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에 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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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물로 주셨던 회중시계가 들어있었다. 미끌거리는 손으로 뚜껑을 간신히 열어 보니 시계 바늘은 3시 10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시간을 믿을 수 없어 눈에서 빗물을 훔쳐내고는 다시 시계를 보았지만, 시간은 똑같았다. 내가 몇 시간을 잤다는 말인가.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세시 반에 만나기로 했으니, 지금 내려가면 될 것이다. 나는 너무나 추워서 거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정신없이 미끄러운 산길을 내려갔다.
너무나 많이 오르내려 눈감고도 다닐 수 있는 길이였지만 빗물이 자꾸 눈을 가렸고 길이 미끄러운데다, 자꾸만 서두는 바람에 몇 번 발을 헛디뎌 넘어져서 팔이며 다리를 다쳤다. 간신히 산을 내려왔을 때에는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다음이었다. 나는 질퍽한 오솔길을 미친 사람처럼 뛰어가서, 마침내 마을로 통하는 길과 버스가 다니는 길이 만나는, 그녀와 만나기로 했던 곳에 도착했다. 그녀는 그곳에 없었다. 시계를 보니 딱 세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걱정 마, 다음 버스를 타고 올 거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너무나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오랜 시간을 그곳에 서 있었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 나는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비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쏟아졌다. 마침내 저 멀리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버스가 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오던 버스는 내게서 한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섰고, 사람들이 몇 명 내렸는데 그들이 나를 발견하고 웅성거렸다. 그녀가 내리지 않은 채 버스 문이 닫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신을 잃었다.
-8-
나는 내가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열 속에서 헛소리를 하며 이틀 밤낮이 흘러갔다.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날 버스 정류장에서 쓰러진지 3일 째 되던 날 아침이었다. 나는 길고 끔찍한 악몽을 꾸고 일어난 듯한 기분 속에서, 누운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방 안이었다. 나는 힘이 없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순간 어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금방 달려오셨고, 내가 정신을 차려 아주 기쁘신 듯 했다. 어머니는 내 곁에 앉으셔서 내가 정신을 잃던 날의 이야기를 해 주셨지만, 내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 곁에 잠시 가만히 앉아 계시다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무엇인가를 집어서 내게 주셨다. 받아서 보니 내 이름 앞으로 온 편지였다. 봉투 왼쪽 위에는 그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가셨고, 나는 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어보았다. 저번 나와 같이 밤을 새고 집에 갔던 날 부모님께 호되게 혼났고, 외출을 금지 당해 당분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짤막한 내용의 편지였다. 아...... 난 정말 바보였다. 아니 이곳에 온 뒤로 너무나 순진해진 모양이었다. 당연히 그 정도는 생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았는가? 난 그녀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못했고, 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그녀가 결국 나 때문에 외출도 못하게 된 것이다. 난 입술을 깨물은 채로 눈을 감았다. 언젠가 그녀가 학교를 가는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서 그녀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 *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한 나는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날은 무척 따듯해서 조금만 운동을 해도 땀이 날 것 같았다. 피부에 느껴지는 뜨거운 햇빛이 매우 기분 좋았다. 나는 날이 어둡기를 기다려 돗자리를 들고, 뒷산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따라 걸어갔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보고 반기는 듯 했다. 나는 힘들지 않게 정상에 올라, 언젠가 그녀와 함께 밤을 지새며 별을 보았던 바로 그곳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서, 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모든게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를 만났던 것, 그녀와 같이 밤하늘을 보았던 것 모두 하룻밤의 꿈에 불과했던 것은 아닐까. 하늘은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별들로 가득했다. 나는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목동처럼, 밤하늘에 빛나는 가장 아름다운 별이 그 날 사람으로 화해 내 곁에 내려왔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 많은 별들 중 어느 것이 그녀의 별이었을까.
참고문헌
재미있는 별자리여행, 이태형, 김영사
그리스 로마 신화, 토마스 불핀치, 오늘의 책
쉽게 찾는 우리 별자리, 이태형, 현암사
어린 왕자의 별자리여행, 김상구, 한승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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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9페이지
  • 등록일2005.04.12
  • 저작시기2005.04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92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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