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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포로로 잡힌 명준은 남한과 북한 둘 중에서 어느 곳으로 갈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는 중립국이라는 단어만을 외친다. 그가 그렇게 한 단어만을 외치기 전에 사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길게 피력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그의 시도들이 일방적인 규제와 폭력으로 막히게 되자, 길게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명준은 그저 한 단어만을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뿐 소통을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 곳을 나온 명준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은 아마도 자신이 마주하고 있었던 군인들을 서로 대화하고 뜻을 맞춰가며 소통하는 대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의 이념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려고 하기만 하는 죽은 자로 바라봤기 때문에 자신이 길게 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고, 그렇게 했다는 것에 통쾌함과 동시에 견딜 수 없는 허무함을 지우고자 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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