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소개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제 1부 우화와 문명
2부. 역사와 자전

본문내용

다. 한편 자살 직전에 썼다고 하는 <서방사람>과 <속서방사람>은 예수의 생에 관한 역발상적인 해석을 통해 자신이 인생에서 추구하고자 했지만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그가 자살했을 때 머리맡에 성경을 두었다는 점은 그러한 불안한 자의식을 가진 자신에 대한 구원을 희구했는지 모르겠다. ‘그리스도의 일생은 언제나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 것이다. 그것은 천상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만들어 놓았으나 허무하게도 부러진 사다리와 비슷하다. 어두운 하늘에서 쏟아지는 모래비 속에서 몸을 비스듬히 기울인 채로......’
3.
사실 아쿠타가와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평소 일본 문학이라 하면 현대의 무라카미 하루키나 류 정도 밖에는 알지 못한 터라 아쿠타가와 소설과의 대면은 적잖이 낯설게 다가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기 전에 어느 정도 준비는 갖추는게 좋을 듯싶어 작가연보를 먼저 쭉 살펴 보았다. 그런데 천재이자 대 문호답게 그의 삶은 역시 보통 사람의 그것과는 달랐다. 어머니의 발광 , 세기말, 그리고 자살 이라는 세 단어가 한꺼번에 겹쳐 지면서 그의 문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는 것을 느꼈다.
아쿠타가와 작품은 대체로 어둡고 우울하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로 예리한 시선으로 인간과 인생의 한 단면을 포착해 내고 있으며 세기말의 근대인으로서의 자각과 자의식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소재에 있어서도 역사에서 우화를 넘나들 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문체와 때로는 역설과 반어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가미하거나, 인생의 허위를 증오하고 삶의 회의 그리고 염세를 적절히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아쿠타가와 소설은 놀라울 만큼 흡인력을 지니고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마치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를 아우르는 영화 몇 편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그의 작품을 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난독의 어려움을 느끼거나 오래된 작품이라는 시간의 간극으로 인해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작품을 읽는 내내 점점 몰입되어 갔다. 우화는 우화대로 또 역사물은 역사물 대로 그 나름의 재미를 구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재미만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 끊임없이 회구하게 만들었으며 그의 예리한 시선은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다. 자전을 통해서는 그가 자살하기 까지 어느 정도의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견뎌야 했는지에 대한 인간적 동정심 마저 일게 되는 것이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문학을 단기간에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련의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단순히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소유한 천재로만 볼 수 는 없을 것 같다. 그의 평범하지 않은 개인사적인 면모와 세기말을 살다간 지식인으로서의 시대사적 배경은 그의 작품이 천재의 문학이라기 보다 천재의 일생이라고 명명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듯이 발광에 관한 두려움이 그의 일생동안 지워지지 않는 불안으로 쌓여 있었다. 때문에 인간의 삶에 대한 허무와 인간이 인간인 것에 대한 혐오와 절망, 이상한 심경에 괴로워 하는 심상이 그에게 어두운 그림자로 작용했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현실에서 결코 토로할 수 없었던 세상에 대한 적의와 조소를 표현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문학은 그에게 문학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결국 정신적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에 이르렀지만 그의 일생을 통한 불안감과 죽음에의 갈구가 그의 문학을 가능케 해 준 발로라고 한다면 지나친 처사일까. 끊임없이 현실을 자각하고 문학을 통해 죽음과 불안감을 파헤쳐 풀어내려 했던 그의 노력은 세기말을 막 지나쳐온 현재의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에 틀림없다.

키워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월식,   라쇼몽,   코,   덤불 속,   일본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