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감상과 공학 - 어느 공학도가 바라본 예술

본문내용

이 입체성은 있어도 공간성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브제로서의 조각에서부터 벗어나 공간의 창조로서의 조각이 부상하기를 기대하지만 특히 우리 사회에서 오브제로서의 조각은 해악이 많다. 길거리에 그렇게 많은 환경예술품들이 오브제로서의 조각에 불과하여 거리환경에 오히려 폐해를 끼치는 것은 대표적 예다. 공학적 작품 역시 이와 비슷해서 독자적으로 존재하기 보다 주변과 어울리고 사용환경에 알맞게 제작되어 지는 것이 점점 중요해져 가고 있다.
아마도 많은 예술의 장르 중에서도 춤이나 연극, 영화에 매료되는 것은 아마도 이들이 종합적이고 조립적이라는 성격 때문일 것이다. 한정된 무대, 한정된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지는 몇 가지 요소를 적절히 잘 조합하여 완성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항상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 중에서도 영화에 매료가 되는 것은 영화 제작과정의 다른 것들 보다 좀 더 복잡하여 요소의 결합이 공학적 제품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영화란 항상 어떠한 주제를 상정하는데 그 주제를 어떻게 상정하는지가 주목거리다. 마치 어떤 사용목적과 쓰임을 알고 만드는 제품 같은 성격을 띤다.
결 론
공학도는 예술에 대해 범상치 않은 눈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통사람과 같이 예술에서 감동을 받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단지 공학도이기 때문에 이해가 안되고 어렵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훈련방법은 예술작품을 보고, 듣고 그것을 하나하나 부품처럼 해석해보는 작업이다. 문학작품을 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글로, 모형으로 나누어 해석해보는 작업, 음악을 듣고 그 움직임의 흐름을 리듬과 박자와 가사와 떠오르는 이미지로 나누는 작업, 그림을 보고 색감과 구도와 배경과 인물을 파악하고 작가의 표현의도를 분석해보는 작업, 영화를 보고 장면을 사건과 주인공과 주변인물, 카메라 기법 등으로 나누고 다시 결합하여 그 주제를 찾아보는 작업 등등이다.
하지만 예술 작품을 분석함에 있어서 전문적인 방법이나 기존의 방법을 답습할 필요는 없다. 위의 방법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감상을 위해 어떤 방법을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예술을 접하는 것은 가장 자신에 정직하여야 하고 주체적이어야 한다. 그것을 통해 느낀 것이 다른 사람의 기준에의해 걸러진 것이 아닌 순수하게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되고 이를 공학적으로 응용,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을 만드는 이와 예술을 대하는 이의 동기와 해석이 다르다면 그것만큼 풍요로운 일도 없다. 정답이 없다.는 것이 예술에서처럼 확실한 답일 수가 없다. 왜 예술이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는가, 왜 우리의 감성을 흔드는가를 안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보다 깊은 감흥, 즉 우리의 보다 깊은 지적 감수성, 우리의 깊은 영혼을 건드리는가를 안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만드는 사람조차 자신을 모르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르면서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연만은 아니나 그만큼 인간이란 끝없는 자극에 의해서 끝없이 새로 태어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공학에 녹아든다면 얼마나 자유스러워지겠는가. 단지 공학도라고 예술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듯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 전공서적처럼 앞뒤를 전부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하고 그제야 작품을 감상했다고 하는 태도 때문에 예술과 멀어지는 것이다. 단지 예술을 접하고 그것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참고 서적>
미술의 창 강의 중 3강 과학과 기술 이선영 2000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발터 벤야민 민음사 1983
미학잡론 논문 강미정 2000
후기산업사회의 예술공학 논문 신진식 1990

키워드

예술감상,   공학,   예술가,   예술과 철학,   공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