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와 여성의 섹슈얼리티 - 오정희 소설연구

목차

1. 머리말

2. 가부장적 억압

3. 여성 섹슈얼리티의 발견

4. 맺는말

본문내용

근거한 독법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여성소설로서 오정희 소설은 인물들 사이의 이런 인식론의 차이가 실제 작품을 해석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까지 그대로 전이되거나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환기하고 있는데, 바로 그 가능성으로 인해 그녀의 소설은 작품 내 요소들의 위계적 통합에 의한 단일한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저녁의 게임>의 여주인공의 삶이 다소 낯설게,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삶으로 인지되는 것은 그녀와 같은 삶이 한번도 소설화되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삶에 대한 글쓰기의 전통과 어려움을 고찰한 하일브런의 지적은 <저녁의 게임>의 여주인공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사실상 그녀가 아버지를 속여가면서 벌이는 일련의 행동들은 가부장제의 이념이 만들어 놓은 젠더의 의미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취해진 어쩔 수 없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비단 <저녁의 게임>뿐 아니라 오정희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여성들이 직면한 고충이자 문제 상황이기도 하다.
<저녁의 게임>이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인물이 스스로 택할 수 있는 어떤 대안적인 삶의 서사를 충분히 그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 일의 당위성과 가능성을 입증해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성 섹슈얼리티가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의 실존적 조건일 수 있으며 또한 여성적 서사를 작동시키는 단초일 수도 있다는 소설적 발견만으로도, <저녁의 게임>은 여성소설은 물론 우리 소설 전체의 흐름 속에서도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키워드

오정희 작품세계,   오정희 문학세계,   문학의 이해,   오정희 연구,   오정희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