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서랍형 냉장고를 만들었습니다. 3000대를 만들었는데 다 못팔았습니다. 낯설고 이상하니까 사람들이 안 써서 말이죠.. 억울한 것은 우리가 그 연구를 해서 냉장고를 개발하는 동안에 샤프에서 그 냉장고가 3개월 먼저 나왔는데, 일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였습니다. 그 후 삼성이 1년 뒤에 우리 것을 모방해서 내놨는데 마찬가지였죠.
또, 세탁기도 그래요. 96-7년도에 세탁기가 자꾸 커지고 높아지니까, 우리나라 여자 평균신장과 안 맞쟎아요. 허리를 굽혀도 바닥에 손이 닿질 않아요. 이 높이를 낮추자고 했더니 엔지니어들이 못 낮춘다는 거에요. 기술적으로 안된다는 것이었죠. 제가 주부들을 데려다가 양말을 바닥에 넣고 집어보라 했더니 못 집는 겁니다. 그걸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이를 계산해서 그 당시 1m 5cm 정도 되는 것을 낮추어서 결국 하단의 클러치 부분을 떼어내고 클러치 없는 세탁기를 만들었지요. 직접구동방식이요. 물론 기술은 그 쪽에서 개발했지만 그 기술이 나오기 위한 동기는 누가 부여했느냐. 저는 그런 자부심이 있어요.
김유숙: 선생님께서 박사학위 논문은 구체적으로 어떤 논문이었습니까?
이구형: 예. 컴퓨터 키보드를 조작하는 손가락의 동작을 가지고 논문을 썼어요. 손가락 동작에 따라서 키보드의 단면이 어떻게 되는게 편하고..사이즈는 어떤 게 적당하고.. 그런 연구였지요. 피아노 치거나 바이올린 켜거나 할 때 이 손가락의 움직임이 다 달라지거든요. 이 움직임을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해석을 못해요. 인체 기관 중에서 움직임이 제일 미묘하고 복잡한데가 이 손이에요. ‘rocking 동작’과 ‘tapping 동작’이 있는데 보통 컴퓨터 키보드에서는 ‘tapping’하거든요. 관절마다 계산을 해서 모델을 만들었어요.
요즘에는 인지과학이라는 것을 연구하는데, 인지과학이라는 것은 심리학, 언어학, 철학까지 포함합니다. 이야 말로 미래의 기술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사람의 깊은 철학적 사고가 반영되는 기술입니다. 그런 차원에서는 우리의 기술 개발 단계가 아직 초보적이지 않은가 합니다. 의외로 선진의 성공한 연구소의 대가들을 만나면 그들에게서 상당한 철학적인, 인간적인 고려가 보입니다. 동양적인 사고 방식, 인본주의 말입니다.
김유숙: 그렇군요. 박사님 말씀을 듣다보니 과학의 문외한인 저도 과학과 예술이 결코 무관하지만은 않다고 느껴집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되었는데요, 과연 향후 디지털을 모토로 한 과학과 예술이 어떤 변화를 거쳐 나갈는지 기대가 되는군요.
이구형: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화면이 크고 선명하다 뭐 이런 식으로만 되어서는 안됩니다. 컨텐츠 자체가 달라져야 하고, 미래지향적인 컨텐츠를 위한 기술을 가시화 시키고 그리고 나서 거기에 휴머니티를 집어넣을 수 있는 예술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긴 여정이지만 뛰어 넘을 수 있으며 또 뛰어 넘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김유숙: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웃음)
이구형: 별 말씀을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웃음)
또, 세탁기도 그래요. 96-7년도에 세탁기가 자꾸 커지고 높아지니까, 우리나라 여자 평균신장과 안 맞쟎아요. 허리를 굽혀도 바닥에 손이 닿질 않아요. 이 높이를 낮추자고 했더니 엔지니어들이 못 낮춘다는 거에요. 기술적으로 안된다는 것이었죠. 제가 주부들을 데려다가 양말을 바닥에 넣고 집어보라 했더니 못 집는 겁니다. 그걸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이를 계산해서 그 당시 1m 5cm 정도 되는 것을 낮추어서 결국 하단의 클러치 부분을 떼어내고 클러치 없는 세탁기를 만들었지요. 직접구동방식이요. 물론 기술은 그 쪽에서 개발했지만 그 기술이 나오기 위한 동기는 누가 부여했느냐. 저는 그런 자부심이 있어요.
김유숙: 선생님께서 박사학위 논문은 구체적으로 어떤 논문이었습니까?
이구형: 예. 컴퓨터 키보드를 조작하는 손가락의 동작을 가지고 논문을 썼어요. 손가락 동작에 따라서 키보드의 단면이 어떻게 되는게 편하고..사이즈는 어떤 게 적당하고.. 그런 연구였지요. 피아노 치거나 바이올린 켜거나 할 때 이 손가락의 움직임이 다 달라지거든요. 이 움직임을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해석을 못해요. 인체 기관 중에서 움직임이 제일 미묘하고 복잡한데가 이 손이에요. ‘rocking 동작’과 ‘tapping 동작’이 있는데 보통 컴퓨터 키보드에서는 ‘tapping’하거든요. 관절마다 계산을 해서 모델을 만들었어요.
요즘에는 인지과학이라는 것을 연구하는데, 인지과학이라는 것은 심리학, 언어학, 철학까지 포함합니다. 이야 말로 미래의 기술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사람의 깊은 철학적 사고가 반영되는 기술입니다. 그런 차원에서는 우리의 기술 개발 단계가 아직 초보적이지 않은가 합니다. 의외로 선진의 성공한 연구소의 대가들을 만나면 그들에게서 상당한 철학적인, 인간적인 고려가 보입니다. 동양적인 사고 방식, 인본주의 말입니다.
김유숙: 그렇군요. 박사님 말씀을 듣다보니 과학의 문외한인 저도 과학과 예술이 결코 무관하지만은 않다고 느껴집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되었는데요, 과연 향후 디지털을 모토로 한 과학과 예술이 어떤 변화를 거쳐 나갈는지 기대가 되는군요.
이구형: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화면이 크고 선명하다 뭐 이런 식으로만 되어서는 안됩니다. 컨텐츠 자체가 달라져야 하고, 미래지향적인 컨텐츠를 위한 기술을 가시화 시키고 그리고 나서 거기에 휴머니티를 집어넣을 수 있는 예술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긴 여정이지만 뛰어 넘을 수 있으며 또 뛰어 넘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김유숙: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웃음)
이구형: 별 말씀을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