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재인식의 비교

목차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재인식의 비교

1.한국전쟁의 배경과 원인

2.한국전쟁의 결과와 영향

3.한국전쟁의 원인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들

4.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한 우리의 자세

본문내용

조건들이 스탈린에게 한국전쟁을 통하여 소련의 세계 전략적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한 구실을 제공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49년 3월 스탈린과의 면담과 1949년 8월과 1950년 1월 스티코프와의 면담 기록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김일성은 분단국가가 성립된 이후 언제나 남침을 원하고 있었지만, 1950년 1월 30일 스탈린이 남침에 동의하기 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접에서 한국전쟁은 김일성의 개전 의지만으로는 충분하게 설명될 수 없다. 또한 스탈린이 대규모 국경 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것을 철저히 통제했다는 사실은 한국전쟁의 원인을 단순히 국경 분쟁의 연장선상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1949년 9월 24일 소련 정치국 지시문에서 스탈린이 남침 그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고 단지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때, 적절한 시기가 왔다고 스탈린이 판단할 때에는 언제든지 스탈린의 결정에 따라 한국전쟁이 일어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1949년 내내 무력 통일을 원한 김일성의 개전 의지나 한반도 내부에서 일어났던 국경 분쟁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전쟁의 원인을 찾으려는 좁은 시야를 벗어나, 스탈린이 어떠한 세계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반도 내부의 상황을 이용하여 남침을 승인하고 지원하기로 결정했는지를 밝히는 데 더 많은 이론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한 우리의 자세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은 남침 결정에 있어서 북한의 독자성을 강조하고 스탈린의 역할을 부차적으로 취급했으며, 이것에 기초해 한국전쟁의 원인과 그 국제 정치적 결과들을 설명하고자 했다. 또한 일부 이론가들은 소련 문서가 공개된 이후에도 이러한 이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학자들은 한국전쟁이 내전으로 시작되었지만 미국과 중국의 개입으로 국제전화 되었다는 절충 주의적 입장을 갖고 있다.
앞에서 이 글은 이러한 이론들을 비판하고 한국전쟁이 결정되는 데 있어서의 스탈린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한국전쟁은 시작부터 국제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전쟁을 통하여 스탈린이 어떤 정치적 목적들을 달성하고자 했는지를 밝히고자 시도했다.
한국전쟁은 국지전의 형태를 띠었으면서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극한적 대결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미국과 소련에는 한국전쟁이 제한전 이었지만 이 전쟁을 통하여 한민족은 대전에서와 같은 고통을 겪었다. 한반도상에서 또 다른 전쟁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한국전쟁보다 훨씬 더 격렬할 것이고, 그 결과 한민족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전쟁은 주변 국가들의 한반도에 대한 세력 판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본이 폐허화 된 한반도에 대해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독점적 영향력 행사를 용인하지 않음으로써, 한반도는 또 한 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이다. 유럽과 북미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 광역화의 노력에 아시아 지역이 뒤처질 경우 19세기 서구의 팽창에 직면하여 동양이 겪은 고통은 되풀이될 것이고, 국가들 사이의 상호 의존성이 증대된 오늘의 현실에서 그 결과는 서구의 번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막아야 하는 일차적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한국전쟁 이전에 남북한 쌍방에 의한 국경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김일성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지도자들이 무력통일론을 제창하지 않았다면, 스탈린이 북한 내부의 상황을 역이용하여 한반도에서 롤백 전략을 추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향후 한반도 내에서 전개될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어떠한 사태들도 언제든지 주변 국가들에게 역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한국전쟁 직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민족은 한국전쟁을 통하여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채 분단된 상태에 살고 있다. 근대적 통일 민족 국가 건설을 열망하는 우리에게 분단 상태는 여전히 불안정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은 한민족이 불확실성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그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민족의 잠재력을 최고로 발현시켜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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