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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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창작소설- 모녀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째 큰 엄마는 무릎에 얹은 쟁반을 내게 건네주며 고모를 따라 방밖으로 나갔다. 문득 둘째 큰엄마와 고모가 무슨 얘기를 주고받을 지 궁금해 졌지만 나는 이내 곧 생각을 돌렸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할머니가 정말로 황천길로 갈 뻔했다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것, 그것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할머니 베개 어디 갔어? 내가 아까 여기다가 놓은 거 같은데.”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베개를 찾았다. 베개는 장롱 앞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베개를 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공주님, 공주님. 우리 공주님.”
그 때 갑자기 할머니가 내 팔을 잡으며 나를 ‘공주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나 보고 또 공주님이라고 하네? 내가 공주면 할머니는 여왕님이야, 그럼?”
나는 농담을 건네며 장롱 앞에 있는 베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바탕 난리를 치른 그날 이후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부쩍 심해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은 예사였고 가끔씩은 당신의 나이도 잊어버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머니가 내 할머니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할머니에게 더욱 애틋한 정을 느끼고 있었다.
“공주님.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해서 공주님 잘 살게 해줄게.”
갑자기 할머니가 내 팔을 더 끌어당기며 말했다.
“엄마가 못 먹어서 젖도 못주고 피난 가느라 고생만 하고. 미안해서 어떡하니.”
갑자기 할머니는 울먹이며 내 팔을 쓰다듬었다.
“할머니, 또 왜 그래?”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거리며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요즘 들어 부쩍 나를 둘째 고모로 착각하고는 했다.
“지희야, 왜 그러냐?”
그 때 첫째 큰아빠가 절뚝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첫째 큰 아빠를 보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큰아빠, 할머니가 또 둘째 고모 생각이 나시나 봐요. 저보고 피난 가느라 고생해서 미안하다고 하시고 젖 못줘서 미안하다고 그러세요.”
할머니는 이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떡하니. 미안해서 어떡하니. 난 이렇게 살아서 호강했는데 넌 그러질 못해서 어떡하니.”
이제 할머니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할머니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다, 지희야. 할머니가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러시는 거야. 괜찮아.”
첫째 큰 아빠는 자리를 잡고 앉으며 불편한 다리를 쭉 뻗었다. 주름이 가득한 첫째 큰아빠의 눈매가 무척 쓸쓸해 보였다.
“우리 형제들 중에서 전쟁 통에 죽은 이는 네 작은 고모뿐이었지. 워낙 어린 나이여서 피난살이 하는 것을 견뎌 내지 못했어. 그래서 그만 그렇게 가버리고 말았어.”
아직도 할머니는 내 팔이며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첫째 큰아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 사진 네가 찾은 거지?”
첫째 큰아빠는 뒷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예전에 내가 장롱 안에서 찾아 거실 테이블에 올려 두었던 그 사진이었다.
“이 사진 처음 봤을 때 나는 단박에 옥선이를 알아봤어. 네 아빠는 그 때 태어나지도 않았고 다른 형제들은 다들 어렸지만 그 때 난 스무 살 정도 되었으니까 당연히 알아봤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첫째 큰 아빠의 이야기를 들었다. 첫째 큰 아빠의 목소리도 조금씩 떨리는 것 같았다. 첫째 큰 아빠는 몸을 움직여 할머니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어머니, 이제 옥선이도 편히 잠들었을 거예요. 어머니 마음 다 알고 저기 좋은 세상 갔을 거예요.”
첫째 큰 아빠는 할머니의 등을 어루만지며 마치 어린 애를 달래듯이 말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고모가 오기를 은근히 기다리다가도 막상 오면 그렇게 툴툴거린 거였구나. 작은 고모가 생각이 나서.’
나는 아직도 내 팔에 매달려 있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오랜 세월동안 죽은 자식을 가슴에 품고 살았나보다, 할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무너졌을까. 나는 자식을 안 낳아 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은 고모를 떠올리며 지난 세월 동안 할머니가 품고 살았을 한과 서러움과 원통함에 대해서 생각했다. 비록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 속의 일이었지만 나는 전쟁 때 죽은 작은 고모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울컥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엄마! 이것도 태워야 돼.”
엄마는 무덤 옆의 공터에서 검은 상복을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삼오제가 끝난 후 장례 기간 동안 입었던 상복을 태우는 것이 예법이라는 것을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알았다.
“그게 뭔데?”
엄마는 내가 들고 있는 상자를 보며 말했다.
“응. 옛날 사진인데 태워서 할머니 옆으로 보내드릴려고. 할머니가 좋아하실거야.”
나는 상자를 불 속에 던지고는 잘 타도록 막대기로 꾹꾹 눌렀다.
“아, 네가 발견했다는 그 사진?”
“응. 장롱 속에 있던 그 사진이랑 우리 집안 식구들 사진 몇 장이랑. 하늘 나라 가서 할머니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얼굴 잊어버리지 마시라고.”
나는 서서히 타들어가는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했다. 한 줌의 재로 변해가는 사진들을 보며 나는 고개를 수그렸다
“할머니는 내가 그 사진을 발견했다는 것도 모르시겠지? 그래도 할머니가 소중히 간직하셨던 거니까 태워서 같이 보내드리려고.”
불이 워낙 기세 좋게 타올라 사진들은 이제 거의 한 줌의 재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 재들을 막대기로 훑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사진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았다.
“사진 태우는 거냐?”
그 때 고모가 상복을 들고 불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네. 그리고 우리 집안 식구들 사진도 같이 태웠어요. 우리 얼굴 잊어버리지 마시라구요.”
나는 미처 다 타지 못한 사진들을 고모가 보면 속상해 할까봐 얼른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고모는 잠시 동안 사진들이 타는 것을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것도 같이 태우자꾸나.”
고모는 들고 있던 상복을 마지막 사진이 타들어갈 때, 함께 던져 넣었다. 사진을 태우던 불길은 고모의 상복에도 금세 옮겨 붙었다. 고모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휴, 하고 짧게 한 숨을 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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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7.08.02
  • 저작시기2005.6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423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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