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중앙과 지방의 통치체제

본문내용

, 유향소를 견제하자, 유향품관들은 자기보호를 위해 관권과 타협, 순종하게 되었는데, 이는 상호보호적 불법행위를 초래하여 향촌질서를 더욱 불안하게 하였다. 유향소는 세조 13년(1467) 함경도에서 일어난 이시애의 난에 그들의 일부가 이에 가담함에 따라 다시 폐지되었는데, 이때 폐지된 이유 중의 하나는 유향소가 수령의 편에 서서 백성을 침학함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뿌리를 내린 유향소는 쉽게 없어지지 않고, 꾸준한 복설운동의 결과 성종 19년(1488)에 다시 부활되어 향임, 혹은 감관향정의 임원을 두게 되었는데, 이들 임원은 주부에 4,5명, 군에 3명, 현에 2명의 정원을 두었으나 후대에는 창감고감등의 직책이 생겨 10명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향사인중에서 나이가 많고 인망이 있는 자를 좌수, 그 다음을 별감으로 선거에 의해 수령이 임명하였으며 임기는 대개 2년이었으나 수령이 바뀌면 다시 뽑기도 하였다. 이들의 직임은 6방으로 나누어 좌수가 이방병방, 좌별감이 호방예방, 우별감이 형방공방을 맡아 보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이때는 교활한 아전과 간교한 백성을 규제하거나 중앙집권체제의 보조적 기구로서의 소임보다 향사례항음주례를 맡은 기구였으며, 향촌 내의 불효부제불목불인불임휼한 자 등 향촌질서를 파괴하는 자들을 통제하여 향촌교화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점차 그 성격도 변질되어, 처음에는 관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이아라 하였던 청사가 19세기에는 관아 구내에 있게 되었으며, 초기 수령에 대한 규제력을 가졌던 유향소는 수령 보좌역의 기능밖에 하지 못하였다.
경재소는 조선 전기 각 지방 군현의 재경 연락기구였다. 경소라고도 하였다. 중앙정부에 재직하는 고위 품관이 출신지역 경재소를 관장하여 그 지방에 설치되어 있는 유향소를 통제하고, 출신지역과 정부와의 중간에서 여러 가지 일을 주선하거나 공물의 상납에 책임을 지기도 하였다. 경재소를 관장하는 당상 그의 동향인 가운데서 좌수 1명, 참상별감 2명, 참외별감 2명 등의 경재소 임원을 임명하였으며, 수령에 대한 능멸 등 작폐가 심한 지방 유향소를 효과적으로 감독하기 위하여 유향소의 품관도 임명하였다. 경재소는 지방 수령의 정사에는 간섭할 수 없었으나, 중앙정권의 권신으로서 경재소를 장악한 고관들은 지방의 정치 경제적 영역을 침범하여, 사적 경제기반을 확대하기도 하였다. 이 제도는 태종 때 실시되어 1435년(세종 17) 제도화되고 1603년(선조 36) 폐지되었다. 통신이 불편했던 당시에는 중앙과 지방, 감영과 군현과의 연락 기관이 필요하였다. 이에, 경재소를 두어 군현의 유력자를 서울에 파견하여 그 지방의 여러 가지 일을 주선하고, 경향 간의 연락을 맡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현직의 중앙 관리로 하여금 경재소를 통하여 연고지의 유향소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도록 하였다. 15세기 말엽 이후에는 현직 중앙 관료들이 유향소를 통제하면서 지방관에게 수탈 행위에 협조할 것을 요청하는 등 비리 행위를 자행하기도 하였다. 경재소는 중앙에서 유향소를 통제하는 기능을 가지기도 하였으나, 현직 중앙 관료의 연고지에 대한 영향권을 크게 하기도 하였다.
◎나오는 말
이상으로 조선 전기의 중앙과 지방의 통치체제를 알아보았다. 여러 단계로 지방과 중앙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으나 관료적 통치구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였다고 판단이 되어진다. 그러나 그것을 시정하기 위하여 수령을 파견하였다는 점에서 정부도 나름대로의 고심을 많이 하고 정치를 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였다는 점은 높이 칭찬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키워드

중앙과 지방의 행정제도,   조선시대의 정치제도,   조선의 중앙 통치체제,   조선시대의 사법기관,   조선의 지방 행정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