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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은 마지막으로 춘심과 내가 독좌(坐)를 행했다. 사실 춘심과 결혼하는 것은 너무 좋았지만 그 때만 생각하면 진절머리가 난다. 굳이 보여주기식으로 쓰잘데기 없는 행사를 삼 일이나 진행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혼례를 치르고 나서 나와 춘심을 앓아누웠다. 안 그래도 난생 처음 혼례를 준비하면서 긴장도 많이 했거니와 평소에는 얼굴도 보지 않던 친지들까지 대접하려니 당연히 피곤할 수 밖에 없었음이라.
관례가 끝나고 나는 집안 어르신에게 영등신앙에 대해서도 여쭙기로 한다. 가정의 풍요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다가오는 내년 2월 풍신(風神)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단 하루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보름 후, 올라가는 내방신(來訪神)이기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2월 할머니로 부르는 것이 편했으나, 관례를 치르고 난 이후에는 영등신이라고 명칭을 달리 부르려는 습관을 들였다. 내가 사는 제주도에서는 미역, 전복 등 해산물을 증식시켜주는 데 도움을 준다는 믿음이 있다. 그렇기에 내가 붙잡고 질문을 드린 어르신도 내년에는 해조류의 큰 수확을 기대해보자는 말씀을 남기셨다.
내가 질문을 끝내자 춘심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향 얘기를 꺼낸다. 광주 출신인 춘심은 나를 따라 제주도로 시집 온 이후, 고향을 많이 그리워한다. 정확히는 광주시 도척면 노곡리 출신인 춘심은 마을제를 자주 언급했다. 제주도도 마을굿이 있지만 나는 무당을 그리 믿지 않기 때문에관심이 없어 잘 알지 못한다. 무당굿에 들어가는 돈이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하는 것부터 나는 심기가 불편했다. 물론 믿음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마을 형편도 좋지 못한데 그렇게 큰 굿판을 벌이는 것이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었다. 춘심의 출신지인 노곡리는 정제사라는 마을굿을 한다고 한다. 노곡리는 도농복합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전형적인 마을로 두 개의 하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매우 살기 좋다. 설날 저녁에 행해지는 정제사(井祭祀)는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지는 우물 앞에서 무병장수와 초복을 기원한다고 하였다. 사실 초복은 그렇치더라도 무병장수는 하늘의 뜻에 달려 있거니와 자신의 평소 생활습관과 유관한데 큰 돈을 들여 굿판을 벌이는 것이 마땅한가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춘심은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정제사(井祭祀)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자신의 친오빠가 제관이었다면서 말이다. 나라면 죽어도 제관은 하지 않을텐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제관이 되면 여러 금기를 지켜야 했는데 비린 음식을 삼가고 부부생활도 하지 않는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했다. 제주도민답게 생선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제관 노릇은 죽을 맛이겠지. 하도 정제사(井祭祀)에 대해 많이 듣다보니 실제로 본 적은 없어도 그 모습이 상상이 갈 정도이다. 우물을 깨끗이 청소하고 금줄을 둘러쳐서 제사의 시작을 알리고 제관이 머무는 마을회관에도 금줄을 친다. 제사가 종료되면 음식을 마을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잔치를 한다. 우리 마을의 제사도 잘 모르지만 춘심네 마을의 제사는 방법과 의
관례가 끝나고 나는 집안 어르신에게 영등신앙에 대해서도 여쭙기로 한다. 가정의 풍요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다가오는 내년 2월 풍신(風神)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단 하루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보름 후, 올라가는 내방신(來訪神)이기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2월 할머니로 부르는 것이 편했으나, 관례를 치르고 난 이후에는 영등신이라고 명칭을 달리 부르려는 습관을 들였다. 내가 사는 제주도에서는 미역, 전복 등 해산물을 증식시켜주는 데 도움을 준다는 믿음이 있다. 그렇기에 내가 붙잡고 질문을 드린 어르신도 내년에는 해조류의 큰 수확을 기대해보자는 말씀을 남기셨다.
내가 질문을 끝내자 춘심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향 얘기를 꺼낸다. 광주 출신인 춘심은 나를 따라 제주도로 시집 온 이후, 고향을 많이 그리워한다. 정확히는 광주시 도척면 노곡리 출신인 춘심은 마을제를 자주 언급했다. 제주도도 마을굿이 있지만 나는 무당을 그리 믿지 않기 때문에관심이 없어 잘 알지 못한다. 무당굿에 들어가는 돈이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하는 것부터 나는 심기가 불편했다. 물론 믿음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마을 형편도 좋지 못한데 그렇게 큰 굿판을 벌이는 것이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었다. 춘심의 출신지인 노곡리는 정제사라는 마을굿을 한다고 한다. 노곡리는 도농복합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전형적인 마을로 두 개의 하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매우 살기 좋다. 설날 저녁에 행해지는 정제사(井祭祀)는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지는 우물 앞에서 무병장수와 초복을 기원한다고 하였다. 사실 초복은 그렇치더라도 무병장수는 하늘의 뜻에 달려 있거니와 자신의 평소 생활습관과 유관한데 큰 돈을 들여 굿판을 벌이는 것이 마땅한가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춘심은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정제사(井祭祀)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자신의 친오빠가 제관이었다면서 말이다. 나라면 죽어도 제관은 하지 않을텐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제관이 되면 여러 금기를 지켜야 했는데 비린 음식을 삼가고 부부생활도 하지 않는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했다. 제주도민답게 생선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제관 노릇은 죽을 맛이겠지. 하도 정제사(井祭祀)에 대해 많이 듣다보니 실제로 본 적은 없어도 그 모습이 상상이 갈 정도이다. 우물을 깨끗이 청소하고 금줄을 둘러쳐서 제사의 시작을 알리고 제관이 머무는 마을회관에도 금줄을 친다. 제사가 종료되면 음식을 마을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잔치를 한다. 우리 마을의 제사도 잘 모르지만 춘심네 마을의 제사는 방법과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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