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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연락이 없고 근 1 시간가량의 먼 지역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곳에서 연락이 왔기에 불만은 커질 대로 커져만 갔던 것이다. 그것도 하숙을 하다가 서울로 올라온 황금 같은 주말에 여자친구도 못 만나고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했기에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내가 할 일은 이틀에 걸쳐서 정신지체장애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업에 참여하면서 함께 가르치고 놀아주는 일과, 고령의 할아버지들을 목욕시켜주고 탕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자원 봉사라는 헌신적인 일을 일생동안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복지관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걱정과 불안 속에 휩싸였다. 잘 할 수 있을지, 그들은 어떤 모습일지..복지관은 꽤 큰 빌딩의 한 건물을 다 차지했다. 담당자를 만나서 이런 저런 형식적인 얘기를 나눈 뒤 내게 자진해서 장기적으로 봉사를 수행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말을 하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부끄럽고 민망한 생각에 고개가 수그러지는 것 같았다. 첫 날은 정신지체 아동들을 대상으로 봉사하고, 둘째 날은 할아버지들 목욕봉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정신지체 아동이 있는 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8명의 장애 아이들과 두 분의 정규 선생님이 있었는데 정신지체라서 그런지 몸이 불편하다거나 다친 아이들은 없어 조금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이런 생각을 끝낼 겨를도 없이 한 아이가 뭐라고 알아들을 수도 없는 괴성을 질렀고 또 어떤 아이는 내게로 달려와 몸을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일순간에 조용하던 교실은 난장판이 되고 아이들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정신없이 방방 뛰며 내 정신을 흔들어 놓았다. 아, 이런 곳에서 근 6시간을 어떻게 있는단 말인가. 조금 전까지 안심이 되었던 가슴은 이내 곧 불안과 초조로 다시 변질되고 말았다. 일단 아이들과 놀아주고 조금 후에 찰흙 만들기 시간과 그리기 및 산수 공부를 하는데 같이 도와주면 된다고 선생님이 말했다. 난 마음속으로는 짜증을 내고 울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면서 아이들과 형식적으로 건성건성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근데 유독 한 아이가 눈에 띄었다. 정말 잘생긴 10살 된 남자이로, 이름이 정준우 였는데 아이들 중에서 말을 제일 잘하였다. 내 눈에 띈 것은 그 아이의 나름대로의 통솔력과 아이들을 배려하고 걱정하는 따뜻한 가슴과 세상을 눈부시게 할 정도의 해맑은 미소였다. 준우는 마치 자신이 장애임을 인식하면서도 아이들을 이끌고 따뜻하게 안아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가슴을 얽매어 오던 불안과 초조는 준우란 아이로 인해, 내 마음은 차츰 변질되어 따뜻한 관심과 진심어린 정성으로 가슴깊이 물들어 오기 시작했다. 준우를 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그 아이도 장애 아동이었기에 중간 중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지만) 아픈 사람들을 깨끗이 고쳐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아의 눈은 내가 꿈을 갈망하고 동경할 때의 눈빛보다 비교할 수 없이 강렬하고 진실된 것 같았다. 수업을 하고 시끄럽고 정신없는 분위기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굳게 닫혀진 내 마음 또한 조금씩 열리며 빛을 받아 향기롭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함께 만들고 그리고 함께 공부하며..그 아이들은 하나 같이 나를 갈망하고 통제 불능의 행동을 하면서도 나와 함께 하기를 소원했다. 아이들의 영롱함으로 물든 밝은 영혼의 눈빛에 빨려 들어가고 있을 때 준우가 나의 볼에 키스했다. 그 순간 난 알 수 없는 몽롱함에 사로잡혀 의식이 혼미해 짐을 느꼈다. 마치 억눌리고 굳게 갇힌 어둠의 속박에서 벗어나 따사로운 햇살을 맞이한 슬픈 죄인처럼..나는 그들을 돕고 있었고 그들은 나를 구원해 주는 것 같았다. 가슴 속에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리고 나는 준우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선뜻 떠오르지가 않았다. 밝게 미소 짓는 준우의 눈을 통해 나는 부끄러움과 더럽고 추악한 내 영혼의 때를 씻어가고 있었다. 다음에 또 오냐는 준우에 말에 나는 선뜻 [그럼, 꼭 또 올께.] 라고 말하는 내 자신을 보았다. 그 대답은 내 머리가 원한 것이 아니라 내 가슴이 원한 것이었다. 끝날 시간이 다 되자 갈 준비를 하며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준우의 머리를 만지며 귀에다 대고 살며시 말했다. ‘고마워..날 바꾸어 줘서..’ 그 아이들이 하루 빨리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순수한 무질서들을 깔끔하게 정돈하여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기를, 그들의 맑은 영혼으로, 정돈되었으나 오히려 수없이 더러움을 생산하는 많은 이들을 치유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교실을 나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둘째 날, 어제와 같은 시간에 할아버지들이 목욕하는 곳으로 갔다. 어제 일로 인해서 봉사라는 활동에 마음이 많이 열려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 아닌 늙은 할아버지들의 몸을 씻어 주는 일이었기에 조금은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불안해했다. 그런데 막상 할아버지들을 보니 싫은 기색이 하나도 들지 않는 내 자신에게 스스로 놀랐다. 오히려 몸은 약하고 지쳐 보이지만 나를 보며 지어준 인자하고 따뜻한 웃음은 내 마음을 훈훈하게 달구어 놓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들의 등을 밀어 드리면서 마치 더러운 내 영혼을 씻어내려는 듯 내 자신은 그 숭고한 정화 작업에 심취해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 자진해서, 자원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학교 때문에 의무적으로 질질 끌리다시피 발걸음을 옮겼던 내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정말 힘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자원 봉사가 힘든 것은 닫혀진 내 영혼이지 몸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욕을 마치고 탕 안을 청소했다, 그곳에는 조금은 깨끗해져서 막막한 어둠으로 가득했던 생의 질서에 한 줄기 아련한 빛이 비추어드는 한 사람이 서있었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생의 소중한 비밀들이 일시적인 것도, 순간적인 것도 아닌, 늘 곁에서 빛이 되고 거울이 되며 삶의 평화와 행복으로 인도될 것임을 자신하는 한 영혼이..
둘째 날, 어제와 같은 시간에 할아버지들이 목욕하는 곳으로 갔다. 어제 일로 인해서 봉사라는 활동에 마음이 많이 열려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 아닌 늙은 할아버지들의 몸을 씻어 주는 일이었기에 조금은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불안해했다. 그런데 막상 할아버지들을 보니 싫은 기색이 하나도 들지 않는 내 자신에게 스스로 놀랐다. 오히려 몸은 약하고 지쳐 보이지만 나를 보며 지어준 인자하고 따뜻한 웃음은 내 마음을 훈훈하게 달구어 놓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들의 등을 밀어 드리면서 마치 더러운 내 영혼을 씻어내려는 듯 내 자신은 그 숭고한 정화 작업에 심취해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 자진해서, 자원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학교 때문에 의무적으로 질질 끌리다시피 발걸음을 옮겼던 내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정말 힘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자원 봉사가 힘든 것은 닫혀진 내 영혼이지 몸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욕을 마치고 탕 안을 청소했다, 그곳에는 조금은 깨끗해져서 막막한 어둠으로 가득했던 생의 질서에 한 줄기 아련한 빛이 비추어드는 한 사람이 서있었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생의 소중한 비밀들이 일시적인 것도, 순간적인 것도 아닌, 늘 곁에서 빛이 되고 거울이 되며 삶의 평화와 행복으로 인도될 것임을 자신하는 한 영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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