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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본문내용
러 갈래요?”
그는 이미 자신만의 세계로 빠진 듯 한 그녀의 눈앞을 연신 손으로 흔들며 말했다. 그녀는 무안하고 미안한 마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식장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와 그녀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그녀는 그 침묵을 이기는 수단으로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카페를 찾았고, 멀리 카페가 하나 보였다. 뒤를 돌아 저 카페 어떻겠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금 당황하며, 자신의 앞쪽도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그의 흔적이 없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밑으로 떨어뜨리는 순간 그녀는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쭈그리고 앉아 할머니가 파는 라면상자 속의 강아지들을 보며 자신의 볼에 비벼대고 있었다.
“이 강아지 정말 예쁘죠? 눈이랑 털이랑 새까만 게. 이리 와 봐요!”
그녀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처럼 상자 앞에 주저앉았다. 그가 들고 있는 강아지는 정말 새까만 털이 윤기를 내고 그보다 더 까만 눈을 반짝거리는 정말 예쁜 강아지였다. 그가 그녀에게 안아보라고 강아지를 건넸지만, 그녀는 선뜻 손을 뻗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시 한 번 강아지와 볼을 부비고, 조심스런 손길로 강아지를 내려놓았다.
“너무 예뻐, 널 데려가고 싶은데 이 형이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못 데려 가겠다. 너두 혼자 있는 건 싫지? 사랑받고 싶지? 좋은 사람만나서 얼른 사랑받아야 할 텐데…….아유~! 예뻐!”
그는 강아지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연신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가 상자 속 강아지를 보았다. 방금 그가 안고 있던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와 달리 유독 까만 털을 가지고 무리와 어울리지 못한 채 분리되어 있었다. 비록 다른 강아지에 비해 예뻤지만, 눈이 슬퍼보였다. 그런 강아지의 눈길이 자꾸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그가 일어선 후에도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고 그 강아지에게 눈길이 갔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기다린다는 것을 깨닫고 겨우 일어나 떼기 힘든 발걸음을 내딛었다.
몇 걸음쯤 내딛었을까? 강아지가 밟혀 떼기 힘들었던 발걸음을 이번엔 다른 이가 붙잡았다.
“헌혈하고 가세요. 지금 O형 혈액이 많이 부족합니다.”
“혈액형이 뭐예요?”
“네? O형이요.”
“그럼 우리 헌혈하고 가죠. 나도 O형인데, 혈액이 많이 부족하다잖아요.”
그녀는 당황스런 그의 요청에 머뭇거리다 그날처럼 그의 손에 잡힌 채로 헌혈버스에 올라탔다. 그녀는 버스 안에서 어쩔 줄 몰라 망설이고 있는 반면에 그는 능숙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서류를 건네고 자신도 서류를 작성해간다. 그의 손은 망설임 없이 서류의 빈칸을 메워 나갔다. 그녀도 그런 그의 모습을 곁눈으로 바라보며 꼼꼼히 빈칸을 메웠다. 잠시 후, 그녀의 이름이 불리며 검사가 시작되었다.
“복용하시는 약이나 지병은 없으시고요?”
“네.”
“어제 잠은 충분히 주무셨고요?”
“네?”
“그럼, 검사 시작하겠습니다.”
그녀가 두 번째 물음에 대답을 다시 번복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침이 그녀의 두 번째 손가락 끝을 찔렸다. 빨간 피가 몽울몽울 잡히고, 간호사는 익숙한 손길로 피한방울을 알 수 없는 액체에 넣더니 헌혈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곤 그녀는 다른 간호사의 손에 이끌러 간이침대에 몸을 뉘였다. 한쪽 팔을 걷히고 잠시 시원한 느낌이 들더니 따끔하게 몸을 뚫는 이질적 감각을 느꼈다. 그녀는 놀란 마음도 잠시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고 작은 바늘을 통해 나오는 자신의 피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 작은 바늘구멍은 볼펜 심지만큼의 커다란 입의 벌리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돌던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피는 그녀의 오래 전 꿈과 달리 선 붉은 색의 핏빛으로 아름다웠다. 그녀가 피가 응고되지 않게 움직이는 판을 따라 눈길을 옮기고 있을 때, 자신의 옆에 낯익은 형체가 눈에 어른거렸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고 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라며 조언을 해주었다. 그녀는 그의 조언에 판의 움직임에 맞춰 손을 쥐락펴락했다. 잠시 후, 어른 두 주먹만한 크기의 핏덩어리가 모이며 그녀 생애 첫 헌혈이 끝이 났다. 먼저 끝난 그가 그녀에게 음료수와 초코파이를 건넸고, 그녀는 그것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녀의 한손엔 헌혈증서라는 작은 종잇조각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몇 분의 휴식 끝에 두 사람은 버스에서 내려와 그제야 카페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문을 하고 커피를 기다리던 와중에 그녀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한 쪽 손을 머리에 올리고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아파요?”
“그냥 갑자기 머리가 아프네요.”
“혹시 어지럽진 않고요?”
“네? 괜찮아요. 종종 있는 편두통이니깐…….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그녀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는 갑자기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카페를 나갔다. 그녀는 그의 돌발행동에 어느 정도 익숙해 진 듯 곧이어 나오는 커피에 설탕을 세 스푼이나 넣어 마시기 시작했다. 그녀의 커피가 반 정도로 줄어가고 있을 때쯤 카페의 창으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택시에서 듣던 그 봄비인가보다. 그녀는 괜스레 울적해지는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갑자기 내린 비에 사람들은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 하며 비를 피해 건물 안·밖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아까의 까만 강아지를 발견했다. 강아지는 한 꼬마의 품 안에서 비를 비하고 있었다. 꼬마 아이는 강아지가 비를 맞을까봐 최대한 자신의 품안으로 안으며, 등을 숙였다. 그녀는 그 꼬마 아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 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가 비에 젖은 모습으로 카페에 들어와 아스피린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의 행동에 또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는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고맙죠? 그럼 아까 헌혈하고 받은 기념품 그 쪽 몫까지 내가 영화 권으로 받아놨으니깐, 언제 영화나 같이 보러가요? 아님 이 영화, 제가 혼자 다 볼 겁니다.”
그녀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스피린 한 알을 삼켰다. 두통이 점점 사그라지고 잠이 쏟아져왔다.
그는 이미 자신만의 세계로 빠진 듯 한 그녀의 눈앞을 연신 손으로 흔들며 말했다. 그녀는 무안하고 미안한 마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식장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와 그녀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그녀는 그 침묵을 이기는 수단으로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카페를 찾았고, 멀리 카페가 하나 보였다. 뒤를 돌아 저 카페 어떻겠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금 당황하며, 자신의 앞쪽도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그의 흔적이 없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밑으로 떨어뜨리는 순간 그녀는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쭈그리고 앉아 할머니가 파는 라면상자 속의 강아지들을 보며 자신의 볼에 비벼대고 있었다.
“이 강아지 정말 예쁘죠? 눈이랑 털이랑 새까만 게. 이리 와 봐요!”
그녀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처럼 상자 앞에 주저앉았다. 그가 들고 있는 강아지는 정말 새까만 털이 윤기를 내고 그보다 더 까만 눈을 반짝거리는 정말 예쁜 강아지였다. 그가 그녀에게 안아보라고 강아지를 건넸지만, 그녀는 선뜻 손을 뻗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시 한 번 강아지와 볼을 부비고, 조심스런 손길로 강아지를 내려놓았다.
“너무 예뻐, 널 데려가고 싶은데 이 형이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못 데려 가겠다. 너두 혼자 있는 건 싫지? 사랑받고 싶지? 좋은 사람만나서 얼른 사랑받아야 할 텐데…….아유~! 예뻐!”
그는 강아지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연신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가 상자 속 강아지를 보았다. 방금 그가 안고 있던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와 달리 유독 까만 털을 가지고 무리와 어울리지 못한 채 분리되어 있었다. 비록 다른 강아지에 비해 예뻤지만, 눈이 슬퍼보였다. 그런 강아지의 눈길이 자꾸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그가 일어선 후에도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고 그 강아지에게 눈길이 갔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기다린다는 것을 깨닫고 겨우 일어나 떼기 힘든 발걸음을 내딛었다.
몇 걸음쯤 내딛었을까? 강아지가 밟혀 떼기 힘들었던 발걸음을 이번엔 다른 이가 붙잡았다.
“헌혈하고 가세요. 지금 O형 혈액이 많이 부족합니다.”
“혈액형이 뭐예요?”
“네? O형이요.”
“그럼 우리 헌혈하고 가죠. 나도 O형인데, 혈액이 많이 부족하다잖아요.”
그녀는 당황스런 그의 요청에 머뭇거리다 그날처럼 그의 손에 잡힌 채로 헌혈버스에 올라탔다. 그녀는 버스 안에서 어쩔 줄 몰라 망설이고 있는 반면에 그는 능숙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서류를 건네고 자신도 서류를 작성해간다. 그의 손은 망설임 없이 서류의 빈칸을 메워 나갔다. 그녀도 그런 그의 모습을 곁눈으로 바라보며 꼼꼼히 빈칸을 메웠다. 잠시 후, 그녀의 이름이 불리며 검사가 시작되었다.
“복용하시는 약이나 지병은 없으시고요?”
“네.”
“어제 잠은 충분히 주무셨고요?”
“네?”
“그럼, 검사 시작하겠습니다.”
그녀가 두 번째 물음에 대답을 다시 번복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침이 그녀의 두 번째 손가락 끝을 찔렸다. 빨간 피가 몽울몽울 잡히고, 간호사는 익숙한 손길로 피한방울을 알 수 없는 액체에 넣더니 헌혈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곤 그녀는 다른 간호사의 손에 이끌러 간이침대에 몸을 뉘였다. 한쪽 팔을 걷히고 잠시 시원한 느낌이 들더니 따끔하게 몸을 뚫는 이질적 감각을 느꼈다. 그녀는 놀란 마음도 잠시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고 작은 바늘을 통해 나오는 자신의 피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 작은 바늘구멍은 볼펜 심지만큼의 커다란 입의 벌리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돌던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피는 그녀의 오래 전 꿈과 달리 선 붉은 색의 핏빛으로 아름다웠다. 그녀가 피가 응고되지 않게 움직이는 판을 따라 눈길을 옮기고 있을 때, 자신의 옆에 낯익은 형체가 눈에 어른거렸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고 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라며 조언을 해주었다. 그녀는 그의 조언에 판의 움직임에 맞춰 손을 쥐락펴락했다. 잠시 후, 어른 두 주먹만한 크기의 핏덩어리가 모이며 그녀 생애 첫 헌혈이 끝이 났다. 먼저 끝난 그가 그녀에게 음료수와 초코파이를 건넸고, 그녀는 그것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녀의 한손엔 헌혈증서라는 작은 종잇조각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몇 분의 휴식 끝에 두 사람은 버스에서 내려와 그제야 카페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문을 하고 커피를 기다리던 와중에 그녀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한 쪽 손을 머리에 올리고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아파요?”
“그냥 갑자기 머리가 아프네요.”
“혹시 어지럽진 않고요?”
“네? 괜찮아요. 종종 있는 편두통이니깐…….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그녀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는 갑자기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카페를 나갔다. 그녀는 그의 돌발행동에 어느 정도 익숙해 진 듯 곧이어 나오는 커피에 설탕을 세 스푼이나 넣어 마시기 시작했다. 그녀의 커피가 반 정도로 줄어가고 있을 때쯤 카페의 창으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택시에서 듣던 그 봄비인가보다. 그녀는 괜스레 울적해지는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갑자기 내린 비에 사람들은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 하며 비를 피해 건물 안·밖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아까의 까만 강아지를 발견했다. 강아지는 한 꼬마의 품 안에서 비를 비하고 있었다. 꼬마 아이는 강아지가 비를 맞을까봐 최대한 자신의 품안으로 안으며, 등을 숙였다. 그녀는 그 꼬마 아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 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가 비에 젖은 모습으로 카페에 들어와 아스피린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의 행동에 또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는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고맙죠? 그럼 아까 헌혈하고 받은 기념품 그 쪽 몫까지 내가 영화 권으로 받아놨으니깐, 언제 영화나 같이 보러가요? 아님 이 영화, 제가 혼자 다 볼 겁니다.”
그녀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스피린 한 알을 삼켰다. 두통이 점점 사그라지고 잠이 쏟아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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