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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입니다. 이 적을 그럴 듯 하게 포장해서 잊어버리고자 하지만 끝내는 잊혀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적의 화장법』의 결말처럼, 비극적으로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적이 내 앞에 나타나면 당당하게 싸울 겁니다. 적을 죽이면 나까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적이 없는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할까요? 어느 삶에는 얼마만큼의 비가 내리는 것이고, 어느 정도는 어둡고 쓸쓸한 날이 있는 법입니다. 남들에게 다 내리는 그 차가운 비를 나 혼자 피하려 하진 않겠습니다. 나는 지금, 도망치듯 비겁하게 여행을 가고 있지만 다시 되돌아 갈 것을 약속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죄 지은 것을 모두 가슴 깊숙이 묻어 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의 현실로 되돌아 갈 것입니다. 그 생각하기 싫은 나의 부정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보이지 않게 가슴 깊숙이 담아두기만 할 것입니다. 내 안에 적을 만들었지만, 언젠가 내가 만든 적이 나를 괴롭힐 것을 알지만, 나는 꿋꿋하게 받아들이리라 다짐합니다.
창밖의 짙은 어둠속에 아직도 빗방울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기차는 고요한 정적을 뚫고 길게 뻗은 철길을 따라 거세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잊자, 잊자, 잊어버리자…….
창밖의 짙은 어둠속에 아직도 빗방울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기차는 고요한 정적을 뚫고 길게 뻗은 철길을 따라 거세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잊자, 잊자, 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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