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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본문내용
래서 아버지가 얘기하고 있는 동안에 자기 의자에서 살짝 일어나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문으로 나갔다.
밤은 캄캄했고 아득히 먼 데서의 술렁임이 분명하게 들렸다. 재목을 나르는 말들의 목에 달린 방울소리가 아득히 먼 언덕 저쪽의 시골길에서 울려 왔다. 조디는 어두운 뜰을 지나 더듬거리며 걸었다. 산막의 작은 방 창으로 등불이 비쳤다. 그날 밤의 일은 비밀이었으므로 그는 살짝 창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지타노는 흔들의자에 앉아 등을 창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오른손을 앞쪽에서 천천히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조디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타노는 갑자기 몸을 똑바로 하고 사슴 가죽 조각을 집어 무릎 위에 놓은 것을 덮으려고 했으나 가죽은 미끄러져 떨어지고 말았다. 조디는 지타노의 손에 있는 거을 보고 깜짝 놀라 서 있었다. 그것은 황금 자루가 달린 가늘고 긴, 아름다운 칼이었다. 칼은 음산한 등불의 엷은 광선 같았다. 칼자루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섬세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게 뭐에요?”
조디는 힐문하듯 말했다. 지타노는 그저 불끈한 듯한 시선으로 조디를 보았을 뿐이었다. 떨어진 사슴가죽을 집어 올려 그 훌륭한 칼을 말끔히 싸버렸다. 조디는 손을 내밀었다.
“그걸 보여 줄 수 없어요?”
지타노는 화난 눌길을 하고선 머리를 가로저었다.
“어디서 났어요? 어디서 왔어요?”
지타노는 뭔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조디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아버지로부터 받았단다.”
“그럼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그걸 어디서 얻은거죠?”
지타노는 자기 손 안에 있는 긴 가죽 꾸러미를 보고 있었다.
“모르겠어.”
“아버지가 말해 주지 않았어요?”
“말하지 않았어.”
“그걸로 뭘 할 거에요?”
지타노는 다소 놀란 듯한 얼굴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저 갖고 있을 뿐이야.”
“한 번 더 보여줄 수 없어요?”
노인은 천천히 꾸러미를 풀어 빛나는 칼을 꺼내 잠시 동안 램프 불에 비추어 보였다. 그러고는 곧 다시 싸버렸다.
“이제 돌아가 주었으면 해. 난 자고 싶단다.”
조디가 문을 다 닫기도 전에 지타노는 램프를 꺼버렸다.
조디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한 가지 사실을, 이제까지의 어떤 사실을 안 것보다도 확실히 알았다. 그는 칼에 대해 아무에게도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되었다. 누구에게든 그 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만일 이야기를 하게 되면 허술한 진실의 집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때 박살이 나버릴 그런 종류의 진실이었다.
어두운 길을 가로질러 가던 도중, 조디는 빌리 벅을 만났다.
“모두들 네가 어디 있는지 걱정하고 있더라.”
빌리는 말했다. 조디는 살짝 거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버지가 그를 돌아보았다.
“어딜 갔었지?”
“새로 놓은 쥐덫에 쥐가 걸리지 않았나 잠깐 보러 갔었어요.”
“이제 잘 시간이야.”
아버지는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조디는 누구보다도 일찍 식탁에 앉아 있었다. 뒤이어 아버지가 식당에 들어왔고 끝으로 빌리 벅이 들어왔다. 티플린 부인이 부엌에서 방을 들여다보았다.
“그 노인은 어디 있어요, 빌리?”
그녀는 물었다.
“밖을 거닐고 있나 봐요.”
빌리는 말했다.
“난 그 방을 들여다봤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아마 새벽같이 몬테레이로 갔나 보지.”
카알은 말했다.
“거긴 머니까.”
“그렇지 않아요.”
빌리가 설명했다.
“자루가 방 안에 있어요.”
아침식사가 끝나자 조디는 산막 쪽으로 걸어갔다. 양지 쪽에서는 파리가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날고 있었다. 그 날 아침의 농장은 유별나게 조용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자기를 보고 있지 않음을 확인한 조디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지타노의 자루 속을 들여다보았다. 긴 무명 속옷이 한 벌, 그리고 바지 하나와 떨어진 양말 세 켤레가 들어 있었다. 자루 안에는 그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조디는 못 견디게 서운했다. 그는 천천히 집 쪽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입구에 서서 티플린 부인과 얘기하고 있었다.
“늙은 말 이스터가 마침내 죽었나 봐.”
그는 말했다.
“난 그놈이 다른 말들과 같이 물 마시러 오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오전 시간이 반이나 지났을 때, 제스 테일러가 언덕배기의 목장에서 말을 타고 내려왔다.
“자네는 저 까마귀 밥 밖에 될 수 없는 갈색 늙은 말을 팔진 않았겠지? 팔았는가, 카알?”
“그야 물론 팔 리가 없지. 왜 그러는데?”
“그런데,”
제스는 말했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밖에 있었는데 이상한 것을 봤어. 안장도 없는 늙은 말에 새끼를 고삐 대신하여 노인이 타고 가는 것을 보았어. 전혀 길 위로는 가려고 하지 않았어. 쑥대밭을 헤치며 똑바로 나아간단 말이야. 노인은 총을 가졌던 것 같던데… 난 아무튼 노인이 뭔가 빛나는 것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봤어.”
“그건 지타노, 노인이야.”
카알 티플린은 말했다.
“총이 없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해야겠어.”
그는 잠시 재빨리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다 있어. 그 노인은 어디로 갔지, 제스?”
“그게 아주 재밌어. 그는 산 쪽으로 똑바로 되돌아가고 있더군.”
카알은 웃었다.
“놈들은 아무리 늙어도 도벽을 버리지 못해.”
그는 말했다.
“틀림없이 그 늙은이가 늙다리 이스터를 훔쳐 갔나 봐.”
“쫓아갈 셈인가, 카알?”
“천만에. 난 저 늙다리 말을 파묻지 않는 것만큼 수고를 더는 셈이야. 녀석, 어디서 총이 났을까? 뭣하러 산 속으로 들어갔을까?”
조디는 채마밭을 지나 쑥대가 가득히 우거진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높이 솟아 있는 산들을-최후로 큰 바다에 나서기까지 겹겹이 솟아 있는 산의 연봉들을-뭔가를 찾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동안 그는 가장 먼 산봉우리를 하나의 검은 점이 기듯이 올라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조디는 카알과 지타노를 상기했다. 그리고 높은 연봉들을 생각했다. 동경으로 가슴이 뻐근한 느낌이었다. 그는 격렬한 동경을 이기지 못해 울어서 그것을 자기 가슴 속에서 씻어내고 싶었다. 쑥대가 우거진 곳에 있는 둥근 물통 곁의 푸른 풀 위에 누웠다. 두 팔로 눈을 가리고 오랫동안 거기에 누워 있었다. 그의 마음은 표현할 길 없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밤은 캄캄했고 아득히 먼 데서의 술렁임이 분명하게 들렸다. 재목을 나르는 말들의 목에 달린 방울소리가 아득히 먼 언덕 저쪽의 시골길에서 울려 왔다. 조디는 어두운 뜰을 지나 더듬거리며 걸었다. 산막의 작은 방 창으로 등불이 비쳤다. 그날 밤의 일은 비밀이었으므로 그는 살짝 창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지타노는 흔들의자에 앉아 등을 창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오른손을 앞쪽에서 천천히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조디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타노는 갑자기 몸을 똑바로 하고 사슴 가죽 조각을 집어 무릎 위에 놓은 것을 덮으려고 했으나 가죽은 미끄러져 떨어지고 말았다. 조디는 지타노의 손에 있는 거을 보고 깜짝 놀라 서 있었다. 그것은 황금 자루가 달린 가늘고 긴, 아름다운 칼이었다. 칼은 음산한 등불의 엷은 광선 같았다. 칼자루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섬세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게 뭐에요?”
조디는 힐문하듯 말했다. 지타노는 그저 불끈한 듯한 시선으로 조디를 보았을 뿐이었다. 떨어진 사슴가죽을 집어 올려 그 훌륭한 칼을 말끔히 싸버렸다. 조디는 손을 내밀었다.
“그걸 보여 줄 수 없어요?”
지타노는 화난 눌길을 하고선 머리를 가로저었다.
“어디서 났어요? 어디서 왔어요?”
지타노는 뭔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조디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아버지로부터 받았단다.”
“그럼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그걸 어디서 얻은거죠?”
지타노는 자기 손 안에 있는 긴 가죽 꾸러미를 보고 있었다.
“모르겠어.”
“아버지가 말해 주지 않았어요?”
“말하지 않았어.”
“그걸로 뭘 할 거에요?”
지타노는 다소 놀란 듯한 얼굴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저 갖고 있을 뿐이야.”
“한 번 더 보여줄 수 없어요?”
노인은 천천히 꾸러미를 풀어 빛나는 칼을 꺼내 잠시 동안 램프 불에 비추어 보였다. 그러고는 곧 다시 싸버렸다.
“이제 돌아가 주었으면 해. 난 자고 싶단다.”
조디가 문을 다 닫기도 전에 지타노는 램프를 꺼버렸다.
조디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한 가지 사실을, 이제까지의 어떤 사실을 안 것보다도 확실히 알았다. 그는 칼에 대해 아무에게도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되었다. 누구에게든 그 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만일 이야기를 하게 되면 허술한 진실의 집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때 박살이 나버릴 그런 종류의 진실이었다.
어두운 길을 가로질러 가던 도중, 조디는 빌리 벅을 만났다.
“모두들 네가 어디 있는지 걱정하고 있더라.”
빌리는 말했다. 조디는 살짝 거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버지가 그를 돌아보았다.
“어딜 갔었지?”
“새로 놓은 쥐덫에 쥐가 걸리지 않았나 잠깐 보러 갔었어요.”
“이제 잘 시간이야.”
아버지는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조디는 누구보다도 일찍 식탁에 앉아 있었다. 뒤이어 아버지가 식당에 들어왔고 끝으로 빌리 벅이 들어왔다. 티플린 부인이 부엌에서 방을 들여다보았다.
“그 노인은 어디 있어요, 빌리?”
그녀는 물었다.
“밖을 거닐고 있나 봐요.”
빌리는 말했다.
“난 그 방을 들여다봤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아마 새벽같이 몬테레이로 갔나 보지.”
카알은 말했다.
“거긴 머니까.”
“그렇지 않아요.”
빌리가 설명했다.
“자루가 방 안에 있어요.”
아침식사가 끝나자 조디는 산막 쪽으로 걸어갔다. 양지 쪽에서는 파리가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날고 있었다. 그 날 아침의 농장은 유별나게 조용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자기를 보고 있지 않음을 확인한 조디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지타노의 자루 속을 들여다보았다. 긴 무명 속옷이 한 벌, 그리고 바지 하나와 떨어진 양말 세 켤레가 들어 있었다. 자루 안에는 그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조디는 못 견디게 서운했다. 그는 천천히 집 쪽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입구에 서서 티플린 부인과 얘기하고 있었다.
“늙은 말 이스터가 마침내 죽었나 봐.”
그는 말했다.
“난 그놈이 다른 말들과 같이 물 마시러 오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오전 시간이 반이나 지났을 때, 제스 테일러가 언덕배기의 목장에서 말을 타고 내려왔다.
“자네는 저 까마귀 밥 밖에 될 수 없는 갈색 늙은 말을 팔진 않았겠지? 팔았는가, 카알?”
“그야 물론 팔 리가 없지. 왜 그러는데?”
“그런데,”
제스는 말했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밖에 있었는데 이상한 것을 봤어. 안장도 없는 늙은 말에 새끼를 고삐 대신하여 노인이 타고 가는 것을 보았어. 전혀 길 위로는 가려고 하지 않았어. 쑥대밭을 헤치며 똑바로 나아간단 말이야. 노인은 총을 가졌던 것 같던데… 난 아무튼 노인이 뭔가 빛나는 것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봤어.”
“그건 지타노, 노인이야.”
카알 티플린은 말했다.
“총이 없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해야겠어.”
그는 잠시 재빨리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다 있어. 그 노인은 어디로 갔지, 제스?”
“그게 아주 재밌어. 그는 산 쪽으로 똑바로 되돌아가고 있더군.”
카알은 웃었다.
“놈들은 아무리 늙어도 도벽을 버리지 못해.”
그는 말했다.
“틀림없이 그 늙은이가 늙다리 이스터를 훔쳐 갔나 봐.”
“쫓아갈 셈인가, 카알?”
“천만에. 난 저 늙다리 말을 파묻지 않는 것만큼 수고를 더는 셈이야. 녀석, 어디서 총이 났을까? 뭣하러 산 속으로 들어갔을까?”
조디는 채마밭을 지나 쑥대가 가득히 우거진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높이 솟아 있는 산들을-최후로 큰 바다에 나서기까지 겹겹이 솟아 있는 산의 연봉들을-뭔가를 찾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동안 그는 가장 먼 산봉우리를 하나의 검은 점이 기듯이 올라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조디는 카알과 지타노를 상기했다. 그리고 높은 연봉들을 생각했다. 동경으로 가슴이 뻐근한 느낌이었다. 그는 격렬한 동경을 이기지 못해 울어서 그것을 자기 가슴 속에서 씻어내고 싶었다. 쑥대가 우거진 곳에 있는 둥근 물통 곁의 푸른 풀 위에 누웠다. 두 팔로 눈을 가리고 오랫동안 거기에 누워 있었다. 그의 마음은 표현할 길 없는 슬픔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