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리고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외친다.
김 첨지 또 부어, 또 부어!
다시 곱빼기 잔을 들어 마시고 치삼이의 어깨를 툭툭 친다.
김 첨지 (큰소리로 웃으며)하하하 여보게 치삼이,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오늘 손님을 태우고 정거장에까지 가지 않았겠나?
김 첨지의 웃음소리에 술집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김 첨지를 향한다.
치삼이 그래서?
김 첨지 갔다가 그저 오기가 안됐데 그려. 그래 전차 정류장에서 어름어름하며 손님 하나를 태울 궁리를 하지 않았나. 거기 마침 마나님이신지 여학생이신지 망토를 잡수시고 비를 맞고 서 있겠지. 슬근슬근 가까이 가서 인력거를 타시랍시요 하고 손가방을 받으려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핵 돌아서더니만 ‘(흉내 내며)왜 남을 귀찮게 굴어!’ 어이구 소리가 처신도 없지, 허허.
술집 안이 웃음소리로 시끄러워진다. 웃음소리가 다 사라지기도 전에 김 첨지가 울기 시작한다.
치삼이 (어이가 없는 듯이)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무슨 일인가?
김 첨지 (코를 훌쩍이며)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
치삼이 (놀라며)뭐?!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김 첨지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치삼이 엣기 미친놈, 거짓말 말아.
김 첨지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크게 한숨을 쉬며)마누라 시체를 집에 뻐들쳐 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
김 첨지는 엉엉 소리 내어 운다.
치삼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원 이 사람,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
치삼이가 김 첨지의 팔을 잡아끌었지만 김 첨지가 뿌리쳤다.
김 첨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으며)죽기는 누가 죽어, 죽기는 왜 죽어, 생떼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이 밥을 죽이지. (박수를 치면서 큰소리로 웃으며)하하! 인제 나한테 속았다.
치삼이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아주먼네가 앓는단 말은 들었는데. (불안한 듯이)그만 돌아가 보지 그래.
김 첨지 (고개를 저으며 소리를 지른다)안 죽었어, 안 죽었대도 그래. 여기 곱빼기 한 잔만 더 줍시오! 그리고 설렁탕도 한 그릇만 포장해 주시게!
3장 김 첨지의 집
낭독자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김 첨지가 대문에 한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무시무시한 정적이 그를 덮쳤다. 늘 들려오던 기침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는 것은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리는 침묵을 깨뜨린다기보다 침묵을 더욱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그윽한 소리였다. 빡빡 거리는 젖 빠는 소리만 날 뿐 꿀떡꿀떡 넘어가는 소리는 없으니 빈 젖을 빤다는 것도 짐작 할 수 있었다.
들어가는 것을 망설이던 김 첨지는 이내 대문 안으로 온전히 들어간다.
김 첨지 (고함치며)이 난장 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
김 첨지는 방문으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연다.
김 첨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소리친다)이 오라질 년, 주야장천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김 첨지가 누워 있는 아내의 다리를 찬다.
‘응애’
개똥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어 놓고 운다.
김 첨지는 아내의 머리맡에 다가가 아내의 머리를 흔든다.
김 첨지 (화를 내며)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아내 ........
김 첨지 (힘 빠진 목소리로)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아내 ........
김 첨지 (떨리는 목소리로)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아내 ........
김 첨지 (울음을 터뜨리며)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 버이..
김 첨지가 아내의 치뜬 눈을 발견한다.
김 첨지 (오열하며)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느냐, (목이 메어 말끝을 흐리며)응?
김 첨지의 눈물이 아내의 얼굴이 떨어지고 김 첨지는 제 얼굴을 죽은 아내의 얼굴에 가져가 미친 듯이 비벼댄다.
김 첨지 (엉엉 소리 내어 울며)설렁탕 한 그릇 먹고 싶대서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오열하며)괴상하게도 오늘은!(흐느끼며)운수가, 좋더니만................
암전
함께 생각해봐요
1. 작가는 왜 제목을 ‘운수 좋은 날’ 이라고 표현했을까?
2. 작품 속 상징적인 표현에는 무엇이 있을까?
3. 김 첨지에게 술집은 어떤 의미일까?
제 생각은요
1.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은 김 첨지에게 행운이 계속 되었지만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내를 잃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운수가 좋았다고 반어적으로 표현하였다.
2. 작품의 첫 부분부터 내리면서 암울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비’는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고 있고, ‘설렁탕’은 아내에 대한 김 첨지의 사랑을 담은 소재이다.
3. ‘술집’은 김 첨지의 감정이 고조되고 욕구를 해소하면서 하층민의 고된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동백꽃
원작 김유정
각색 공하영
줄거리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산에 가려는데, ‘점순이’네 수탉이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우리 닭의 얼굴과 머리를 다시 쪼아서 피가 흘렀다. ‘나’는 그것을 작대기를 들고 헛매질을 하여 떼어놓았다. 나흘 전 ‘점순이’는 울타리 엮는 내 등 뒤로 와서 갓 쪄서 김이 나는 감자를 내밀었다. ‘나’는 ‘점순이’의 손을 밀어 버렸다. 화가나서 약이 오른 ‘점순이’가 ‘나’를 쳐다 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다음날 ‘점순이’는 자기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아 우리 집 씨암탉을 붙들어 놓고 때리고 있었다. ‘점순이’는 사람들이 없으면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집 수탉과 싸움을 붙였다. 하루는 ‘나’도 우리 집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이고 기운을 낼 때까지 기다려서 ‘점순이’네 닭과 싸움을 붙였다. 그 보람으로 우리 닭은 발톱으로 ‘점순이’네 닭의 눈을 후볐다. 그러나 ‘점순이’네 닭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우리 닭을 쪼았다.
‘점순이’가 싸움을 붙일 것을 예상한 ‘나’는 그의 닭을 잡아다가 가두고 나무하러 갔다. ‘점순이’가 바윗돌 틈에 동백
김 첨지 또 부어, 또 부어!
다시 곱빼기 잔을 들어 마시고 치삼이의 어깨를 툭툭 친다.
김 첨지 (큰소리로 웃으며)하하하 여보게 치삼이,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오늘 손님을 태우고 정거장에까지 가지 않았겠나?
김 첨지의 웃음소리에 술집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김 첨지를 향한다.
치삼이 그래서?
김 첨지 갔다가 그저 오기가 안됐데 그려. 그래 전차 정류장에서 어름어름하며 손님 하나를 태울 궁리를 하지 않았나. 거기 마침 마나님이신지 여학생이신지 망토를 잡수시고 비를 맞고 서 있겠지. 슬근슬근 가까이 가서 인력거를 타시랍시요 하고 손가방을 받으려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핵 돌아서더니만 ‘(흉내 내며)왜 남을 귀찮게 굴어!’ 어이구 소리가 처신도 없지, 허허.
술집 안이 웃음소리로 시끄러워진다. 웃음소리가 다 사라지기도 전에 김 첨지가 울기 시작한다.
치삼이 (어이가 없는 듯이)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무슨 일인가?
김 첨지 (코를 훌쩍이며)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
치삼이 (놀라며)뭐?!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김 첨지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치삼이 엣기 미친놈, 거짓말 말아.
김 첨지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크게 한숨을 쉬며)마누라 시체를 집에 뻐들쳐 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
김 첨지는 엉엉 소리 내어 운다.
치삼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원 이 사람,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
치삼이가 김 첨지의 팔을 잡아끌었지만 김 첨지가 뿌리쳤다.
김 첨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으며)죽기는 누가 죽어, 죽기는 왜 죽어, 생떼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이 밥을 죽이지. (박수를 치면서 큰소리로 웃으며)하하! 인제 나한테 속았다.
치삼이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아주먼네가 앓는단 말은 들었는데. (불안한 듯이)그만 돌아가 보지 그래.
김 첨지 (고개를 저으며 소리를 지른다)안 죽었어, 안 죽었대도 그래. 여기 곱빼기 한 잔만 더 줍시오! 그리고 설렁탕도 한 그릇만 포장해 주시게!
3장 김 첨지의 집
낭독자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김 첨지가 대문에 한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무시무시한 정적이 그를 덮쳤다. 늘 들려오던 기침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는 것은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리는 침묵을 깨뜨린다기보다 침묵을 더욱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그윽한 소리였다. 빡빡 거리는 젖 빠는 소리만 날 뿐 꿀떡꿀떡 넘어가는 소리는 없으니 빈 젖을 빤다는 것도 짐작 할 수 있었다.
들어가는 것을 망설이던 김 첨지는 이내 대문 안으로 온전히 들어간다.
김 첨지 (고함치며)이 난장 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
김 첨지는 방문으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연다.
김 첨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소리친다)이 오라질 년, 주야장천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김 첨지가 누워 있는 아내의 다리를 찬다.
‘응애’
개똥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어 놓고 운다.
김 첨지는 아내의 머리맡에 다가가 아내의 머리를 흔든다.
김 첨지 (화를 내며)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아내 ........
김 첨지 (힘 빠진 목소리로)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아내 ........
김 첨지 (떨리는 목소리로)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아내 ........
김 첨지 (울음을 터뜨리며)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 버이..
김 첨지가 아내의 치뜬 눈을 발견한다.
김 첨지 (오열하며)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느냐, (목이 메어 말끝을 흐리며)응?
김 첨지의 눈물이 아내의 얼굴이 떨어지고 김 첨지는 제 얼굴을 죽은 아내의 얼굴에 가져가 미친 듯이 비벼댄다.
김 첨지 (엉엉 소리 내어 울며)설렁탕 한 그릇 먹고 싶대서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오열하며)괴상하게도 오늘은!(흐느끼며)운수가, 좋더니만................
암전
함께 생각해봐요
1. 작가는 왜 제목을 ‘운수 좋은 날’ 이라고 표현했을까?
2. 작품 속 상징적인 표현에는 무엇이 있을까?
3. 김 첨지에게 술집은 어떤 의미일까?
제 생각은요
1.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은 김 첨지에게 행운이 계속 되었지만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내를 잃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운수가 좋았다고 반어적으로 표현하였다.
2. 작품의 첫 부분부터 내리면서 암울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비’는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고 있고, ‘설렁탕’은 아내에 대한 김 첨지의 사랑을 담은 소재이다.
3. ‘술집’은 김 첨지의 감정이 고조되고 욕구를 해소하면서 하층민의 고된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동백꽃
원작 김유정
각색 공하영
줄거리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산에 가려는데, ‘점순이’네 수탉이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우리 닭의 얼굴과 머리를 다시 쪼아서 피가 흘렀다. ‘나’는 그것을 작대기를 들고 헛매질을 하여 떼어놓았다. 나흘 전 ‘점순이’는 울타리 엮는 내 등 뒤로 와서 갓 쪄서 김이 나는 감자를 내밀었다. ‘나’는 ‘점순이’의 손을 밀어 버렸다. 화가나서 약이 오른 ‘점순이’가 ‘나’를 쳐다 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다음날 ‘점순이’는 자기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아 우리 집 씨암탉을 붙들어 놓고 때리고 있었다. ‘점순이’는 사람들이 없으면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집 수탉과 싸움을 붙였다. 하루는 ‘나’도 우리 집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이고 기운을 낼 때까지 기다려서 ‘점순이’네 닭과 싸움을 붙였다. 그 보람으로 우리 닭은 발톱으로 ‘점순이’네 닭의 눈을 후볐다. 그러나 ‘점순이’네 닭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우리 닭을 쪼았다.
‘점순이’가 싸움을 붙일 것을 예상한 ‘나’는 그의 닭을 잡아다가 가두고 나무하러 갔다. ‘점순이’가 바윗돌 틈에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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