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비연속성을 부인하면 계속적인 창조(창조와 보존)가 지닌 자유는 이미 존재하는 사물에 고착된 필연성에 의해 대치되고 현재는 오직 과거에 의해서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순간으로 무한히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은 곧 순간으로서의 현재는 자유를 함축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데카르트의 생각을 그대로 따른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만일, 코기토의 명증성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현재 내가 현존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하나의 사유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닌" 내 속에서 나를 보존할 수 있는 힘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내가 그렇게 존재하는 까닭은 바로 이 순간에, 그리고 다음 순간에 내가 아닌 타자에 의해 부단히 또다시 창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단한 창조(creatio continua) 를 통해 매 순간마다 나를 지탱하고 보존하는 타자는 다름 아닌, 내가 아직 "존재하지 않을 때 새로 창조한 것과 똑 같은 힘과 작용" 을 가진 무한한 신이다.
우리는 여기서 데카르트 이후의 주체성의 철학이 문제삼은 초월적, 절대적, 무시공적 자아와 경험적, 상대적, 시간적 자아 사이의 분열을감지한다. 코기토의 자아와 숨의 자아 사이에 분명한 분열이 존재하고 인식의 질서에 따를 때 코기토의 자아는 숨의 자아를 완전히 뒷바침하지만 존재의 질서를 따를 때 그것은 타자에 의해 뒷받침된다. 데카르트 자신은 인식(사유)의 질서와 존재 질서의 이분적 접근에 의해 두 자아 사이에 발생한 분열의 간극을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칸트, 피히테, 셸링, 헤겔은 자아의 분열을 철학적으로 화해시키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인식 질서와 존재 질서의 이분법이 통용될 수 없었고 오히려 존재 질서가 인식 질서에 의해 창조되고 규정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칸트의 '초월적 통각'(자기의식), 피히테의 실천적 절대자아, 셸링 초기철학에 나타난 절대자아는 단지 인식 질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식과 존재 질서의 절대 근거로서 제시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하이데거가 이해하는 바의 '주체', 즉 존재의 기반으로 존재자 전체를 자기에게 모우고 근거짓는 '주체'는 비로소 칸트를 비롯한 독일 관념론 철학자들에게서 정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숨의 자아가 하이데거가 이해하는 '주체'와 거리가 있음은 자아와 세계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성찰]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사유하는 한 존재하고, 사유하기 위해서 나는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사유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명증적으로 인식한 '나'는 모든 존재자를 근거짓는 최종적 근거가 아니라 오직 나의 존재 확실성 만을 확보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나'는 나의 존재와 사유의 채바퀴를 벗어나지 못한채 '나'를 축으로 한 원 속에 갇혀있다. 나는 아직 내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와 나와 함께 세계 안에 거주하는 타자의 존재에 대해 아무런 확실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사유와 존재 확실성을 통해 직접 외부 세계와 타자의 존재에 대한 확실성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것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관념일 뿐 그 관념이 지칭하는 대상에 관한 확실한 인식은 아니다. 나의 관념이 지칭하는 외부 세계에 대해 내가 어떤 판단을 내리려고 할 때, 악한 신은 늘 나를 속일 수 있고, 그 속임을 저항할 힘을 내가 가지고 있지 않다.
자아와 세계 사이에 놓여있는 이 간격은 왜 생기는가? 그것은 데카르트의 '사유'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말하는 사유는 사유되는 것(cogitatum)에 대한 사유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사유'는 후설에서 보는 것처럼 그 바깥에 어떤 무엇을 가지지 않은 사유, 즉 존재 의미 자체를 구성하는 의식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맞서 있는, 표상(관념)과 표상되는 것의 테두리 속에 머물러 있는 의식이다. 그러면 어떻게 데카르트적 사유는 자기 안에서 밖으로 초월할 수 있는가? 만일 외부 세계와 타자에 대한 인식이 단지 나의 관념 혹은 표상만으로 확실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어떻게 나는 의식의 섬을 벗어날 수 있는가?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실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 밖으로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이 초월을 위협하는 악신의 기만을 내 힘으로 물리칠 수 없다면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다른 존재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데카르트는 인간과 세계를 매개하기 위해 신의 완전성과 신뢰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여기서 데카르트 이후의 주체성의 철학이 문제삼은 초월적, 절대적, 무시공적 자아와 경험적, 상대적, 시간적 자아 사이의 분열을감지한다. 코기토의 자아와 숨의 자아 사이에 분명한 분열이 존재하고 인식의 질서에 따를 때 코기토의 자아는 숨의 자아를 완전히 뒷바침하지만 존재의 질서를 따를 때 그것은 타자에 의해 뒷받침된다. 데카르트 자신은 인식(사유)의 질서와 존재 질서의 이분적 접근에 의해 두 자아 사이에 발생한 분열의 간극을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칸트, 피히테, 셸링, 헤겔은 자아의 분열을 철학적으로 화해시키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인식 질서와 존재 질서의 이분법이 통용될 수 없었고 오히려 존재 질서가 인식 질서에 의해 창조되고 규정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칸트의 '초월적 통각'(자기의식), 피히테의 실천적 절대자아, 셸링 초기철학에 나타난 절대자아는 단지 인식 질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식과 존재 질서의 절대 근거로서 제시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하이데거가 이해하는 바의 '주체', 즉 존재의 기반으로 존재자 전체를 자기에게 모우고 근거짓는 '주체'는 비로소 칸트를 비롯한 독일 관념론 철학자들에게서 정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숨의 자아가 하이데거가 이해하는 '주체'와 거리가 있음은 자아와 세계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성찰]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사유하는 한 존재하고, 사유하기 위해서 나는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사유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명증적으로 인식한 '나'는 모든 존재자를 근거짓는 최종적 근거가 아니라 오직 나의 존재 확실성 만을 확보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나'는 나의 존재와 사유의 채바퀴를 벗어나지 못한채 '나'를 축으로 한 원 속에 갇혀있다. 나는 아직 내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와 나와 함께 세계 안에 거주하는 타자의 존재에 대해 아무런 확실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사유와 존재 확실성을 통해 직접 외부 세계와 타자의 존재에 대한 확실성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것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관념일 뿐 그 관념이 지칭하는 대상에 관한 확실한 인식은 아니다. 나의 관념이 지칭하는 외부 세계에 대해 내가 어떤 판단을 내리려고 할 때, 악한 신은 늘 나를 속일 수 있고, 그 속임을 저항할 힘을 내가 가지고 있지 않다.
자아와 세계 사이에 놓여있는 이 간격은 왜 생기는가? 그것은 데카르트의 '사유'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말하는 사유는 사유되는 것(cogitatum)에 대한 사유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사유'는 후설에서 보는 것처럼 그 바깥에 어떤 무엇을 가지지 않은 사유, 즉 존재 의미 자체를 구성하는 의식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맞서 있는, 표상(관념)과 표상되는 것의 테두리 속에 머물러 있는 의식이다. 그러면 어떻게 데카르트적 사유는 자기 안에서 밖으로 초월할 수 있는가? 만일 외부 세계와 타자에 대한 인식이 단지 나의 관념 혹은 표상만으로 확실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어떻게 나는 의식의 섬을 벗어날 수 있는가?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실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 밖으로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이 초월을 위협하는 악신의 기만을 내 힘으로 물리칠 수 없다면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다른 존재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데카르트는 인간과 세계를 매개하기 위해 신의 완전성과 신뢰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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