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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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창작소설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많이 속아. 목소리 큰 사람이 이렇다, 하면 우르르 그쪽으로 몰리는 바보 같은 사람들도 많고. 그런데 진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야. 그러니까 가까이에 있는데도 자꾸만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 거지. 참 오랫동안 싸운 것 같은데 남은 건 정말 아무것도 없다. 처음엔 내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게 자꾸 눈에 보여. 조금이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것 같은데…… 길이 안 보여. 길이…….”
언니는 흐느끼고 있었다. 감정이 복받치자 언니는 어깨를 들썩거렸다. 나는 언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언니의 몸에서 조금씩 열이 나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되는데, 뭐.”
언니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언니는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도 언니를 따라 웃었다. 하지만 굿을 하는 것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들었다.
“너희들 여기서 뭣 하고 있느냐. 어서 가서 장군님 모실 준비 하지 않고!”
박수가 북을 둥둥 울려대며 소리를 질렀다. 북소리와 장구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무당들은 기묘한 옷을 입고 춤을 춰댔다. 언니는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이 어린 자손이 무슨 죄를 얼마나 많이 지었길래 그리 노하셨습니까? 장군님, 여기 한상 그득하게 차렸으니 맛있게 드시고 노여움을 푸소서.”
인천에서 온 보살이라는, 제법 덩치가 있는 무당이 겅중겅중 뛰며 춤을 추었다. 언니는 눈앞의 상황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멍하니 다른 곳을 응시할 뿐이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언니를 나는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때 고모가 앞으로 나오더니 곡을 하기 시작했다. 억울한 혼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얻어온 약과 하나 먹었다가 삼수갑산을 넘은 이 가련한 혼령 얘기 좀 들어주소. 상갓집에서 붙어온 육실할 잡귀 때문에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소이다!”
고모의 입에서 남자 목소리 같은 굵은 음성이 새어나왔다. 문득, 저게 정말 신이 내려서 나오는 소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모가 통곡을 하면서 하고 있는 저 얘기, 저것은 언니한테 들은 얘기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언니의 표정이 점점 변해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일이었다. 언니와 고모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각자 다른 곳에서 들었다고 하기에는 우연이 너무 심했다.
나는 고모의 입을 주시했다. 고모는 눈을 감은 채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한이 너무 많아서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을 헤매는데, 아따, 딱 좋은 후손 하나가 태어나지 뭡니까. 그 자손에게 의탁하여 못다한 삶 살아보려고 하는데, 허, 이 자손이 한사코 싫다 하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한상 그득하게 차려줬으니 맛나게 자시고 어이 가소!”
“싫다면 어떡할 건데?”
고모는 완전히 딴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언니 쪽을 바라보았다. 언니가 일어나고 있었다. 언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언니는 고모에게 다가갔다. 고모는 언니가 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더 격렬하게 춤을 췄다. 언니는 천천히 뒤돌아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창을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상을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꺄악!”
무당들의 비명 소리가 귀청을 찢었다. 언니가 굿판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과일, 떡, 고기, 생선 등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언니는 무서운 속도로 무당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언니는 울고 있었다.
“다 집어치워!”
언니의 고함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형님! 형님! 괜찮으세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엄마가 고모의 다리를 주무르며 외쳤다. 엄마는 고모가 더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고모에 비하면 언니의 상태는 양반이었다. 고모는 충격을 받아 한동안 정신을 잃었다. 말문이 트인 상태에서 충격을 받으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 고모가 불러온 무당들의 설명이었다. 엄마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문득 언니를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오고 있었다. 언니의 몸에서 열이 날지도 몰랐다. 나는 조용히 일어섰다. 엄마가,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잠깐 언니한테 갔다 올게.”
“혼자 가도 괜찮겠어?”
엄마의 표정은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언니의 방은 여전히 어두웠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언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언니는 눈을 감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언니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열이 오르고 있었다. 고열이었다.
“언니! 언니!”
나는 언니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며 언니를 불렀다. 몸이 불덩이 같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실감이 났다. 나는 엄마를 부르며 방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언니가 나를 불렀다.
“가지 마, 혜영아!”
언니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열이 그렇게 나는데도 몸을 가눌 수 있는 언니가 신기했다. 저 작은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알 길이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하룻밤만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와. 전에도 봤잖아, 나 열나는 거. 괜찮으니까 소란스럽게 하지 마.”
“그래도 언니…….”
언니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한사코 손을 흔들었다.
“그럼 네가 내 옆에 좀 있어줘. 나 오늘은 편히 잠들 수가 없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네가 내 옆에 좀 있어줘.”
열에 들떠서 하는 헛소리가 아니었다. 언니의 말에는 절박함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오랫동안 싸워왔던 그 무엇에 대항해 언니는 아직도 힘겹게 저항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다. 언니의 말대로 진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언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언니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누웠다. 언니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나는 언니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열병을 앓는 것처럼 지독히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언니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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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7.08.02
  • 저작시기2006.6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423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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