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생산과 실험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문화적 진화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기존의 형식을 흉내 내고 차이를 만들어 내는 양가성을 가진다.
제9장 디아스포라와 문화 혼종
이민족에서 다국적 문화부족까지
이민의 추억 : 이민족과 포스트모던 디아스포라 이민은 자발적인 이주가 아니라 불가피하고 비극적인 반강제적 이주의 성격을 갖는 다. 즉 이민 열풍은 국가의 총체적 부실을 측량하는 계기판이면서 개인에 대한 국가 재앙을 예고하는 현대판 ‘엑소더스’로 읽을 만하다.
탈한국 신드롬? 최근의 이민 열풍은 분명 특정한 개인과 가족의 이기심이나 부유층의 도피로만 볼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의 이민은 못사는 나라 한국을 회피하려는 과거 상류층의 도피형 이민과는 다르며, 기득권의 부를 재생산하는데 일조하는 생계형 노동 이민도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 가족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1세계로 이주하려는 중산층 노동 인력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바로 중간 계급의 완전 이탈이 기득권의 우려의 핵심인 것이다.
근대의 이민족, 탈근대의 이민족 한국의 이민의 역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1863년에서 2차 세계대전까지로 식민 통치하에서 집단 강제 이주를 당한 시기다. 두 번째 단계는 해방에서 산업자본주의가 정점에 다다르는 1980년대까지의 시기로, 이때의 이민은 산업 노동 인력을 서구에 파는 식이어서 일종의 인력 시장을 형성했다는 특성을 띤다. 세 번째 단계는 자녀의 미래를 위한 교육 이민이 본격화된 1990년대 초반부터 청년 세대의 이민 열풍이 불고 있는 최근까지의 시기로, 초기의 강제 이주나 중기의 생계형 이민과는 다른 탈출형 이민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글로벌 시대 국지인의 운명 : 기러기 아빠들 탈출형 이민이 한국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연장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조기 유학 바람으로 현재 국내에는 약 1만 7.000명의 ‘기러기 아빠’가 존재한다. 해마다 해외 유학 비용으로 지출되는 돈이 55억 달러를 넘는다. 게다가 조급하게 탈출형 이민을 단행하다 현지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역이민하는 경우도 많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하는 이민이 감옥 같은 입시 제도와 폭등하는 집값, 가중되는 실업난에서 이탈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하지만, 다른 곳에 가면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문화적 디아스포라와 탈국적 문화부족 글로벌 시대 탈국적화된 문화부족의디아스포라는 완전한 의미의 신체적 혼종화가 아니며, 상품 형식, 혹은 후식민화된 유행 형식 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문화적 디아스포라가 문화 혼종화 시대에 유력한 상품의 메시지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탈국적화된 문화적 디아스포라는 여전히 일본에 대한 문화적 향수와 미국에 대한 문화적 동경이 잠재된 채로 후식민지적인 문화 모순을 안고 있다.
제10장 프로슈머로서의 폐인 문화부족
폐인의 변용과 언어시장 폐인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병을 얻어 몸을 망치거나 만사에 실패하여 세상을 등지고 사는 사람이지만, 인터넷과 대중문호 공간에서는 자신을 좋아하는 일에 빠져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인간을 가리킨다. 폐인은 타율적이고 운명적이 파산에 직면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자율적이고 엉뚱한 상상력을 즐기는 인간으로 재번역되고 있는 것이다.
폐인의 첫 번째 의미 : ‘쿨’ 한 스타일 폐인은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문화적 스타일을 가리켜 ‘쿨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페인은 쿨하다’라는 공식이 낯설지 않은 것은 폐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발적이며 다른 사람들과의 구별을 통해서 자신들의 문화적 성향을 분명히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폐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실패한 인간, ‘꿀꿀한’ 인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멋있는 인간, 재미있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다. 대중문화의 장에서 ‘쿨’은 멋지고 좋은 것으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폐인의 두 번째 의미 : 능동적 참여자 폐인들의 쿨한 스타일은 능동적 참여자와 연관되어 있다. 폐인들의 삶은 비관적이거나 소극적이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폐인은 특정한 일에 몰두하고 사소한 일상에 지나친 의미를 무여한다. 또한 서로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고 집단적인 예식에 참여하며 공통의 스타일을 발견하여 형식화된다.
드라마 폐인 : ‘네멋’에서 ‘미사’ 까지 폐인 드라마가 다수 집단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소수 집단의 예외적 취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네멋’과 ‘다모’, ‘미사’폐인들은 자신들의 취향을 소수자의 취향으로 인식한다. 드라마와 폐인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감수서의 교환, 정체성의 공감, 소수자로의 동일화 같은 이른바 ‘폐인적 코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드라마 폐인에 대해, 단순이 특정 드라마를 열렬하게 좋아하는 선호 계층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비주류적인 감수성을 지향하고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정서를 고유하는 집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할 듯 싶다.
문화를 만드는 힘 : 팬덤과 폐인 팬덤문화는 폐인문화 현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의 팬덤문화는 추종자들이 스타에게 일방적으로 종속되거나 수동적인 소비자에게 머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활동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폐인문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팬덤문화는 특정한 스타나 장르를 선호하는 팬들의 자발적인 모임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중문화에 다양하게 퍼져 있는 음악인, 배우, 서사물, 장르를 선택하여 자신들의 문화 소고에 수용하는, 대중문화의 일반적인 문화 현상이다.
폐인의 심리학 : 편집증과 강박증 폐인들의 행위는 편집증과 강박증의 징후를 드러낸다. 편집증은 자신이 누군가의 의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과 반대로 자신이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이 결합된 것으로 지속적으로 그 지위에 집착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반면 강박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생각이나 이미지와 행동이 지속적으로 떠오르면서 불안감을 느끼고 그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증상을 의미한다.
제9장 디아스포라와 문화 혼종
이민족에서 다국적 문화부족까지
이민의 추억 : 이민족과 포스트모던 디아스포라 이민은 자발적인 이주가 아니라 불가피하고 비극적인 반강제적 이주의 성격을 갖는 다. 즉 이민 열풍은 국가의 총체적 부실을 측량하는 계기판이면서 개인에 대한 국가 재앙을 예고하는 현대판 ‘엑소더스’로 읽을 만하다.
탈한국 신드롬? 최근의 이민 열풍은 분명 특정한 개인과 가족의 이기심이나 부유층의 도피로만 볼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의 이민은 못사는 나라 한국을 회피하려는 과거 상류층의 도피형 이민과는 다르며, 기득권의 부를 재생산하는데 일조하는 생계형 노동 이민도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 가족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1세계로 이주하려는 중산층 노동 인력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바로 중간 계급의 완전 이탈이 기득권의 우려의 핵심인 것이다.
근대의 이민족, 탈근대의 이민족 한국의 이민의 역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1863년에서 2차 세계대전까지로 식민 통치하에서 집단 강제 이주를 당한 시기다. 두 번째 단계는 해방에서 산업자본주의가 정점에 다다르는 1980년대까지의 시기로, 이때의 이민은 산업 노동 인력을 서구에 파는 식이어서 일종의 인력 시장을 형성했다는 특성을 띤다. 세 번째 단계는 자녀의 미래를 위한 교육 이민이 본격화된 1990년대 초반부터 청년 세대의 이민 열풍이 불고 있는 최근까지의 시기로, 초기의 강제 이주나 중기의 생계형 이민과는 다른 탈출형 이민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글로벌 시대 국지인의 운명 : 기러기 아빠들 탈출형 이민이 한국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연장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조기 유학 바람으로 현재 국내에는 약 1만 7.000명의 ‘기러기 아빠’가 존재한다. 해마다 해외 유학 비용으로 지출되는 돈이 55억 달러를 넘는다. 게다가 조급하게 탈출형 이민을 단행하다 현지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역이민하는 경우도 많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하는 이민이 감옥 같은 입시 제도와 폭등하는 집값, 가중되는 실업난에서 이탈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하지만, 다른 곳에 가면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문화적 디아스포라와 탈국적 문화부족 글로벌 시대 탈국적화된 문화부족의디아스포라는 완전한 의미의 신체적 혼종화가 아니며, 상품 형식, 혹은 후식민화된 유행 형식 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문화적 디아스포라가 문화 혼종화 시대에 유력한 상품의 메시지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탈국적화된 문화적 디아스포라는 여전히 일본에 대한 문화적 향수와 미국에 대한 문화적 동경이 잠재된 채로 후식민지적인 문화 모순을 안고 있다.
제10장 프로슈머로서의 폐인 문화부족
폐인의 변용과 언어시장 폐인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병을 얻어 몸을 망치거나 만사에 실패하여 세상을 등지고 사는 사람이지만, 인터넷과 대중문호 공간에서는 자신을 좋아하는 일에 빠져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인간을 가리킨다. 폐인은 타율적이고 운명적이 파산에 직면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자율적이고 엉뚱한 상상력을 즐기는 인간으로 재번역되고 있는 것이다.
폐인의 첫 번째 의미 : ‘쿨’ 한 스타일 폐인은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문화적 스타일을 가리켜 ‘쿨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페인은 쿨하다’라는 공식이 낯설지 않은 것은 폐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발적이며 다른 사람들과의 구별을 통해서 자신들의 문화적 성향을 분명히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폐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실패한 인간, ‘꿀꿀한’ 인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멋있는 인간, 재미있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다. 대중문화의 장에서 ‘쿨’은 멋지고 좋은 것으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폐인의 두 번째 의미 : 능동적 참여자 폐인들의 쿨한 스타일은 능동적 참여자와 연관되어 있다. 폐인들의 삶은 비관적이거나 소극적이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폐인은 특정한 일에 몰두하고 사소한 일상에 지나친 의미를 무여한다. 또한 서로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고 집단적인 예식에 참여하며 공통의 스타일을 발견하여 형식화된다.
드라마 폐인 : ‘네멋’에서 ‘미사’ 까지 폐인 드라마가 다수 집단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소수 집단의 예외적 취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네멋’과 ‘다모’, ‘미사’폐인들은 자신들의 취향을 소수자의 취향으로 인식한다. 드라마와 폐인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감수서의 교환, 정체성의 공감, 소수자로의 동일화 같은 이른바 ‘폐인적 코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드라마 폐인에 대해, 단순이 특정 드라마를 열렬하게 좋아하는 선호 계층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비주류적인 감수성을 지향하고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정서를 고유하는 집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할 듯 싶다.
문화를 만드는 힘 : 팬덤과 폐인 팬덤문화는 폐인문화 현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의 팬덤문화는 추종자들이 스타에게 일방적으로 종속되거나 수동적인 소비자에게 머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활동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폐인문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팬덤문화는 특정한 스타나 장르를 선호하는 팬들의 자발적인 모임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중문화에 다양하게 퍼져 있는 음악인, 배우, 서사물, 장르를 선택하여 자신들의 문화 소고에 수용하는, 대중문화의 일반적인 문화 현상이다.
폐인의 심리학 : 편집증과 강박증 폐인들의 행위는 편집증과 강박증의 징후를 드러낸다. 편집증은 자신이 누군가의 의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과 반대로 자신이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이 결합된 것으로 지속적으로 그 지위에 집착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반면 강박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생각이나 이미지와 행동이 지속적으로 떠오르면서 불안감을 느끼고 그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증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