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이슬람과 수피종단

목차

Ⅰ. 서 론

Ⅱ. 오늘날의 수피 종단과 민중이슬람
1. 근대 이슬람의 역사적 배경과 수피종단
2. 대표적인 수피 종단
3. 이단적 성향의 종단 (한계 집단)

Ⅲ. 수피종단의 각종 의식과 민중이슬람
1. 디크르(dhikr) 의식
2. 수흐바( u bah) 의식
3. 사마(sm `) 의식
4. 그 밖의 의식들

Ⅳ. 수피 종단의 성인숭배와 민중이슬람

Ⅴ. 결 론

본문내용

는데 효험이 있다는 엘렉클리 바바(Elekli B b , 체장수 아버지) 성묘에서 방문객들은 먼저 자신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를 드린 다음 체를 반드시 세운 후 손을 놓는다. 체가 오른 쪽으로 쓰러지면 자신의 기원이 성취될 것임을 의미하며, 왼쪽으로 쓰러질 경우 그 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목욕탕( amm m)을 끼고 있는 열드즈 바바(Y ld z B b , 별 아버지) 성묘는 일정한 절차의 기도를 마친 후 이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Bayr , 152-177).
성묘를 방문해서도 일정한 의식이 치러진다. 보통은 쿠란을 읊으며 성묘의 안에 들어간 후 관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도를 드린다. 성묘가 잠겨있는 경우 문 앞이나 관이 보이는 창살 문 앞에서 동일한 의식은 행해진다. 어느 지역에서는 쇠창살에 헝겊을 묶어 놓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매듭신앙”으로써 자신의 기원이 꼭 성취되라는 바램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부분의 성묘에는 성묘지기가 있어서, 성묘를 관리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쿠란을 읽지 못하는 방문객에게 대신 쿠란을 읽어주기도 한다. 이들은 방문객들이 필요로 하는 기도문, 묵주, 양초, 향수, 사탕 등을 판매한 수익금이나 방문객들로부터의 시주로 성묘 관리비나 자신의 생계 수단에 충당한다.
시골에서는 성묘지기가 일종의 부적을 그려주기도 한다. 이 경우 성묘지기는 투르크 족의 전통적 무당인 캄(kam)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써, 역시 샤만적 전통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부적에는 서민들은 읽지 못하는 아랍 문자나 도형이 그려져 있다. 부적의 아랍문자 사용은 아랍어가 쿠란의 언어이기 때문에 더욱 더 신통력이 있다고 믿는 데서도 비롯되었지만, 부적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랍문자를 모르는 순진한 서민층이어서 그들에게 더욱 신비로운 주술적 감정을 주기 위해서였다. 부적의 목적도 사랑이 이루어지는 부적, 임신을 기원하는 부적, 멀리 떠난 사람이나 도망간 노예가 돌아오도록 하는 부적, 잠이 쉽게 오도록 하는 부적, 원수를 저주하는 부적 등 다양하다.
Ⅴ. 결 론
천 년간의 역사를 간직한 수피주의는 이슬람 문화사에서 커다란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정신적 유산이다. 비록 시작은 개인적인 신비주의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종단( ar qah)을 조직한 후 집단적인 종교생활로 발전하면서 이슬람 세계의 각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나중에 세속화·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서민들과의 밀접한 교류를 통해 토속적 요소까지도 갖추게 되었다. 수피주의의 이러한 토속적·비이슬람적 요소 때문에 수피주의는 정통 이슬람 법학자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피들과 신학자들간에 항상 대립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2세기의 대표적인 신학자(`ulam ) 가잘리는 오히려 수피 이론을 정립시킨 인물이었으며, 13세기의 신학자 수흐라와르디는 자신이 직접 수피가 되어 수도원을 건설하고 제자들에게 이슬람법을 가르쳤다. 13세기 이후 유명한 법학자들은 대부분 수피 종단에 참여했으며, 17세기에 이르러서는 수피 학자와 법학자들을 구분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수피주의는 금세기에 들어와 새로운 두 세력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되었다. 하나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속적 권력을 장악한 정치 세력이요, 또 다른 하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다. 전자는 잘 조직된 수피 종단이 정치 세력화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며, 후자의 경우는 수피 종단의 비이슬람적 관습과 의식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세계의 수피 전통은 아직도 그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2차 대전 후에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수피들은 표면적으로 종단의 이름만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그들은 과거의 전통과 관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과거 수피 종단의 조직을 그대로 이용해 경제 공동체를 형성했으며, 후세의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여 각종 현대적인 교육시설을 세워 제자를 양성해 내고 있다. 또한 언론계에도 과감한 투자를 실시해 신문사나 방송국을 세워 언론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신생 터키 공화국 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낙쉬반디야 종단이다. 그들은 표면적으로 정당을 결성하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정치가들을 제자로 배출하면서 정치계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의 터키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수피 종단의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는 정치가는 극히 드물 정도이다.
한편, 수피 활동의 또 다른 유형은 무장 저항이다. 이슬람 세계를 지배해 오던 오스만 터키 제국의 힘이 쇠퇴하자 생긴 힘의 공백을 파고들어 이슬람권을 식민지화시키기 위해 앞다투어 진출했던 서구 열강들에 대한 무장 투쟁이 그 시작이었다. 북아프리카에서의 사누시야와 티자니야 종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수피 종단의 중심지였던 중앙아시아의 경우 비록 수피 종단의 활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위축되었지만, 그들은 사회주의 이념과의 투쟁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모스크바의 지배 세력과 무장 항쟁을 펼쳤다. 무장 항쟁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서스 지방의 체첸 민족이다. 주로 카디리야 종단에 소속되어 있던 체첸 민족은 과거의 수피 조직을 무장 게릴라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뒤 모스크바의 공산 정권에, 그리고 소련의 해체 이후에는 러시아를 상대로 무장 항쟁을 계속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카디리야 종단을 배경으로 하는 체첸 무장 세력이 앞으로 독립을 쟁취해 정권을 장악한다면 수피주의 역사에 또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앞으로 수피 종단들이 어떻게 변화의 물결을 타고 대처해 나갈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과거의 전통과 이론에만 얽매이지 앉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현대 사회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카디리야 및 아흐마디야와 같은 일부 종단들은 변혁을 시도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수피 교리를 선전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홈페이지와 같은 첨단 과학을 이용하고 있다. 물질 문명에 시달려 정신문명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에게 수피주의와 같은 고도의 정신문화를 선전한다면 수피주의는 과거의 영화를 다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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