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다물고 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눈에 한가득 눈물을 담고, 파래진 얼굴로 호소하는 지은을 성현은 무심한 듯 바라보고는 유유히 강의실을 나가 버렸다. 지은은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서 지금껏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날 그녀는 문틈 사이로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았고, 알지 말아야 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금지되고도 오염된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대가들을 그녀의 안에서 스스로 치루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아름은 강종욱의 수업시간 내내 유지은을 살피고 있었다. 고개를 바닥에만 쳐박고는 이따금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그녀가 망상에 시달릴 때 자주 볼 수 있었던 불안한 눈초리들을 목격하고는, 강종욱과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제 3자가 유지은임을 확신했다. 그러자 아름은 황성현의 거들먹거리던 태도가 우습게 느껴졌고, 이전에 느껴야만 했던 불안감이 조금 해소되는 듯 했다. 유지은과 같은 겁쟁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녀는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한 손에 반짝이는 명품가방을 들고 한손으로는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지은의 앞에 다가갔다. 지은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오아름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오아름은 웃고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수업도 끝났는데."
"아. 응..그냥."
"오늘 교수님이 불러도 계속 정신없이 앉아 있더라.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 없어. 나 이만 가볼게."
지은은 빠르게 자신의 책과 가방을 챙겨서는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두 계단씩 뛰어내려 왔다. 지은은 아름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순간, 생명에까지의 위험을 느꼈었다. 오아름이 아닌 자신이 이 학교에서 사라져야만 할 것 같고, 결국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그 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오아름이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 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뛰어내려오던 지은은 학교 건물 안에서 빠져나와 차가운 바람을 맞았다. 헉헉대는 숨을 차분히 고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가 잠시 망상과 불안에 갇혀 있던 자신을 진정키는 것 같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내 지은은 결심했다. 진실 앞에 벌벌 떨고 있는 자신을 지켜야겠다고. 정의로운 사회 실현에 앞서서 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보호해줄 안전한 울타리이며, 그 울타리는 황성현이 아닌 기준과 확실한 법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봤어요. 분명히 봤다구요. 강종욱 교수와 오아름이라는 학생이 불륜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하며 지은은 부들부들 떤다. 다 말하고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다. 혹시 강종욱 교수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것을 신고해도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진 않을까, 등의 걱정 때문이다. 총장은 이러한 불안에 덜덜 떠는 지은에게 따끈한 녹차 한잔을 대접한다.
"확실한거죠?"
"사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확실하지 않은 사실로 일을 크게 벌이게 되면 학생 신상에도 좋지 않을거에요. 그래도 강종욱 교수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나요?"
지은은 이제 이까지 딱딱 부딪히며 떨기 시작한다. 끄덕끄덕.
"좋아요.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취를 취할 테니 나에게 말한건 비밀로 해요. 물론 나도 학생이 말한건 비밀로 하도록 하죠."
총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한다. 총장의 태도는 마치 신도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목사님인 것만 같아서 교회에 온 듯 지은의 마음은 편해졌다. 더 이상 떨림이나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총장과의 면담 이후 10여일이 넘게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강종욱은 교단에 서서 권위적인 목소리를 뽐내고 있었으며 오아름은 명품가방이 하나 더 늘었다. 옷깃을 여미며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걷던 어느 날, 지은은 "강종욱이 총장의 충실한 개잖아."라는 누군가의 말을 스쳐지나가며 듣는다.
"유지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지은의 어깨를 잡은 성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내가 너 다칠거라고 경고 했잖아."
지은은 머릿속이 윙윙 울려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또 다시 자신을 향해 달겨드는 공포감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강종욱은 교단에 서서 권위적인 목소리를 뽐내고 있을 것이며 오아름은 명품가방이 하나 더 늘 것이다.
눈에 한가득 눈물을 담고, 파래진 얼굴로 호소하는 지은을 성현은 무심한 듯 바라보고는 유유히 강의실을 나가 버렸다. 지은은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서 지금껏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날 그녀는 문틈 사이로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았고, 알지 말아야 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금지되고도 오염된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대가들을 그녀의 안에서 스스로 치루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아름은 강종욱의 수업시간 내내 유지은을 살피고 있었다. 고개를 바닥에만 쳐박고는 이따금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그녀가 망상에 시달릴 때 자주 볼 수 있었던 불안한 눈초리들을 목격하고는, 강종욱과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제 3자가 유지은임을 확신했다. 그러자 아름은 황성현의 거들먹거리던 태도가 우습게 느껴졌고, 이전에 느껴야만 했던 불안감이 조금 해소되는 듯 했다. 유지은과 같은 겁쟁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녀는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한 손에 반짝이는 명품가방을 들고 한손으로는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지은의 앞에 다가갔다. 지은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오아름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오아름은 웃고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수업도 끝났는데."
"아. 응..그냥."
"오늘 교수님이 불러도 계속 정신없이 앉아 있더라.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 없어. 나 이만 가볼게."
지은은 빠르게 자신의 책과 가방을 챙겨서는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두 계단씩 뛰어내려 왔다. 지은은 아름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순간, 생명에까지의 위험을 느꼈었다. 오아름이 아닌 자신이 이 학교에서 사라져야만 할 것 같고, 결국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그 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오아름이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 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뛰어내려오던 지은은 학교 건물 안에서 빠져나와 차가운 바람을 맞았다. 헉헉대는 숨을 차분히 고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가 잠시 망상과 불안에 갇혀 있던 자신을 진정키는 것 같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내 지은은 결심했다. 진실 앞에 벌벌 떨고 있는 자신을 지켜야겠다고. 정의로운 사회 실현에 앞서서 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보호해줄 안전한 울타리이며, 그 울타리는 황성현이 아닌 기준과 확실한 법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봤어요. 분명히 봤다구요. 강종욱 교수와 오아름이라는 학생이 불륜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하며 지은은 부들부들 떤다. 다 말하고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다. 혹시 강종욱 교수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것을 신고해도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진 않을까, 등의 걱정 때문이다. 총장은 이러한 불안에 덜덜 떠는 지은에게 따끈한 녹차 한잔을 대접한다.
"확실한거죠?"
"사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확실하지 않은 사실로 일을 크게 벌이게 되면 학생 신상에도 좋지 않을거에요. 그래도 강종욱 교수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나요?"
지은은 이제 이까지 딱딱 부딪히며 떨기 시작한다. 끄덕끄덕.
"좋아요.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취를 취할 테니 나에게 말한건 비밀로 해요. 물론 나도 학생이 말한건 비밀로 하도록 하죠."
총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한다. 총장의 태도는 마치 신도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목사님인 것만 같아서 교회에 온 듯 지은의 마음은 편해졌다. 더 이상 떨림이나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총장과의 면담 이후 10여일이 넘게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강종욱은 교단에 서서 권위적인 목소리를 뽐내고 있었으며 오아름은 명품가방이 하나 더 늘었다. 옷깃을 여미며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걷던 어느 날, 지은은 "강종욱이 총장의 충실한 개잖아."라는 누군가의 말을 스쳐지나가며 듣는다.
"유지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지은의 어깨를 잡은 성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내가 너 다칠거라고 경고 했잖아."
지은은 머릿속이 윙윙 울려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또 다시 자신을 향해 달겨드는 공포감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강종욱은 교단에 서서 권위적인 목소리를 뽐내고 있을 것이며 오아름은 명품가방이 하나 더 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