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종문학분석) 역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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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어머니가 중서방을 정한 것은 할머니가 남사당에게 반했던 때문이라면 성기의 역마운도 결국 할머니가 장본인이라 이에 할머니는 성기에게 중질을 시켜서 살을 떼우려고도 서둘러 보았던 것이고 중질에서 못 푼 살을 이번에는 옥화가 그에게 책 장사를 시켜 마저 풀어 보려고도 했던 것이다. 성기로서도 불경보다는 분명히 이야기 책에 끌리는 눈치요, 중질보다는 차라리 장사나 해 보고 싶다는 소청이기도 하여, 그러나 옥화는 꼭 화개장만 보이기로 다짐까지 받은 뒤, 그에게 책전을 내어 주기로 했던 것이었다.
역마살이란 당사주(唐四柱)에서의 시천역(時天驛)에 해당된다. 운명적으로(팔자소관) 이 살(煞)이 끼면 집에 머물 수 없이 한평생을 방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그리움의 세속적 논리라 규정된다. 옥화의 아버지가 그랬고, 남편이 그랬고, 이제 그 아들도 이 역마살이 끼어 있다. 이 살을 풀기 위한 방도로 쌍계사 절에 아들 성기를 어릴 때부터 중질을 시킨다. 그런데 그 아들은 자라면서 불교엔 관심이 없고 장사질이나 하고 싶어한다. 옥화도 할 수 없이 장날에만, 그것도 꼭 화개 장터에서만 책 장사를 시킨다. 그것도 성기가 택한 이야기 책 장사다.
어느 날 옥화네 주막에 채 장수 영감과 계연이라는 과년한 딸이 머문다. 아들 성기가 장날 내려와 계연과 사랑에 빠진다. 바야흐로 두 사람이 결혼하고 살림을 이루고 정착하면 소위 역마살이 풀릴 수가 있을 때, 그 계연이가 성기의 어머니의 친동생, 즉 성기의 이모임이 확인된다. 이 엄연한 사실 앞에 절망한 성기는 심한 열병으로 뼈만 남도록 생사를 해매게 된다. 오래 앓은 후 겨우 목숨을 건진 성기는 그 어머니에게 다음처럼 말한다.
"어머니, 나 엿판 하나만 마춰주."
"……."
옥화는 갑자기 무엇으로 얻어맞은 듯이 성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지다시 한 보름이 지나……유달리 맑게 개인 화개 장터 가름길 우에서 성기는 그 어머니와 하직을 하고 있었다. 갈아입은 옥양목 고의적삼에 명주 수건까지 머리에 동여매고 난 성기는 새로 맞춘 새하얀 나무 엿판을 질빵해서 느직하게 엉덩이 즈음에다 걸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의 주막이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갈 무렵하여서는, 육자박이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구조상 거의 단편으로 완벽성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언어가 주제를 감당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결국 역마살로서의 팔자(八字) 소관으로 주어진 운명적인 사실에서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극복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하여 역마살을 따르고 만다는 것, 그리고 그 운명에 순종할 때 콧노래까지 나오는 생명 의식을 되찾는다는 이 작품을 두고 사람들은 다음처럼 간단히 지적할 수도 있다. 즉, 한갓 광대나 주막집 하층민 나부랭이들의 생태이지 그것이 한국인의 운명관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라고. 이런 지적에 대한 문학 측의 대답은 예(藝)의 의미에로 되돌아간다.
우선 이 작품에 쌍계사라는 절이 관여되어 있다는 점과 장터라는 두 배경을 염두에 두어야 하리라. 그리고 장사꾼이나 광대들이 또한 배경으로 놓여 있다. 이런 것들은 사대부나 뿌리박은 농민들에 있어 그들의 감정 처리를 하는 하나의 장치로서의 의미 관련을 내포한다. 한 사회에는 정치적 질서, 경제적 질서 등등이 생활의 기반으로 놓여 있다. 그것은 많은 경우에 있어 섬세한 생(生)의 감각적 의미 혹은 촉각을 압살한다. 사르트르 투로 보아 인간에겐 상상적 의식의 주체의 능력이 실천적 의식의 주체, 사유적 의식의 주체와 동등하게 놓여 있다면, 그것을 처리하는 장치가 곧 예(藝)라 할 수 있다. 화개 장터라는 연극적 공간에 불교와 장 보러 오는 보통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들의 정점(頂點)에 광대의 신명을 떨치는 예가 놓인다면 이 기호 체계는 종교도 아니고, 삶의 한 방식이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예인 것이다. 물을 것도 없이 당사주란 한갓 미신이며 곡두에 불과하겠지만, 그런 협박하는 장치가 발명, 수용된 것은 엄연한 실재이다. 정치적·경제적 질서, 소위 정상적 유가(儒家)의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광기로서의 인간 정신의 질병이 필요했고, 이로 인해 소위 유가류(儒家流)의 정상(正常)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 균형을 취하는 하나의 장치가 요청되었을 것이다. 그런 심상 구조의 체계가 실재한다면 문학이 그 실재를 결코 외면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유일신(唯一神)이나 범신(汎神), 혹은 무신관(無神觀)과는 관계 없는 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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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9페이지
  • 등록일2002.06.19
  • 저작시기2002.06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196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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