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소설의 성격과 이범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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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전후 소설과 허무주의

2. 전후 소설의 새로운 흐름과 '결별의 모티프'

3. 50년대 문학과 이범선

4. 결론: 징검다리로서의 이범선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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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부터 재떨이로 시선을 떨구며 그는 조용히 말했다.
"지금 그 거지와 나의 거리가 말입니다. 지고 물러나 앉으면 그 순간부터 그대로 거지니까요"9)
패배하는 순간 거지로 전락하고 마는 약육강식의 천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란 독해지는 것 뿐이다. 거지의 구걸을 냉정하게 뿌리친 것도 독해지기 위한 나름의 연습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독해져야 이긴다는 정글의 논리란 바로 사물화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숙집 주인이 아들에게 싸움과 같은 권투를 가르치는 것도 따라서 사물화 된 세계에서는 사물화 된 방식으로 살아야 함을 가르치기 위해서인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50년대 천민 자본주의의 사물화 논리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다. 이범선의 비판적 시각은 하숙집 주인을 향하고 있지않다. 오히려 작가는 그에 대해 깊은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이범선의 비판적 시각이 지향하는 목표는 하숙집 주인을 그렇게 만든 '사회'이다. 즉 한국 자본주의의 천민성이 작가가 겨냥하고 있는 궁극적 타겟인 것이다. 하숙집 주인은, 이범선이 보기에, 천민 자본주의가 만든 불쌍한 희생자일 뿐이다.10) 「몸 전체로」가 천민 자본주의의 사물화 논리에 대한 예술적 풍자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50년대 한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 거리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적 거리 감각의 바탕에 결별의 모티프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과거와의 결연한 결별 의지는 미래에의 기획-그 상이나 방향이 뚜렷하든 아니든 간에-을 가능케 해주었고, 그것은 현재를 미완결의 상태로 변화시킴으로써 과거-현재-미래를 '고정과 지속'의 관계에서 '생성과 운동'의 관계로 전환시켰다. 시간관의 이러한 변화야말로 50년대 후반기 소설의 새로운 흐름을 태동시킨 진정한 원동력이었으니, 과거-현재-미래를 '고정과 지속'의 관계로 이해해 허무주의로 빠져들었던 50년대 전반기의 소설과 달리 50년대 후반기의 소설은 변화된 시간관을 바탕으로 현재를 미래와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별의 모티프가 50년대 소설사의 전개 과정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지를 절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범선은 「오발탄」에서 '결별의 모티프'를 가장 날카롭고도 전면적으로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50년대 후반의 한국소설이 전후소설의 허무주의를 넘어 삶에 대한 합리적 성찰능력을 회복하는 데 귀중한 디딤돌을 놓아주었다. 또한 자신도, 「몸 전체로」에 대한 분석에서 확인했듯이, 문학 특유의 합리적 성찰 능력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범선 문학이 50년대 소설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 결론: 징검다리로서의 이범선
이범선 문학의 한계는 자명하다. 자본주의의 천민성이나 사물화 논리를 비판했지만 그것이 정작 자본주의에 대한 구조적 비판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점이라든가 전쟁체험으로 말미암아 반공 이데올로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리라. 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개인적 한계이자 역사적 한계라는 점에서 이범선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오히려 우리가 비판해야 할 부분은 이범선이 60년대 이후 끊임없는 자기 갱신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지 못한 점이다. 이호철이나 하근찬 혹은 박경리 등이 그러한 자기 갱신의 예라 할 수 있을 터인데, 이범선에게는 그러한 면모가 부족했던 것이다. 60년대로 들어와 50년대와 같은 치열성을 상실하고 범속한 세태문학으로 빠져들어간 것은 자기 갱신의 열정이 부족한데서 기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는 끝내 50년대라는 시대적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범선은 전후의 한국문학이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잃어버렸던 서사성을 다시금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작가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특히 자본주의가 빚어낸 계급적 불평등이라든가 경제적 궁핍 혹은 사물화 현상에 대한 예리한 비판은 60년대 이후의 한국문학이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간 소중한 문제의식 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별의 모티프'를 동시대의 작가들 중에서 가장 날카롭고도 전면적으로 표현한 점이야말로 이범선 문학의 가장 중요한 성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결별의 모티프가 50년대 전반기와 후반기의 문학을 가르는 분기점이었기 대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범선 문학은 소설사적으로 볼 때 한국 소설이 '전후 소설'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학적 길로 전진하는 데 있어서 징검다리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주
1 손창섭의 문학 세계 전반에 대한 상세한 분석으로는 필자의 「전쟁 세대의 자화상 」『작가연구 』 1집,새미, 1996)을 참조하시오.
2 이분법적 세계관에 대한 좀더 자세한 비판으로는 필자의 「전후 단편소설의 세계관과 장르적 특성 」(『민족문학의 이념과 방법 ), 태학사, 1993) 중 404-418면을 참조하시오.
3 G. Lukacs, 『Solzhenitsyn 』 , 7-26면, MIT PRESS 1971.
4 1950년대 전반기 소설의 한계에 대한 상세한 분석으로는 필자의 「한국전쟁의 시공간성과 1960년대소설의 새로움 」(『한국언어문학 ) 제40집, 1998) 2장을 참조하시오.
5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는 필자의 「주체성의 복원과 성찰의 서사 」 (『1960년대 문학연구 ), 깊은샘 1998)를 참조하시오.
6 이호철, 「탈향 」 , 317면, 『현대한국문학전집』 8권, 신구문화사, 1981.
7 이범선, 「오발탄 」 , 504-505면, 『한국소설문학대계』 35권, 동아출판사, 1995.
8 시공간성의 문제가 근대소설에서 갖는 의미에 대한 상세한 해명으로는 M. 바흐친의 『장편소설과 민중언어』(전승희 외 옮김, 창작과비평사 1988) 중 「서사시와 장편소설 」을 참조하시오.
9 이범선, 「몸 전체로」, 443면, 같은 책.
10 1950년대 후반 이범선의 문학 세계 전반에 대한 설명으로는 필자의 「전후 리얼리즘의 외로운 명맥 」 (『한국소설문학대계 ) 35권 해설)을 참조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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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5.08.09
  • 저작시기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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