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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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문제는 또한 상품 그 자체가 어떠한 경로를 거쳐 소비되고 있는가라는 상품의 사용가치의 실현문제를 떠나서는 고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상품은 소비자들이 유용하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판매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품자본의 순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상품의 시장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상품자본의 순환도 재생산과정을 분명히 표현하고 있다.
산업자본 순환의 3형태들은 각각 자본운동의 특징을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화폐자본의 순환은 가치증식이 자본운동의 목적이며 동기인 것을 가장 분명히 표현하고 있으며, 생산자본의 순환은 자본운동이 재생산과정인 것을 가장 명백히 표현하며, 그리고 상품자본의 순환은 상품의 소비를 통한 상품가치의 실현이 자본운동의 조건임을 가장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3형태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하나의 형태만에 집착할 때 우리들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사실상 산업자본의 운동은 세 가지 자본형태와 세 가지 순환형태를 동시병렬적으로 포괄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산업자본은 가치의 끊임없는 증식을 위하여 순환을 계속 반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처럼 계속 반복되는 자본의 순환을 자본의 회전이라고 부른다. 자본의 회전기간은, 자본이 순환을 개시할 때 갖는 최초의 자본형태(화폐자본·생산자본·상품자본)로부터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을 거쳐 다시 동일한 자본형태로 되돌아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생산영역에서 자본의 회전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생산자본의 구성과 생산기간의 길이이다. 생산자본은 자기의 가치의 이전과 회수의 방법에서의 차이에 따라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으로 구분된다. 노동대상과 그것에 투자된 자본을 유동자본이라고 하며 노동수단과 그것이 투자된 자본을 고정자본이라고 부른다.
잉여가치의 원천은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고용에 사용된 자본 곧 가변자본만이 잉여가치를 생산한다. 노동자들은 자기들의 노동력의 가치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고 노동하게 되는데, 그 노동과정에서 임금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새로이 창조하여 생산물에 추가시키는 것이다. 자본가들은 상품의 생산기간과 유통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가변자본(혹은 유동자본)의 회전기간의 단축과 연간잉여가치량 및 연간잉여가치율의 증대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자본가들이 생산한 상품은 누구에게 팔려 소비되지 않으면, 그것의 가치와 사용가치가 실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생산된 상품이 어떠한 경로(교환과정)를 통하여 누구에게 판매되며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을 매우 중요하다. 재생산표식은 어떠한 교환관계를 통하여 연간의 총생산물이 소비되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 그 목적이다. 따라서 상품가치의 실현에 관한 한, 재생산표식은 그 실현을 전제하고 있으며 재생산표식의 균형조건은 사실상 상품가치의 완전한 실현을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학자들은 재생산표식에 의거하여 자본의 현실적 운동과정을 여러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을 설명하는 재생산표식은 연간의 총생산물이 어떠한 교환관계를 통해서 소비(개인적 그리고 생산적 소비)됨으로써 사회적 총자본이 매년 재생산되고 있는가를 밝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곧 재생산표식은 자본주의경제의 총과정 또는 자본의 현실적 운동과정(생산의 주도하에 유통·분배·소비·생산이 하나의 통일을 이루고 있다)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잉여가치를 잉태한 상품자본의 실현과정만을 정상적인 균형상태 아래에서 연구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재생산표식으로부터 공황(생산과 고용의 급격한 감소)의 원인을 발견하려고 한다든가 혹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영원한 확대 가능성을 증명하려고 하는 시도들은 잘못된 것이다.

키워드

정치경제학,   상품과 화폐,   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