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철학의 반성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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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회가 법에 실어다주는 과제는 오늘날의 정신적 지적 분위기와 연관되어 있다. 현상적으로 복지, 기술, 대중, 세계사회로 설명되는 현대사회는 정신적으로는 상대주의, 주관주의, 현실주의의 분위기를 이룬다. 이러한 정신세계의 분위기는 가치의 핵과 층을 점점 엷게 만들며 혹은 없어지게 한다.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행위를 위한 최소한의 가치적 합의 없이는 사회가 지탱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런 분위기에서일수록 다음과 같은 물[219] 음 앞에 불려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만큼을 개인의 주관적 가치판단에 맡기고, 어느 만큼을 사회윤리의 그것으로 돌리고, 어느 만큼을 법적으로 돌보아야 할 최소한의 가치로 합의할 것인가? 여기서 법철학은 가치상대주의의 극복이라는 과제와 함께 최소한의 실질적 법가치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다. 이 과제는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의 법가치의 수정 및 재구성 작업에 의해,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연대적 삶을 살기 위한 제도적 대안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 실험적 법사고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치에 대한 새로운 조율 과제는 과학기술의 성과가 인간성과 사회 구조 및 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져가는 사회로 진입하면서 불가피하게 떠안게 되는 과제이기도 하다.
_ 셋째, 법철학은 법정책에 기여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오늘날 법판단은 정책 판단, 공익 판단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그동안 법학자들은 어느 분야이고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정책연구과제에 소홀했거나 적어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헌법학자들조차도 예컨대 개헌이나 의회제도 개선논의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는커녕 소외되기가 일쑤였다.주44) 경제제도나 가족제도의 논의 안으로 들어가 정책결정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법학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때는 지났다. 법학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미래지향의 정책적 사고를 필요로 하고 있다. 통일 대비의 법이념 정립, 생명과학기술이 야기하는 법윤리 문제, 그리고 여성문제, 교육문제, 환경문제, 새로운 빈곤층 문제 등과 관련된 제반 사회적 얽힘의 단초는 그 시제를 미래지향적으로 잡아가지 않고서는 풀어나갈 수가 없다. 여기서 현대 법철학은 미래지향의 정책적 사고를 법학에다 접목시키는 고유한 책무로서 다시금 주목되는 것이다. 특히 기술적 조작이 전자과학에서 생명과학으로 넘어가는 현시점에서 기술이 생명과 생태계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이 미리 예측되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우리 인간의 올바른 행위를 위한 물음은 가능한 한 더 원격적으로 작용하는 사유모델에 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법철학도 '미래의 법철학'으로 씌어져야 한다. 입법의 홍수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의 지도원리나 규준이 불분명하고, 그래서 과연 무엇을 먼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확실한[220] 이정표는 없으면서도, 이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복지사회에서 우리는 법철학의 과제를 하나의 법의 정책학으로서 넘겨받는 것이다.
주44) 이에 대하여는 1994년 6월 25일 공법학회학술대회에서 양 건 교수가 발표한 주제발표 논문 「한국헌법학의 과제」 참조.
_ 넷째, 외국 이론의 적합성을 검토하는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법철학 안에서 외국 이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컸다. 보편학으로서의 (법)철학을 생각할 때 이 점을 단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의미에서는 '외국 이론'이라는 말 자체도 어폐가 있다. 요컨대 우리 법철학이란 것이 금덩이처럼 어디를 파면 오롯이 묻혀 있는 그 어떤 것도 아닐 것이며, 우리 식의 독특한 사고과정을 거쳐서 찾아내는 그 어떤 것의 의미도 아닐 것이다. 우리 법철학이란 법의 철학이 다방면에 걸쳐서 증대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법적 이슈에 뿌리박은 의미체계여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_ 한국 법철학자들은 그동안 어느 면에서 암울한 우리 헌정사, 요원한 법의 민주화 과제에 지친 나머지 법학의 진영을 피해 자신의 거처를 철학 깊숙이로 자리잡아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증대된 법적 담론과 무관한 채로 외국 학자들의 이론틀을 철학적 보편성의 이름으로 쉽게 재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풍토에서 법의 의미와 근거를 둘러싼 논의영역을 가능한 한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법철학은 법학보다는 철학에 속하는 것으로 두는 편이 바람직하기는 하다. 그러나 법철학을 우리 법학 안에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국 이론의 적합성을 검토하는 토론이 학자들간에 지금보다는 휠씬 더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_ 마지막으로 법철학을 연구하는 자세는 관찰자의 자세에서 참여자의 자세로 전환되어가야 한다. 현대사회가 법과 국가에 제기하는 새로운 요청 및 문제들은 법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타성에 젖은 기술적 법 집행 태도나 비민주적 권위적 법 제정, 그리고 분석법학, 실증법학 위주의 법교육에 의해서는 접근조차 될 수 없다. 오늘날 법문제는 마치 생물학자가 개미왕국을 관찰하듯이 그렇게 관찰될 수는 없다. 아웃사이더의 태도로서, 즉 단순히 인식론적인 관심을 가지고 법에 접근해서는 앞서 열거한 문제투성이들이 문제로서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한 답 또한 관찰자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법체계가 여타의 사회통제체계와 어떻게 다른가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석법학적 이론가들은 법을 흡사 개미왕국을 들여[221] 다보는 과학자처럼 관찰했다. 이러한 관찰자들은 당연히 개미왕국에 속하지 않았으며 그러므로 개미들이 실제 어떤 법칙에 복종하는가의 문제는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를 띠지 않아도 되었다. 이러한 아웃사이더의 태도는 이제 참여자의, 당사자의 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 아웃사이더의 인식론적 관심은 인사이더, 참여자의 도덕적 관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법의 문제는 '법은 어떠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법관, 변호사, 경찰관리, 법학자로서, 도둑으로서 그리고 도둑의 이웃으로서 법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 '나는 혹은 우리는 어떻게 행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법의 시행을 위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리는 인식을 통해 확인되는 권리가 아니라 정녕 도덕적 정당화를 요하는 권리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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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20페이지
  • 등록일2004.09.14
  • 저작시기2004.09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67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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