은 나의 사고를 좀더 비판적으로, 합리적으로 만들어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우리나라에 아직 자리잡지 않고 있으며 매우 안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좋은 영화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데 매우 감사하고 있으며 <혈의 누>를 택한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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