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설 『모란병』에 나타난 인물 연구

목차

1. 시작하는 말

2. 풍속의 묘사와 개화에 대한 인식

3. 인물에 대한 유형 분석

4. 작품의 세계와 작가의 세계관

5. 맺 음 말

본문내용

드러난다면 현실과 분리된 것이지만 독자에게 전달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사성의 원리에 어긋난 경우에는 주제의 모호성으로 인해 독자들은 흥미성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모란병』은 바로 이러한 폐해가 잘 나타난 소설이다. 이해조의 이전 소설들이 작가의 세계관을 진지하게 보여줌으로써 논설과 소설의 미분화된 상태이지만, 독자들에게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란병』은 그것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해조의 소설을 나누어 보면 1910년대 이전의 소설에서 보이고 있던 진보적인 사상들이 1910년 일제 강점 이후에는 별반 나타나지 않고 흥미성 위주의 소설로 일관되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이러한 원인에는 일제의 탄압이라는 문제와 더불어 절망적인 분위기에 의해 독자들이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하여 탐닉하거나 상당수 신소설이 지니고 있던 통속적 현실 조작에 빠져들었다. 소설은 이 시기 독자들에게 현실을 탐구하고 인생을 묘파하는 예술적 인식 장치가 아닌 시대의 피로함을 잊기 이한 위안의 형식으로 받아들여졌다.
5. 맺 음 말
신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보편적 인간의 진실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정한 변화와 관계 있는 한 사회의 대변자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다. 이러한 인물의 등장은 신소설의 작가 의식은 다분히 계몽적이며, 공리적인 기자 의식을 지니고 있어 당시 여러 인물 유형 가운데 '개화 지식'에 초점을 맞추고 강조함으로써 역할은 다르지만 마치 고대소설의 영웅형 인물과 같은 인물로 이상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란병』의 여주인공 금선은 아버지의 무지와 무능력으로 인하여 기생으로 팔려가지만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극복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기존의 도덕관에 얽매어 자실을 시도하거나 자신의 운명 개척을 타인의 힘에 의존하는 소극적이고 평범한 인물로 언제나 자신의 운명에 대하여 전통적인 도덕관을 내세우고 있고, 남주인공 황수복은 무슨 일이든 진상을 밝히고야마는 성격의 소유자로 우연히 금선의 고난을 알고 금선이가 팔려간 인천까지 금선을 찾아갔다가 실패하자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이처럼 두 주인공이 사건의 발전 속에서 성격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이해조가 그리고 있는 긍정적 인물들은 사실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기보다는 작가의 이상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이상적 인간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대적인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대표적 인물 현고직은 그 당시 몰락하는 중인 계층들이 실정과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의식 구조를 읽을 수 있고, 악한형 인물인 변선달은 무식하지만 거짓말을 잘하고 잡기에 능하며 인신 매매를 업으로 하며 삼아오던 인물이고, 황수득은 남자 주인공 황수복의 사촌 형으로 자신을 키워 준 백모를 속여 가산을 차지하고자 유학간 수복이 객사하였다고 거짓 소문을 만들어 수복을 찾는다는 구실로 재산을 가로 채는 인물이며, 변선달을 비롯한 최별감, 노창문, 황수득, 인천 감리 등은 당시의 무너져 가는 유교적 가치관에 대치되는 타락한 인간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보여주는 인물의 사실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 부정적 인물군들이 그 당시 사회를 더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즉 전형적 환경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전형성은 긍정적 인물군이 아닌 부정적 인물군에서 구현되고 있다.
『모란병』은 변화하는 사회상의 묘사에서 탁월함을 보이고 있지만 인물의 형상화 과정에서 파행성을 가져오고 있다. 즉 긍정적 인물들은 당시의 사회 변화를 담지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인간형이며, 오히려 작가가 악한형 인간으로 그리고 있는 부정적 인물들은 당시 사회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해조가 가지고 있던 계몽주의적 가치관이 작품 속에 전면적으로 나타남으로써 현실이 작가의 주관에 의해 재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서사의 구조는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작가의 작위적인 결말로 맺어지게 된다.
또한 다른 원인은 소설의 요소 중 사실성보다는 흥미성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추상적인 세계로 구현된 작가의 이상적 세계보다는 구체화된 고난의 주인공의 운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이후 이해조의 소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소설들이 통속화 과정을 겪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 계몽성보다는 계몽성으로 위장된 흥미성이 소설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모란병』은 흥미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신소설의 대표적 작품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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