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의무 사이(흙의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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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넉넉하고 살기 좋고 문명한 동네로 되도록 있는 힘을 다하려고 합니다. ”
‘흙’에서 결론 부분이다. 유정근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농촌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겠다는 부분이다. 우리 지도자 허숭 선생님께 미안하면서 말이다. 결국 살여울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 죄를 반성하고, 농촌계몽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다. 허숭의 노력 덕분에 허숭이 원하던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파하여 성취할 수 있었다. 흙에서 허숭은 결국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성취한다. 자신의 의무보다 개인적 욕망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4. 이광수와 ‘허숭’
이광수는 자신의 모습을『흙』의 ‘허숭’에게 투영시키고 있다. 제일 먼저 이광수의 생애에 대해서 알아보자.
남기홍(Nam Ki-hong) , 『이광수의 생애검토-출생부터 1차 동경유학시절까지』,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한국학연구
나는 아버지를 원망한 일은 없었다. 더구나 철이 나서부터는, 내가 나서부터 집이 치괘하고 또 내가 병을 앓기 때문에 아버지로 하여금 뼈가 빠지게 해서 늙음과 죽음을 재촉한 것을 생각하던 아버지에게 대하여 황송한 마음이 많다. 그러나 아버지가 무척 못한 어른이란 생각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인용한 글은 이광수의 집안이 가세가 기울어 거의 몰락 해 갈 무렵, 이광수의 부친이 꽤나 부자로 사는 김교리에게 말하여 그의 딸을 며느리로 청하고 몇 백이나 받아오려는 생각을 하고 김교리를 찾아갔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무너지는 경험을 했던 순간에 대해 회상이다.『흙』의 ‘허숭’과 비교해보자. 허숭은 보성전문학교 법과에 다니며 방학 때 고향인 살여울에서 야학을 열었다. 야학에서 공부하는 학생 중 유순이라는 처녀를 마음에 두고 유순도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러나 허숭이 학교를 졸업하자 부자인 윤참판이 그의 딸 정선과 결혼하라 한다. 결국 고민을 하다 정선과 결혼한 허숭은 변호사가 된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유순에 대한 씻기지 않는 죄스러움과 미안함이 크게 남는다. 결국 이런 상황을 비교해보면, 이광수의 상황과 ‘허숭’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광수는 부잣집과의 혼인을 거절당하지만, ‘허숭’은 부잣집 딸인 정선과의 혼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다르다.
남기홍(Nam Ki-hong) , 『이광수의 생애검토-출생부터 1차 동경유학시절까지』,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한국학연구
이광수 그가 오산학교에 부임할 때 “학생들이 십리나 되는 정거장까지 나와서 맞는 것을 나는 별로 고맙게도, 더구나 미안하게도 생각지 아니하고 도리어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다. 한술 더 떠서 ‘나 같은 장한 사람이 너희들의 선생으로 오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춘원은 이때까지만 해도 교사직을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믿고 있었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이 누구보다도 우월하며, 더 이상 자기는 배울 것이 없다는 지적 교만을 가지고 있었다. 허숭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허숭은 농촌을 좋게 보는 것 같지만 허숭은 내면 속에서 농촌을 낮게 보고 있다. 그래서 그 농촌에서 지위자의 위치에 있고자 한다. 결국 허숭은 농촌에서 자신의 세속적인 욕망을 취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욕망을 농촌사업으로 위장하여 표현한 것이다. 이광수의 자만심이 결국 허숭의 자만심과 연결될 수 있다.
이광수는 1910년 이 해에 백혜순이란 여자와 결혼한다. 아버지 친구 딸이었으니 정략결혼 형식이었고, 애정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가족도 돌보지 않았고, 얼마나 가정에 관심이 없었는지, 홀로 훌쩍 세계여행을 더나버린다.(1913년) 정인보를 만나 상해로 가라고 권유를 받고 홀랑 마음이 바뀌어 상해에 잠시 머문다. 다시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경유해서 미국으로 가려 하나 이 때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해 다시 귀국한다.
이광수는 <무정>을 쓰면서 인기쟁이가 되고, <소년의 비애> <윤광호> <방황> 등을 발표한다. 격심한 과로 끝에 폐병이 걸리고, 진찰을 받으러 갔는데 수중에 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돌아서려는데 한 여성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의한다. 그녀가 바로 허영숙이었다. 당시 그녀는 조선 최초의 여성 의사를 꿈꾸며 여의전에서 유학 중이었고, 당시에는 인기가 좀 있는 이광수를 몰라봤다. 허영숙은 타국에서 병을 앓는 청년이 불쌍해 도와준 것이다. 그 둘은 뜨거운 로맨스가 시작된다.
백혜순과의 정략 결혼은 유순과의 사이로 볼 수 있고, 허영숙과의 사랑은 정선과의 사이로 볼 수 있다. 백혜숙과의 결혼을 끝까지 유지 시키지 못하고 그 당시 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광수는 허영숙과의 사랑을 택한다. 흙에서 허숭은 정선과 유순 사이에서 고민한다. 유순과의 사이는 마치 정략결혼인 것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선과의 결혼 또한 자신의 위치 때문에 포기하지 못한다. 결국 정선과의 사랑을 택하고 자신이 농촌계몽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정당화 받는다. 즉, 허영숙과의 사랑을 통해 무정을 집필하고 무정을 통해 농촌계몽을 역설한 이광수는 사회적 지도자가 되어 조선 사회를 이끌어 나갈 스스로의 명분을 갖게 된 것이다.
5. 결론
이광수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다. 돌아와서 보니 일본과 비교했을 때 조선은 아직도 발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광수는 조선을 계몽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느낀다. 농촌을 당시 식민지 조선이라고 본다면, 허숭의 농촌사업도 이광수의 계몽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이광수는 허숭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즉, 이광수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조선을 계몽시켜야 할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 그것은 이광수 자신이 생각한 의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수는 또한 민족지도자의 표상이 되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광수의 계몽은 개인의 욕망과 의무사이에서의 갈등에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이광수가 친일파라는 것 때문에 직접 전면에서 나서지 않았지만, 무정, 흙 등의 계몽 소설을 통하여 당시 조선인들에게 조선의 계몽을 역설하였던 것이다. 허숭의 농촌계몽이라는 개인적 욕망의 승리이듯이, 이광수도 자신의 이루고자 했던 개인적 욕망을 소설로나마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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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줄거리,   허숭,   욕망과 의무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