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0. 들어가며
1. 여성 섹슈얼리티의 발화
1.1. <처녀들> 호정의 성적 실천들과 그 의미, 상반된 평가들
1.2. 「열정의 습관」미홍의 성과 사랑, “육체의 적멸”
1.3. 식민화되지 않은 여성 육체 이미지와 「열정의 습관」의 한계
2. 환상, 위반의 시학
2.1. <처녀들>과 「열정의 습관」에서의 환상의 정치학
2.2. 여성 인물 사이에서의 환상과 전이
2.3. 텍스트 안과 밖의 환상
3. 나가며
참고문헌
1. 여성 섹슈얼리티의 발화
1.1. <처녀들> 호정의 성적 실천들과 그 의미, 상반된 평가들
1.2. 「열정의 습관」미홍의 성과 사랑, “육체의 적멸”
1.3. 식민화되지 않은 여성 육체 이미지와 「열정의 습관」의 한계
2. 환상, 위반의 시학
2.1. <처녀들>과 「열정의 습관」에서의 환상의 정치학
2.2. 여성 인물 사이에서의 환상과 전이
2.3. 텍스트 안과 밖의 환상
3. 나가며
참고문헌
본문내용
남자들과 '사랑이 부족해서 섹스가 불만족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진성과 성관계를 맺기 전에 느낀 '운명적' 감정은 그녀의 성적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홍은 엘리베이터에서 진성을 처음 보았을 때, 버튼을 누르는 진성의 손을 보고 '순식간에 질이 아프도록 수축되어 위로 당겨져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훗날 마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한 '가슴이 조인다'는 묘사는 이 당시 '질이 조여 온다'는 성욕의 묘사와 정확히 조응한다. 진성에 대한 욕망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남자의 매끈한 손가락을 혀로 길게 핥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는 서술에서도 확인된다. 작품 속에서 이 서술은 진성과 무관한 위치에 서, 2년 여간 섹스리스였던 미홍의 성욕이 심각한 수준임을 표현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서술은 엘리베이터 안 진성과의 첫 만남과 대응되면서 그녀가 핥고 싶었던 손가락이 진성의 것임을 알게 해준다. 운명이나 정신적 사랑을 뜻하는 것처럼 보이는 서술들이 사실은 작가가 동원한 가면임을 알게 해주는 것은 사랑에 대한 미홍의 말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사랑을 감정의 상태라고 말하지만, 아니에요. 사랑은 지식이고 무한히 생동하는 방법이 고 영혼의 상상력을 삶 속에서 서로에게 실현하는 변태죠...." (143~144)
여기에서 미홍은 성이 사랑의 감정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성적 쾌락 자체가 사랑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녀가 진성에게 느낀 운명적 감정과 사랑은 사실, 진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줄 것이라는 예감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미홍에게 몸은 '구도(求道)'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때, 진성은 구도를 위한 가장 적절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소설에서 드러나는 낭만적 사랑의 플롯은 작가의 환상이라고 읽어낼 수 있다. 환상은 여성 작가가 '성적 욕망'자체를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남성 중심 문단이 쏟아낼 비난에 대한 두려움, 작가 이전에 여성으로서 내면의 욕망을 표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그러한 환상의 장치를 동원하는 전략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열정의 습관」이 출판되었을 때 '여성 작가 소설이 갈 데까지 갔다'는 남성 평론가들의 비판이 줄지었다. 여성 작가가 성에 대해 말하기 위해 걷어내야 하는 겹겹의 휘장과 내면의 갈등은 언제나 곱지 않은 문단의 시선에 의해 증폭된다. 자기에게 내려질지도 모를 실제의 처벌과 자기 내면의 검열을 동시에 피하는 수단으로 여성 작가는 텍스트의 안과 밖을 환상으로 치장하는 것이다. 환상에 기대는 전략, 환상을 무대화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면 그것을 읽어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처럼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도 환상의 전이가 이루어지고 순환한다면 환상의 정치학이 갖는 해방성은 현실로 한 걸음 다가올 것이다.
3. 나가며
지금까지 두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성적 욕망과 쾌락, 성적 실천과 그것이 발화되는 방식들을 통해 그 안에서 읽을 수 있는 여성 섹슈얼리티 담론에 대해 살펴보았다. 텍스트 내에서 여섯 명의 여성들은 다양한 욕망과 환상을 교감하며, 서로 닮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쾌락을 구성해나가고 성적 주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이 과정 안에서 성을 욕망하는 존재로서의 여성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갈등, 고민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텍스트를 통해, 지금껏 현실과 대중매체 사이에서 욕망을 금지당하고 시선의 권력을 빼앗긴 여성들이 자신의 성욕을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발화 ·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전복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들이 형상화된 각 인물들은 작품 내에서, 여성 관객과 독자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열정의 습관」에서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독백들과, <처녀들>에서 호정과 순이와의 관계에서 여성 관객을 대신해 반응하고 전이하는 연이는 이 작품을 대하는 여성들을 좀 더 능동적으로 참여시키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동일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성의 입으로 말하는 성은 여성 독자와 관객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쾌락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보이는 고민과 모순, 갈등들을 함께 해결하려는 과제를 안겨준다. 특히 여성 인물들 사이의 환상의 전이와 동일화는 여성 관객과 독자에게까지 확장되며, 그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을 보면서 쾌락을 느끼고 자기의 욕망을 직시했던 여성들이 다시 현실로 돌아와 탈주체화 된다면 그 텍스트는 정치성을 탈각하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이 텍스트를 빠져나와 관객과 독자들을 만나게 될 때, 작품 속에서 보여진 여성의 성적 주체화는 현실화될 것이다.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이는 여성 독자와 관객을 능동적으로 개입시키는 환상의 장치이며, 동시에 그것을 읽어나가는 현실 여성 주체이다. 현실과 텍스트, 리얼리즘과 환상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동요하는 양가적 반응을 느꼈던 여성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주체적 인식을 확장하려면, 적극적인 독해가 필요하다. 특히, 텍스트 안과 밖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을 무대화할 수 있는 전략과 감수성은 적극적 독해를 위해 필수적이다. 텍스트 안의 환상, 여성 작가 · 감독의 환상의 장치를 동시에 읽어낼 때 여성 등장인물과 생산자, 현실 여성들 모두 자율성을 지닌 독립적 주체로, 스스로 대안적 쾌락을 찾아나가는 여성 주체로 태어날 수 있다.
참고문헌
김형중, <일탈의 관습화와 쾌락의 활용>, 「문화 예술」 2002년 10월호.
동아일보, <소설가 전경린씨 신작 장편 '열정의 습관' 출간>, 2002/01/22
서인숙, <여성 섹슈얼리티에 담긴 정치적 의미에 대한 재 고찰 -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중심으로>, 「영화 연구」 제 19호, 2002.
임옥희, <환상, 그 위반의 시학>, 「여/성 이론」2호
전경린, 「열정의 습관」, 이룸, 2002
주유신, <처녀들의 저녁식사> : 여성의 섹슈얼리티, 자아, 육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 「여/성 이론」1호, 1999, 도서출판 여이연.
프로이트,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김정일 옮김, 열린 책들, 2003
또한 진성과 성관계를 맺기 전에 느낀 '운명적' 감정은 그녀의 성적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홍은 엘리베이터에서 진성을 처음 보았을 때, 버튼을 누르는 진성의 손을 보고 '순식간에 질이 아프도록 수축되어 위로 당겨져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훗날 마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한 '가슴이 조인다'는 묘사는 이 당시 '질이 조여 온다'는 성욕의 묘사와 정확히 조응한다. 진성에 대한 욕망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남자의 매끈한 손가락을 혀로 길게 핥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는 서술에서도 확인된다. 작품 속에서 이 서술은 진성과 무관한 위치에 서, 2년 여간 섹스리스였던 미홍의 성욕이 심각한 수준임을 표현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서술은 엘리베이터 안 진성과의 첫 만남과 대응되면서 그녀가 핥고 싶었던 손가락이 진성의 것임을 알게 해준다. 운명이나 정신적 사랑을 뜻하는 것처럼 보이는 서술들이 사실은 작가가 동원한 가면임을 알게 해주는 것은 사랑에 대한 미홍의 말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사랑을 감정의 상태라고 말하지만, 아니에요. 사랑은 지식이고 무한히 생동하는 방법이 고 영혼의 상상력을 삶 속에서 서로에게 실현하는 변태죠...." (143~144)
여기에서 미홍은 성이 사랑의 감정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성적 쾌락 자체가 사랑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녀가 진성에게 느낀 운명적 감정과 사랑은 사실, 진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줄 것이라는 예감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미홍에게 몸은 '구도(求道)'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때, 진성은 구도를 위한 가장 적절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소설에서 드러나는 낭만적 사랑의 플롯은 작가의 환상이라고 읽어낼 수 있다. 환상은 여성 작가가 '성적 욕망'자체를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남성 중심 문단이 쏟아낼 비난에 대한 두려움, 작가 이전에 여성으로서 내면의 욕망을 표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그러한 환상의 장치를 동원하는 전략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열정의 습관」이 출판되었을 때 '여성 작가 소설이 갈 데까지 갔다'는 남성 평론가들의 비판이 줄지었다. 여성 작가가 성에 대해 말하기 위해 걷어내야 하는 겹겹의 휘장과 내면의 갈등은 언제나 곱지 않은 문단의 시선에 의해 증폭된다. 자기에게 내려질지도 모를 실제의 처벌과 자기 내면의 검열을 동시에 피하는 수단으로 여성 작가는 텍스트의 안과 밖을 환상으로 치장하는 것이다. 환상에 기대는 전략, 환상을 무대화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면 그것을 읽어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처럼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도 환상의 전이가 이루어지고 순환한다면 환상의 정치학이 갖는 해방성은 현실로 한 걸음 다가올 것이다.
3. 나가며
지금까지 두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성적 욕망과 쾌락, 성적 실천과 그것이 발화되는 방식들을 통해 그 안에서 읽을 수 있는 여성 섹슈얼리티 담론에 대해 살펴보았다. 텍스트 내에서 여섯 명의 여성들은 다양한 욕망과 환상을 교감하며, 서로 닮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쾌락을 구성해나가고 성적 주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이 과정 안에서 성을 욕망하는 존재로서의 여성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갈등, 고민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텍스트를 통해, 지금껏 현실과 대중매체 사이에서 욕망을 금지당하고 시선의 권력을 빼앗긴 여성들이 자신의 성욕을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발화 ·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전복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들이 형상화된 각 인물들은 작품 내에서, 여성 관객과 독자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열정의 습관」에서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독백들과, <처녀들>에서 호정과 순이와의 관계에서 여성 관객을 대신해 반응하고 전이하는 연이는 이 작품을 대하는 여성들을 좀 더 능동적으로 참여시키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동일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성의 입으로 말하는 성은 여성 독자와 관객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쾌락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보이는 고민과 모순, 갈등들을 함께 해결하려는 과제를 안겨준다. 특히 여성 인물들 사이의 환상의 전이와 동일화는 여성 관객과 독자에게까지 확장되며, 그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을 보면서 쾌락을 느끼고 자기의 욕망을 직시했던 여성들이 다시 현실로 돌아와 탈주체화 된다면 그 텍스트는 정치성을 탈각하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이 텍스트를 빠져나와 관객과 독자들을 만나게 될 때, 작품 속에서 보여진 여성의 성적 주체화는 현실화될 것이다.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이는 여성 독자와 관객을 능동적으로 개입시키는 환상의 장치이며, 동시에 그것을 읽어나가는 현실 여성 주체이다. 현실과 텍스트, 리얼리즘과 환상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동요하는 양가적 반응을 느꼈던 여성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주체적 인식을 확장하려면, 적극적인 독해가 필요하다. 특히, 텍스트 안과 밖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을 무대화할 수 있는 전략과 감수성은 적극적 독해를 위해 필수적이다. 텍스트 안의 환상, 여성 작가 · 감독의 환상의 장치를 동시에 읽어낼 때 여성 등장인물과 생산자, 현실 여성들 모두 자율성을 지닌 독립적 주체로, 스스로 대안적 쾌락을 찾아나가는 여성 주체로 태어날 수 있다.
참고문헌
김형중, <일탈의 관습화와 쾌락의 활용>, 「문화 예술」 2002년 10월호.
동아일보, <소설가 전경린씨 신작 장편 '열정의 습관' 출간>, 2002/01/22
서인숙, <여성 섹슈얼리티에 담긴 정치적 의미에 대한 재 고찰 -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중심으로>, 「영화 연구」 제 19호, 2002.
임옥희, <환상, 그 위반의 시학>, 「여/성 이론」2호
전경린, 「열정의 습관」, 이룸, 2002
주유신, <처녀들의 저녁식사> : 여성의 섹슈얼리티, 자아, 육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 「여/성 이론」1호, 1999, 도서출판 여이연.
프로이트,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김정일 옮김, 열린 책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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