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로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독자는 거의 종교적 법열과도 같은 `깨달음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서해는 조국의 여성성이다” “몸이 기진했을 때, 풍경은 기갈처럼 몸 속으로 파고든다”와 같은 금언투의 문장들에 매혹당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것들이 실은 얼마나 치열한 사고와 말 고르기를 거쳐 나온, 고승의 사리와도 같은 추출물인지를 알아차리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알아차리거나 말거나 그의 자전거 예찬은 계속된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 최재봉 기자 ( 2000-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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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 우리 청소년들은 늘 지식을 늘리는 일에 골몰하며 산다. 하지만 도야해야 할 것이 지식만은 아니다. 감성 또한 도야되어야 한다. 대체 느낌이 없고야 어떻게 지식을 자아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느낀다는 것도 절로 되는 일이 아니다. 느끼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느낌은 오는 것, 오시는 것이지만, 받아낼 줄 모르는 사람에게 느낌은 그냥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 잘, 그리고 깊게 느끼기 위해서는 그렇게 느끼는 예를 살펴 따라 해보아야 한다. 그러기에 김훈의 <자전거 여행>만한 책도 별로 없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라는 바늘로 국토를 이불 누비듯 엮어간 바늘땀이 맺혀 있는 책이다. 그렇다. 땀이 베어 있다. 육체와 기계의 절묘한 타협점에 자전거가 있고, 그 위에 몸을 태우고 몸을 저어 땀을 내며 앞으로 가는 김훈이 있다. 그것이 속도를 만들어 바람이 그의 귓가를 스친다. 그렇게 내리막길에 땀을 씻어 내리는 바람을 맞을 때 문득문득 닥쳐온 풍경, 사람, 사물의 표정들이 이 책에 여린 무늬로 새겨져 있다.
이만한 땅에 대한 사랑, 길에 대한 사랑이 있을까? 제 국토를 아끼는 책으로야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도 있다. 그 책엔 현학적일 정도로 지식도 풍성하다. 하지만 함부로 과거로 후퇴하지 않고, 현재에 머무르며, 그 시간 속으로 역사와 사람과 풍경과 사물을 끌어당기기며, 가득한 느낌의 세계를 전하는 것으로야 <자전거 여행>이 한 참 윗길이다.
책을 읽다보면 때로는 스스로 `가엾은 수사학'이라 한 그의 미문이 때로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다. 너무 고와서 탈이다 싶다. 그래도 그의 마음이 그리 미친 느낌에 잠긴 적 있음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란 믿음을 잃게 되지는 않는다.
그는 선암사 화장실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바람이 엉덩이 밑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서 엉덩이가 허공에 뜬 것처럼 상쾌하다. 똥을 누기가 미안할 정도로 행복한 공간이다.… 건강한 몸이 음식물을 아름답게 처리해내듯이 이 놀라운 화장실은 인간의 몸밖으로 나온 똥을 아름답게 처리한다.… 똥으로 하여금 스스로 삭게 해서 똥의 운명을 완성시켜 준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떠오르는 소망 한가지. `아, 선암사 화장실로 똥누러 가고 싶다.' - 김종엽(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 2001-0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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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 "술마신 뒷날 아침, 간밤의 그 미칠듯한 슬픔과 미움과 악다구니속에서, 그래도 배가 고파서 집어먹은 두부김치며 낙지국수가 똥의 원만한 조화에 도달하지 못한채 반쯤 삭아서 가늘게 새어나올때, 나는 화장실에서 처자식 몰래 울었다. 육신을 먹여주고 쓰다듬어주지 못한채 육신과 싸우고 나온 날똥.덜 삭은 재료가 지르는 덜 삭은 비명은 계통없는 아우성이었다"
우리 시대 최고 산문가 중의 하나인 김훈씨의 에세이 <자전거여행>이 출간됐다. "밥"을 벌기 위해 "날똥"같은 인생을 팔아야하는 52세 저널리스트의 슬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가장 뜨거운 날에 가장 굵고 향기로운 소금이 "온다"고 했던가. 슬픔을 연해 되새김질하는 김씨의 눈길은 먹이사슬 맨 밑바닥의 처연한 삶을 향한다.
"공깃돌만한 콩털게도 애처로운 갑옷을 입고 있다. 아무런 방어의지도 없는 그것은 다만 본능의 머나먼 흔적처럼 보인다. 갯지렁이의 집은 밀물에 곧잘 휩쓸려 내려간다. 그는 끊임없이 흙을 뱉어 새 구멍을 내야한다. 갯지렁이의 기구한 무주택의 운명은 갯벌에 지속적으로 산소를 불어넣어 많은 살아 있는 것들의 터전을 꾸민다"
김씨의 산문을 읽는 즐거움은 홑으로 된 글이 겹으로 열리는 신비다.
저자는 그림자로 존재하는 산수유꽃이나 더이상 자라지 않고 단단해지는 대나무에 대해 말할 뿐이지만 독자는 거기서 삶의 알레고리를 읽어낸다.
차에 대한 다음 글을 보자.
"찻잎에는 독성이 있다. 덖음은 차의 독성을 제거하고 잎 속의 차맛을 물에 용해될수 있는 상태로 끌어내는 일이다. 그날 딴 차는 하루를 넘기면 안된다. 무쇠솥에 찻잎을 넣고 두손으로 주물러가며 볶아낸다. 덖음질을 오래한 사람들은 열 때문에 손마디가 구부러져있다.
불은 흔들려서도 안되고 연기가 나서도 안된다"
차를 덖는 것은 예술창작과 같다. 독한 마음자리가 없으면 작품은 잉태되지 않는다. 원한과 치욕을 녹여 무기이자 악기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열손가락이 오그라드는 고통을 감내한다.
김씨의 관찰력과 상상력은 삶의 고단함에 기초한다.
감은사지3층석탑에서 나무로부터 돌로 넘어가는 과정의 망설임을 읽어내고 안동하회마을 골목에서 "도저히 버릴수 없는 욕망을 비스듬히 껴안고 가는 이의 품격"을 말하는 이는 아마도 김씨뿐일듯 싶다.
문학평론가 정끝별씨는 "진정 깊은 것들은 깊은 것들 속에서 나오게 마련"이라며 "처사 김훈의 언과 변은 강과 계에 가깝다"고 했다.
삶의 허무를 "가장 빈곤한 한 줌 언어"로 감싸안은 김씨의 산문은 "아,아무것도 만질수 없다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라고 나는 써야하는가. 사랑이여,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라는 자서를 달고있다. - 윤승아 기자 ( 2000-08-10 )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서해는 조국의 여성성이다” “몸이 기진했을 때, 풍경은 기갈처럼 몸 속으로 파고든다”와 같은 금언투의 문장들에 매혹당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것들이 실은 얼마나 치열한 사고와 말 고르기를 거쳐 나온, 고승의 사리와도 같은 추출물인지를 알아차리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알아차리거나 말거나 그의 자전거 예찬은 계속된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 최재봉 기자 ( 2000-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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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 우리 청소년들은 늘 지식을 늘리는 일에 골몰하며 산다. 하지만 도야해야 할 것이 지식만은 아니다. 감성 또한 도야되어야 한다. 대체 느낌이 없고야 어떻게 지식을 자아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느낀다는 것도 절로 되는 일이 아니다. 느끼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느낌은 오는 것, 오시는 것이지만, 받아낼 줄 모르는 사람에게 느낌은 그냥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 잘, 그리고 깊게 느끼기 위해서는 그렇게 느끼는 예를 살펴 따라 해보아야 한다. 그러기에 김훈의 <자전거 여행>만한 책도 별로 없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라는 바늘로 국토를 이불 누비듯 엮어간 바늘땀이 맺혀 있는 책이다. 그렇다. 땀이 베어 있다. 육체와 기계의 절묘한 타협점에 자전거가 있고, 그 위에 몸을 태우고 몸을 저어 땀을 내며 앞으로 가는 김훈이 있다. 그것이 속도를 만들어 바람이 그의 귓가를 스친다. 그렇게 내리막길에 땀을 씻어 내리는 바람을 맞을 때 문득문득 닥쳐온 풍경, 사람, 사물의 표정들이 이 책에 여린 무늬로 새겨져 있다.
이만한 땅에 대한 사랑, 길에 대한 사랑이 있을까? 제 국토를 아끼는 책으로야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도 있다. 그 책엔 현학적일 정도로 지식도 풍성하다. 하지만 함부로 과거로 후퇴하지 않고, 현재에 머무르며, 그 시간 속으로 역사와 사람과 풍경과 사물을 끌어당기기며, 가득한 느낌의 세계를 전하는 것으로야 <자전거 여행>이 한 참 윗길이다.
책을 읽다보면 때로는 스스로 `가엾은 수사학'이라 한 그의 미문이 때로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다. 너무 고와서 탈이다 싶다. 그래도 그의 마음이 그리 미친 느낌에 잠긴 적 있음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란 믿음을 잃게 되지는 않는다.
그는 선암사 화장실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바람이 엉덩이 밑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서 엉덩이가 허공에 뜬 것처럼 상쾌하다. 똥을 누기가 미안할 정도로 행복한 공간이다.… 건강한 몸이 음식물을 아름답게 처리해내듯이 이 놀라운 화장실은 인간의 몸밖으로 나온 똥을 아름답게 처리한다.… 똥으로 하여금 스스로 삭게 해서 똥의 운명을 완성시켜 준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떠오르는 소망 한가지. `아, 선암사 화장실로 똥누러 가고 싶다.' - 김종엽(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 2001-0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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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 "술마신 뒷날 아침, 간밤의 그 미칠듯한 슬픔과 미움과 악다구니속에서, 그래도 배가 고파서 집어먹은 두부김치며 낙지국수가 똥의 원만한 조화에 도달하지 못한채 반쯤 삭아서 가늘게 새어나올때, 나는 화장실에서 처자식 몰래 울었다. 육신을 먹여주고 쓰다듬어주지 못한채 육신과 싸우고 나온 날똥.덜 삭은 재료가 지르는 덜 삭은 비명은 계통없는 아우성이었다"
우리 시대 최고 산문가 중의 하나인 김훈씨의 에세이 <자전거여행>이 출간됐다. "밥"을 벌기 위해 "날똥"같은 인생을 팔아야하는 52세 저널리스트의 슬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가장 뜨거운 날에 가장 굵고 향기로운 소금이 "온다"고 했던가. 슬픔을 연해 되새김질하는 김씨의 눈길은 먹이사슬 맨 밑바닥의 처연한 삶을 향한다.
"공깃돌만한 콩털게도 애처로운 갑옷을 입고 있다. 아무런 방어의지도 없는 그것은 다만 본능의 머나먼 흔적처럼 보인다. 갯지렁이의 집은 밀물에 곧잘 휩쓸려 내려간다. 그는 끊임없이 흙을 뱉어 새 구멍을 내야한다. 갯지렁이의 기구한 무주택의 운명은 갯벌에 지속적으로 산소를 불어넣어 많은 살아 있는 것들의 터전을 꾸민다"
김씨의 산문을 읽는 즐거움은 홑으로 된 글이 겹으로 열리는 신비다.
저자는 그림자로 존재하는 산수유꽃이나 더이상 자라지 않고 단단해지는 대나무에 대해 말할 뿐이지만 독자는 거기서 삶의 알레고리를 읽어낸다.
차에 대한 다음 글을 보자.
"찻잎에는 독성이 있다. 덖음은 차의 독성을 제거하고 잎 속의 차맛을 물에 용해될수 있는 상태로 끌어내는 일이다. 그날 딴 차는 하루를 넘기면 안된다. 무쇠솥에 찻잎을 넣고 두손으로 주물러가며 볶아낸다. 덖음질을 오래한 사람들은 열 때문에 손마디가 구부러져있다.
불은 흔들려서도 안되고 연기가 나서도 안된다"
차를 덖는 것은 예술창작과 같다. 독한 마음자리가 없으면 작품은 잉태되지 않는다. 원한과 치욕을 녹여 무기이자 악기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열손가락이 오그라드는 고통을 감내한다.
김씨의 관찰력과 상상력은 삶의 고단함에 기초한다.
감은사지3층석탑에서 나무로부터 돌로 넘어가는 과정의 망설임을 읽어내고 안동하회마을 골목에서 "도저히 버릴수 없는 욕망을 비스듬히 껴안고 가는 이의 품격"을 말하는 이는 아마도 김씨뿐일듯 싶다.
문학평론가 정끝별씨는 "진정 깊은 것들은 깊은 것들 속에서 나오게 마련"이라며 "처사 김훈의 언과 변은 강과 계에 가깝다"고 했다.
삶의 허무를 "가장 빈곤한 한 줌 언어"로 감싸안은 김씨의 산문은 "아,아무것도 만질수 없다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라고 나는 써야하는가. 사랑이여,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라는 자서를 달고있다. - 윤승아 기자 ( 2000-0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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