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내가 그것과 만날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둥그스름한 그러나 튀어나갈 듯이 긴장한 선으로 얼굴의 외곽선을 떠놓고(그것은 나에게 있어 참 이상한 방법이었다) 나는 며칠 동안 고심만 했다.
(……중략……)
“흠! 선생님이 그리는 사람은 외롭구나. 교합 작용이 이루어지는 기관은 하나도 용납하지 않았으니…….”
얼굴의 윤곽만 떠놓은 나의 화폭을 완성된 것에서처럼 형은 무엇을 찾아내려는 듯 요리조리 뜯어보고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그 형을 바라보았다.
‘나’는 혜인과 헤어지고 나서 “갑자기 사람의 얼굴이 그리고 싶어졌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넓은 화폭 속에 얼굴의 외곽선만을 떠놨을 뿐, ‘나’는 얼굴을 그리지 못한다. 이 미완성 된 그림을 보고는 형이 말한다. “교합 작용이 이루어지는 기관은 하나도 용납하지 않았”다고. 여기서 ‘교합 작용을 이루는 기관’이란 다른 사람들과 말하거나, 보거나, 듣거나 하는 등의 감각기관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눈, 코, 입, 귀 등이 없다는 것은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혜인과의 이별 후 얼굴을 그리고 싶다는 ‘나’의 말은 닫힌 자신의 관계를 열고 싶다는 말인 듯 싶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얼굴 중 둥근 모양의 선까지는 그릴 수 있었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감각기관들을 차마 그릴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관계를 열어보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나’가 얼굴을 완벽하게 그리게 될 날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자신의 안에 있는 마음들을 남들에게 다 꺼내보여 줬을 때가 아닐까 싶다.
5. 맺음말
「병신과 머저리」가 인간의 보편적인 내면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작품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1966년 작이지만,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바꿔서 생각한다면 2010년의 입장에서도 공감이 된다. 이러한 점이 문학의 장점, 특히 이청준 소설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청준 소설에 나타나는 정신적 상처는 우리가 이미 갖고 있을법한, 혹은 흔히 갖게 될 수 있는 상처들이다. 형이 전쟁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어떤 일에 대한 책임과 해결 의지가 결여된 의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그 원인을 알지 못하고 개선의 의지 없이 인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이라면 하나 정도는 있을 법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잊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 매사에 개선의지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 말은 곧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현재의 부정적 모습에 고착된 두 형제와 같이 ‘병신과 머저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고찰해 본다는 것은 매우 뜻 깊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문학작품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내적 고통을 우리의 현실과도 적용시켜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중략……)
“흠! 선생님이 그리는 사람은 외롭구나. 교합 작용이 이루어지는 기관은 하나도 용납하지 않았으니…….”
얼굴의 윤곽만 떠놓은 나의 화폭을 완성된 것에서처럼 형은 무엇을 찾아내려는 듯 요리조리 뜯어보고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그 형을 바라보았다.
‘나’는 혜인과 헤어지고 나서 “갑자기 사람의 얼굴이 그리고 싶어졌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넓은 화폭 속에 얼굴의 외곽선만을 떠놨을 뿐, ‘나’는 얼굴을 그리지 못한다. 이 미완성 된 그림을 보고는 형이 말한다. “교합 작용이 이루어지는 기관은 하나도 용납하지 않았”다고. 여기서 ‘교합 작용을 이루는 기관’이란 다른 사람들과 말하거나, 보거나, 듣거나 하는 등의 감각기관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눈, 코, 입, 귀 등이 없다는 것은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혜인과의 이별 후 얼굴을 그리고 싶다는 ‘나’의 말은 닫힌 자신의 관계를 열고 싶다는 말인 듯 싶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얼굴 중 둥근 모양의 선까지는 그릴 수 있었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감각기관들을 차마 그릴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관계를 열어보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나’가 얼굴을 완벽하게 그리게 될 날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자신의 안에 있는 마음들을 남들에게 다 꺼내보여 줬을 때가 아닐까 싶다.
5. 맺음말
「병신과 머저리」가 인간의 보편적인 내면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작품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1966년 작이지만,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바꿔서 생각한다면 2010년의 입장에서도 공감이 된다. 이러한 점이 문학의 장점, 특히 이청준 소설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청준 소설에 나타나는 정신적 상처는 우리가 이미 갖고 있을법한, 혹은 흔히 갖게 될 수 있는 상처들이다. 형이 전쟁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어떤 일에 대한 책임과 해결 의지가 결여된 의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그 원인을 알지 못하고 개선의 의지 없이 인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이라면 하나 정도는 있을 법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잊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 매사에 개선의지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 말은 곧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현재의 부정적 모습에 고착된 두 형제와 같이 ‘병신과 머저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고찰해 본다는 것은 매우 뜻 깊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문학작품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내적 고통을 우리의 현실과도 적용시켜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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