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시세계 변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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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포로수용소에서의 일화까지 제시하며 자기 폭로의 어법을 취한다. 정면으로 버티지 않고 옆으로 비켜섬으로써 옹졸한 반항을 통해 살아남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정면으로 저항하면 권력의 힘에 억눌려 죽고 말지만 먼지나 풀처럼 먼저 옆으로 비켜서면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방법이 이렇게 옆으로 비켜서는 옹졸한 행동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현실 속에 권력의 횡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명의 억압이 존재한다는 것을 역으로 드러낸다.
그리고「그 방을 생각하며」에서는 혁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나타난다. 그토록 찬란하게 빛을 발했던 419가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로 바뀌어 버리는 시대적 ‘가벼움’을 오히려 귀중한 ‘재산’으로의 전환시켜 생각할 줄 아는 역설이 바로 그것이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도 잃고 가벼움 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그 방을 생각하며」, 전문
◆ 결론
김수영은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에서 ‘모든 실험적인 문학은 필연적으로는 완전한 세계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수영 전집2』, 159p
는 이야기를 인용하여 그의 문학적 세계관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가 추구한 문학은 이러한 그의 발언과 그가 역설한 정치적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 등의 주장에 의하여 '김수영의 시=행동'으로 해석되어 김수영을 참여 시인으로 규정짓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계급문학을 주장할 만큼 그가 생각하는 시의 뉴프런티어는 유치하지 않다 말하였으며 '계급문학이니 앵그리문학이니 개똥문학이기 하기 전에 우선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천만번이라도 역설하고 싶다' 「詩의 뉴 프런티어」, 『김수영 전집2』, 176p
고 주장하고 있다. 즉 그가 추구한 새로움의 탐구에 있어서 전제와 본질이 작품다운 작품이라 천명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 참여시의 옹호자란 호칭에 대해 달갑지 않고 분에 넘치는 것이라 하여 그가 추구했던 자유의 회복 및 새로움의 탐구에 대한 주위의 견해에 대해 그 스스로의 생각을 밝혔으며 『시월평』 「새로운 포멀리스트」에서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는 진정한 참여시가 없는 반면에 진정한 포멀리스트의 절대시나 초월시도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 『김수영 전집2』, 401p
하여 참여와 순수로 이분되어 있던 당대의 시단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좌우익의 어느 집단에도 투신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탈권력적 삶의 방식은 그의 삶이 마감되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그는 좌우의 이념적 양극 모두에 저항하는 한편, 60년대 이후에는 군부독재에 맞섰다. 그는 언제나 좌우, 모더니즘리얼리즘이라는 권력의 이분법 '사이'에 있었다. 그에게 권력이란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질문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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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 소개,   의미 분석,   김수영의 시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