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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못한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어 낚싯대를 만들진 않았다. 갈대가 우거진 저수지는 지은이에게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주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갈대는 가나마 그의 곁에 남아있는 부재 외의 것들이랄까.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그의 곁에 존재하는 유일한 무엇이었다. 갈대를 꺾는다는 건 자기 자신을 없애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5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어쩌면 이제는 스스로 원치 않아도 자신에게 다가올 부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부재는 결코 한 개인의 죽음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지난 날 지은이의 기억 속에서 부재했던 모든 이들과의 재회이며, 동시에 모든 이들을 부재로 몰아넣었던 한국 사회에 대한 화해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