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로 인한 차별 경험 그 이후

목차

유학시절,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싫어 돌아온 내나라

채용전 신체검사에 의한 인제대 임용취소로 깨닫게 된 장애차별

불의에 대항하는 자에 가혹한 사회, 그러나 외롭지 않았던 투쟁의 과정

소송제기중 인제대에서 내린 임용결정 "마침내 대학교수가 되다"

나는 우리사회의 소수였다!

소수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리고 함께 앞으로 가자

본문내용

가인권위원회가 내 사건을 해결하는데 일정 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역할이 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것이 국가인권위원회가 해결한 첫 번째 사건이어서 좀 더 잘 포장을 하고 싶어서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이 사건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여준민간사와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원희 변호사가 한 역할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상당히 아쉽다.
인제대가 비록 장애인차별소송의 대상으로 공격을 받았지만 결국 나를 임용하기로 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 중에서 나 같은 경우에 처음부터 임용하기로 결정하는 학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인제대처럼 원래의 결정을 번복하고 임용하기로 결정하는 학교는 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소수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리고 함께 앞으로 가자
앞으로도 나와 같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운 좋게 여준민간사와 조원희변호사와 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장애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에게 법률자문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앞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그 필요성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내 경우에 나 자신이 장애인복지를 전공하는 연구자였기 때문에 나 스스로 자료를 만들어서 제공했지만 장애인복지를 전공하지 않는 다른 연구자들은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단순한 법률자문 뿐 아니라 기관에서 소송을 지원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도 내가 교수로서 정당하게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1년 넘게 교수로서 생활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고,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내가 병원에 가야 하는 시간에 학교에서 회의가 있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것으로 인해 내가 교수로서의 역할에 심각한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업적을 많이 내고,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고 해도 또 부족한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술자리가 있으면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해서 부족한 것이 드러난다. 교수로서의 역할과 술 마시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차별을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가 소수에 대해 얼마나 높은 장벽을 쌓고 있는가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 장벽은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 장벽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능력들이 버려지고 있는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희생되고 있는가? 다양성은 곧 창조력을 높이는 기반이다. 창조력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소수에 대한 장벽은 창조력을 짓밟아 버린다. 나는 우리 사회가 소수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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