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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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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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동료였던 샤로트 무어만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백남준 비디오의 시금석이 되었던 작품들과 가장 극적이었던
퍼포먼스에 영감을 주고 격려했으며 공동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백남준은 무어만을 위해 주목할 만한 양의 비디오작품을 제작했고, 그들의
협연은 연기자와 해설자의 개념으로 극적으로 변화되었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걸쳐 백남준은 교수로서, 그리고 다른 예술가를
지원하는 협력자로서 활동하였으며, 1977년 비디오 작가 쿠보타 시케코와
결혼하여 일과 인생의 동반자로서 함께 하게 된다. 그의 친구들인 로리
앤더슨, 요셉 보이스, 데이비드 보위, 존 케이지, 머스 커닝햄과 협연하여
주목할만한 일련의 비디오 테잎과 TV 프로젝트들을 만들었으며, 이과 함께
그는 근본적으로 변화된 비디오 장치들을 제작하고, 예술적 행위를 재정의
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인다.
이러한 백남준의 시대를 앞선 예술감각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서 현대
예술사에 신기원을 이룩한 세계적인 예술가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백남준은 세계 각국에서 열린 전시회를 통해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1978년 '퐁피두 문화센터'의 전시회를 필두로 1982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파리, 취리히, 바젤 등지에서 세계적인 작품전을 열게 된다.
1993년에는 세계3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꼽히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하여 세계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받으며, 계속적인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독일의 경제월간지 '캐피탈'지에서 해마다 서구미술계 주요
작가들의 활동상황을 집계해 선정하는 'WORLD ARTIST TOP 100'에 매년
최상위권에 선정됨으로써 세계적 예술가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된다.
그러나 1996년 백남준은 뇌졸중 발작을 일으키면서 반신불수가 되어
심각할 정도로 움직임에 제한을 받아 뇌졸중 후유증으로 쉴새 없이
여행하고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던 이전의 작업 속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부인이자 예술가인 쿠보타 시케코의 정성어린
뒷바라지는 그에게 많은 힘을 주었고, 계속적으로 작업을 하겠다는 그의
결심은 이번 전시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이어져 '비디오 이후의
프로젝트'라 불리는 레이저아트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초인적인 정신력을
보여 주게 된다.
레이저에 대한 백남준의 관심은 일찌기 비디오 아트를 처음 시작하던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레이저를 접하고 나서
'이상적인 레이저 TV 방송국'이라는 계획서를 발표한 그는 1996년 3월
1일이 되면 고진동 주파수의 레이저를 이용해 수천 개의 TV 기지국을
건설해서 소수 상업방송의 독점권을 무효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3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양방향의 소통과 전 세계적 정보
공유가 가능한 비디오 아트의 꿈을 실현했고, 대신 레이저 매체로는 보다
심오한 정신세계를 표출하는 작품을 구현했다. 인공의 광선이 갖는
감미로운 분위기와 숭고하기 이를 데 없는 레이저의 특성은 백남준이
새로이 추구하고자 하는 영역에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레이저는 단순한 표면적 디스플레이의 수단이나 독립된 다른 재료와
결합하고 투사되는 환경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로서
기능하게 된다.
반신마비와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백내장의 고통을 겪고 있는 노년의
예술가의 이러한 초인적인 창작열은 오히려 그의 신작 레이저아트와 함께
이번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게 하였고, 그의 성숙한 감성과
미래의 예술에 대한 탁월한 비전은 21세기 미술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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